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초소형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연구팀이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지능형로봇연구부의 레이더광학센서융합연구팀이다. 그 중심에서 더욱 매끄러운 기술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오대건 선임연구원을 감시전자사업부 레이더사업팀 최이조 공군중령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이조 중령(이하 최).
안녕하십니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감시전자사업부 레이더사업팀에서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이조 공군 중령입니다. 레이더광학센서융합연구팀이 개발하신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시스템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대건 선임연구원(이하 오).
안녕하세요, 이런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저 역시 영광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은 날아다니는 드론을 레이더로 찾아내는 기술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드론 위협을 미리 알아채고 신속·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드론과 새를 구별해 내는 인공지능(AI)을 통해 4km 내외에서 비행하는 드론의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합니다. 현재 기술 개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올해 안에 실용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오대건 선임연구원
방위사업청 레이더사업팀 최이조 공군 중령
최 소요군에서 운용할 레이더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해당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그 경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특히 2014년 초, 카메라를 탑재한 북한 무인기가 경기도 파주·백령도·강원도 삼척에서 잇따라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드론과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지금까지 꾸준히 드론 탐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오 네 맞습니다. 2016년까지 드론 탐지 레이더의 신호 처리 기술과 관련된 원천 연구가 이어졌는데, 마지막 해에 국내 최초로 200m 이상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운영비 지원을 통해 본격적으로 기술 고도화에 돌입했는데요. 작년 6월 초소형 팬텀 드론에 대한 탐지거리를 3km까지 늘렸고, 올해는 이를 4km 내외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진국의 방위산업체 중 극히 일부만이 이 정도의 탐지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기존의 드론 탐지 레이더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겁니다. 참 방위사업청에서도 오랜 시간 레이더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 2006년에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이래로 노후된 기존 레이더를 대체하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왔고, 저고도 레이더, 국지방공 레이더, 항공관제 레이더(PAR) 등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해안, 해상 감시 및 공항 관제를 위한 레이더와 우리나라 전역을 탐지하는 레이더를 비롯한 몇 가지가 있고, 머지않아 우주 탐지 분야로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차세대 레이더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 이야기로 돌아와 여쭙겠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의 구현을 가능케 한 핵심 기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오 먼저 기존의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와 차별화된 저희만의 시스템을 개발한 것에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반구체 형태의 레이더 안테나를 모터의 힘으로 돌려 신호를 송·수신하는 기계식 레이더가 많이 쓰였는데요. 지금은 사방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송수신기를 부착한 능동위상배열 레이더가 대세가 됐습니다. 하지만 덩치가 크고 가격대가 굉장히 높아서 전투기·구축함 등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일부 군용무기에 주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이에 드론 탐지용으로 크기와 무게, 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고, 신호 처리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구조 등을 복합적으로 연구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흔히 그래픽 카드라고 불리는 GPU를 활용해서 송수신 데이터 처리량을 크게 늘려 레이더의 크기를 대폭 줄였죠. 또한 레이더 신호 처리의 핵심인 노이즈 최소화를 위해 부분 공간 기반 초고해상도 레이더 신호 처리 기술을 접목했습니다.
최 기술 개발 과정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김영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김 교수님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레이더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로 알고 있습니다. 김교수님과의 연구는 어떠한 과정 하에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연구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김영욱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저희 레이더 시스템의 인공지능 연구를 주로 맡아 주셨습니다.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에 왜 인공지능이 탑재되는지 의아하실 수 있는데, 사실 이는 시스템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새와 드론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만약 드론과 새를 크기로만 구분한다면, 드론과 비슷한 크기의 새들도 레이더에 모조리 탐지될 겁니다. 이는 레이더의 목적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드론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하는 데에도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레이더 시스템에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라는 인공지능을 접목했습니다. 이 인공지능 기술은 비행체의 크기·움직임·동선 등을 두루 파악해 드론과 새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기술입니다. 김 교수님은 저희와의 주 1~2회 화상회의 및 실시간 소통을 통해 인공지능과 레이더를 접목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최 아시다시피 지난해 우리나라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미국의 약 80% 수준인 세계 9위로 평가됐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국외에서 레이더를 구매했지만 이제는 우리 기술로 제작한 우수한 성능의 레이더가 국방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연구원님도 그렇고 국내 유수 업체들이 레이더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국방과학기술 분야에서 만큼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부분은 어떤 내용입니까?
최 저희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획득하는 무기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가 없다면 사업관리에 애로가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레이더사업팀은 연초부터 레이더 연구모임을 조직해 레이더 관련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매월 ‘레이더 신기술 working group’을 운영하는 등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님과 레이더광학센서융합연구팀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오 앞서 말씀드렸듯 드론 탐지 기술의 개발은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남았는데요.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에서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지형과 기후입니다. 지형의 경우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진행됐기에 지금까지의 시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된 상황이고요, 문제는 기후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긴 하지만 러시아나 아프리카처럼 극단적인 기후를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기온이나 날씨가 혹독한 지역에서 드론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시험 운용함으로써 전 세계 어디서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이 과정이 마무리 되면 기술 이전 혹은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안에 시스템 상용화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최 네, 그렇군요.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연구 성과를 기대하고 또 만나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