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춤으로 통하는
꿀쟁이들의 이야기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찾기 위해 춤을 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꿀벌은 엉덩이를 흔들면서 일정한 회전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벌통에서 꽃까지의 거리를 벌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오늘은 왼쪽 오른쪽 신나게 몸을 흔들며 의사소통을 하는 무언의 전문 통신가 꿀벌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한 8자 춤의 세계

이처럼 꿀벌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춤을 추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꿀벌의 춤은 얼마나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진이 이 8자 춤 동작이 1,5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이 3년간 벌집을 배치하고 벌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꿀벌에게 먹이가 있는 곳을 일러주는 몸짓은 1,528가지에 달했다. 여기에는 ‘어디쯤 가다가 좌회전이나 우회전할 것인가’부터 ‘가장 가까운 꽃밭의 방향이나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거기서 나오는 꽃가루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꿀벌의 언어에도 방언이 존재한다는 사실! 꿀벌이 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흔들 때 한 번의 움직임이 가리키는 거리가 지역적 차이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한다. 예컨대 이집트의 꿀벌이 엉덩이를 한 번 흔들 때 지시하는 거리는 약 9m이고, 이탈리아 꿀벌은 약 18m, 독일 꿀벌은 약 36m라고 한다.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일어난 이유는 지역마다 꿀을 채취하는 영역의 차이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덧붙이자면 열대 지방에 가까운 이집트에는 밀원이 좀 더 풍부하기 때문에 멀리 비행을 하지 않아도 꿀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온대에 속하는 독일에는 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 지역까지 꿀을 채취하러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유자적 꿀벌의 하루!

꿀벌의 춤 언어를 밝혀 내 과학계의 큰 영향력을 끼쳤던 독일의 동물학자인 카를 폰 프리슈. 프리슈는 지난 1973년 ‘꿀벌의 언어’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사실 먹이를 찾아 나선 꿀벌이 춤으로 의사소통 한다는 얘기를 듣다 보면 “개미보다 더 부지런한 곤충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난 것은 꿀벌은 다른 동료에게 꽃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춤을 추며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맞지만 꽃잎 사이를 춤추고 꽃가루를 묻히며 노느라 정작 생산량의 5분의 1밖에 얻지 못한다. 1/5의 꿀은 자신과 가족이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한 필요노동이며 나머지 4/5는 잉여노동이라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꿀벌은 축적을 위한 잉여분의 가치를 포기하고 목적 없이 꽃 주변을 맴돌면서 하루를 일과 놀이로 보내는 것이다.

꿀과 프로폴리스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며 생태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 꿀벌. 어쩌면 우리 인간도 너무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단 무언의 전문 통신가 꿀벌의 하루처럼 열심히 놀기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