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된 첫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해군에 인도됐다. 도산안창호함의 국산화율은 그동안 국내 잠수함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76%다. 또한 국내 최초로 디지털 실물 모형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와 제작이 이뤄졌다.
한국형잠수함사업단 연구개발총괄계약팀
우리 손으로 만든 첫 번째 중형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인도 및 취역식이 8월 13일 ㈜대우조선해양에서 개최됐다. 이로써 우리는 7개국*에 불과한 3,000톤급 이상 잠수함 독자 개발국에 당당히 오르며, 세계 1위 조선강국으로 국가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다. 잠수함을 도입한 지 불과 30여 년 만에 이뤄낸 기적 같은 성과이며,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가 품었던 우려와 의심을 한순간에 일소한 순간이었다.
잠수함 개발의 기술적 난도는 일반함정이나 전투기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섹션별로 제작해 용접을 통해 하나의 선체로 결합되는 잠수함 공정의 특성상, 건조 후에 설계나 탑재장비가 변경된다면 선체를 잘라내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잠수함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도산안창호함보다 수년 전에 착수된 스페인 S-80급 잠수함 개발의 경우 설계 오류로 7년간 사업이 지연되어 현재까지 개발 중인 실정이다.
도산안창호함 개발 과정에서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실물 모형(Digital Mockup)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와 제작공정의 적절성이 검증됐으며, 추진체계·소음·전투/소나체계 등 핵심 성능과 관계된 장비들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육상시험시설에서 철저히 성능을 확인 후 탑재됐다. 선체는 ㎡의 면적 당 수백 톤의 압력을 견뎌내야 하므로 특수합금인 HY-100강을 사용해 0.15% 이내의 편차로 완벽한 원형을 만드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했고, 총 127종의 탑재장비와 85km에 달하는 크고 작은 배관은 83.5m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선체 안에 한 치의 오차 없이 톱니바퀴 물리듯 정교하게 조립됐다. 용접 및 조립부의 품질검사를 위해 초음파 검사, 비파괴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반복적으로 수행됐다.
도산안창호함은 디젤-전기추진 잠수함 중 세계 최대 수준의 크기를 자랑하며 기뢰, 어뢰, 유도탄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해상 및 지상핵심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나체계는 기존 잠수함보다 탐지능력이 월등히 증가했고, 맞춤형 다기능 콘솔과 개방형 소프트웨어 구조를 적용한 전투체계를 통해 운용자의 편의성, 정보처리 능력, 정비성 등이 매우 향상되는 등 공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은밀성 측면에서도 국산 연료전지를 탑재해 수중작전 지속일수가 증대됐고, 음향무반향코팅재, 탄성마운트 등 최신 소음저감기술을 적용해 기존 잠수함 대비 크기가 2배 정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수준의 음향 스텔스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의 국산화율은 기존의 잠수함에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76%에 이른다. 전투/소나체계, 추진체계 등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적시적인 정비지원과 부품단종 등에 대한 부담을 해소해 가동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잠수함 수출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적재산권, 수출통제(EL)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수출경쟁력 향상이 예상되며,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외화 유출의 절감과 3만 명에 이르는 국내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잠수함 사업 특성상 일단 수출이 성사되면 창정비, 성능개량 등 후속사업도 이어지기 때문에 부가적인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도산안창호함의 성공적인 개발은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 잠수함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고 독일, 프랑스 등 100여 년의 잠수함 개발역사를 통해 우수성과 신뢰성을 인증받은 잠수함 강국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는 이러한 강국들과 경쟁하기 위해 리튬전지, 첨단 IT 기술 등 민간의 최첨단 기술들을 잠수함에 접목시킬 예정이다. 현재 건조 중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전지를 탑재한 장보고-Ⅲ Batch-Ⅱ 잠수함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한 차원 더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양강국의 꿈! 그 길을 장보고-Ⅲ급 잠수함이 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