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G 이용률이 꽤 되었는데, 어느새 통신시장은 5G와 LTE로 도배되었다. 해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는 통신 기술 때문이다. 이 놀라운 변화사 속에 과연 DAPA는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들여다 본다.
Writer_ 김혜령 작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데에는 단연 과학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준다. 특히 휴대폰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는 가정에서도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빠질 수 없는 생활의 일부로 정착했다. 그런데 이렇게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가 있는 기술이 알고 보면 국방기술 혹은 국방과학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그중에서 인간의 삶에 친구처럼 함께해온 라디오와 최근 더욱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블루투스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전쟁터를 비롯한 모든 군사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통신기술이 발달하게 되었고, 점차 진화하여 무선통신기술로 나아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일상 속의 무선통신 또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무선통신이 발달하면서 발명된 대표적인 물건이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바로 라디오다. 라디오의 역사를 살펴보면, 1888년에 독일의 물리학자인 헤르츠(Hertz)가 처음 전자기파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896년에는 마르코니(Marconi)가 모스 부호를 이용한 무선전신을 발명하여 무선통신에 성공한다. 이후 발전을 거쳐 1906년에는 음성을 전달하는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탄생한다. 이때부터 군에서 라디오가 활용되었다. 초기에 미국에서는 정부의 승인 없는 전파 사용을 금지하는 라디오 법안을 입법했기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해군이 방송을 독점했다. 시간이 흘러 전파 통제가 해제되고 방송사들이 설립되면서 모든 가정에서 라디오를 통한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은 영상매체를 훨씬 많이 이용하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물론 지금도 라디오를 애정하는 사람이 많다.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위안을 삼는가 하면,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서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 일상을 충만하게 해주는 무선통신 기술이 군사에서 활용되는 무선통신 기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좀 더 최근으로 와서 블루투스에 대해 알아보자. 블루투스는 컴퓨터와 주변 기기, 휴대폰과 이어폰 혹은 스피커 등과 선 없이도 연결해주는 무선통신 기술이다.
블루투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주파수 도약(Frequency Hopping)이라는 기술을 만나게 된다. 주파수 도약이란 하나의 주파수가 아닌 여러 주파수를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즉, 많은 채널을 빠르게 옮겨 다니며(hopping) 데이터를 조금씩 전송한다. 블루투스는 79개의 채널을 1초에 1,600번 호핑하여 동기화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필요했던 이유는 주파수 간의 간섭을 막기 위해서였다. 블루투스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2,402~2,480MHz)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할당된 주파수이기 때문에 전파 사용에 대한 허가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는 대신 시스템 간의 전파 간섭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주파수 도약 방식은 이러한 전파 간섭을 최소화해주는 안전한 방식인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사용하려는 스피커 주변에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다른 기기들이 있다면 신호에 상호간섭(interference)이 생겨 통신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주파수 도약을 통해 주파수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는 채널들을 기반으로 주파수를 계속 바꿔가면서 데이터를 나눠 보내면 전파 간섭의 위험으로 부터 안전하게 통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블루투스의 핵심 기술인 주파수 도약이 국방 현장에서 가장 처음 고안되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이 기술을 발명한 인물이 할리우드 여배우인 헤디 라마르(Hedy Lamarr)이다. 그녀는 배우로서 아름다운 미모와 다양한 작품활동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과학자로서 발명품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무선으로 어뢰를 조종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보안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했고 결국 모함과 어뢰가 주파수를 변경하며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창안하게 된 것이다. 그 기술이 바로 앞서 설명한 ‘주파수 도약’이다.
주파수 도약 기술은 블루투스뿐만이 아니라 와이파이, GPS 등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초는 군사 현장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무선통신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기술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방기술로 시작되어 우리의 삶 전반에 스며들어있는 기술을 하나씩 이해하고 나면 국방기술 혹은 국방과학이 동떨어진 분야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라디오 또는 블루투스는 좀처럼 거리가 멀 것 같은 삶과 국방 분야를 이어주는 즐거운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