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람

VOL 117

2022 FEBRUARY
홈 아이콘 DAPA TMI DAPA TMI ①

전투기와 함께한
30여 년의 삶을 돌아보며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정광선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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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 그리고 전력발전 업무

1984년 공군사관학교 졸업과 함께 공군 장교로 임관을 해 당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5 항공기의 조종사가 됐다. 이후 전투기 조종사로서 영공방위 임무와 후배 조종사 양성 임무를 수행해 오다가 1992년 국방대학원 무기체계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전력발전 업무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 1999년 국방부 시험평가담당관실에 근무하면서 전력발전 업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때 공군의 F-X 1차사업 등 다양한 국외도입사업을 담당하면서 현재 사용하는 제안요청서의 기본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에 근무하면서 KT-1, KF-16 조립생산, KTX(현 T-50) 개발 사업 등에 관여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 개청과 함께하다

2006년 방위사업청이 개청하면서 공군 전술C4I체계 사업관리를 시작으로 방위사업청 직원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됐다. 공군 MCRC 성능개량 사업, 조기경보통제기 도입 사업 등의 수많은 사업을 관리하며, 사업관리자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2012년 11월 방위사업청 국제계약부장으로 재직하며 대형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 주요 대형 국외도입사업을 군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국익에 유리한 계약조건을 반영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결과 우리 군의 전력증강에 기여했고, 계약절차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으로 국외조달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했다.


한국형전투기와의 인연

이후 항공기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며 F-X 2차 사업(F-35A 도입사업)의 기종 결정 및 계약을 완료했다. 또한 개발 성공 가능성 논란으로 오랫동안 수차례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던 KF-X 사업에 대한 체계개발기본계획 승인 획득과 인니 정부와 기본협정서를 체결하는 등 체계 개발 착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016년 KF-X 체계 개발 사업이 드디어 착수됐고, 영광스럽게도 KF-X 체계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의 초대 사업단장으로 보임됐다. 항공기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면서 KF-X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확산과 언론을 활용한 홍보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었기에 개발을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진행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국민들께 사업의 필요성과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널리 알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업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사업단장으로서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전투기 개발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해본 적 없는 도전적인 사업이기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앞으로 많은 역경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외국의 전투기를 그대로 사 오거나, 생산·조립에 대한 권한만을 확보해 조립했던 것이 전부였다. T-50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초음속 훈련기에 대한 개발 능력을 갖추기는 했으나 미국과의 공동협력 개발로서 대부분의 주요 기술은 미국의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체계요구사항분석(SRR)과 체계기능설정(SFR)을 수행하고, 2018년 기본설계, 2019년 상세설계, 2021년 시제기 출고까지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기술적인 어려움도 많이 있었고, 무장이나 연함암호장비 등을 체계통합하기 위한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등 주요 협력국과 업체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다. 방위사업청과 공군 등 정부기관, 체계 개발 주관업체인 한국항공과 협력업체,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 각종 연구기관과 학계 모두가 최초의 전투기 개발이 자기 손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서로 협력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온 결과 현재까지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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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달성을 위해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은 총 10여 년의 개발 과정 중 이제 절반을 넘어섰다. 처음 사업단장 취임 시 목표했던 것처럼 이제는 많은 국민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계신다. 이에 사업단 직원 및 관계자들은 모두 큰 책임감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2021년 시제1호기를 출고하면서 21세기의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형전투기 KF-X를 KF-21(보라매)라 명명했다. 현재 지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후반기부터 비행시험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비행시험에 돌입하면 새로운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와 업계, 학계 등이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한국형전투기 개발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개발이 완료되면 기본훈련기(KT-100/KT-1)부터 고등훈련기(T-50/TA-50)까지 국산 항공기로 훈련받은 조종사들이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로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전력의 자립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내 개발한 무장과 항공전자 장비를 통합하여 운용하기 위한 플랫폼(Platform)의 역할도 수행하리라 기대된다.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제 나는 2022년 1월 24일부로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현역 공군 장교와 고위공무원으로서의 37년의 공직생활을 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시절까지 포함하면 41년. 무려 41년 동안을 국가가 나를 입혀주고 먹여주고 심지어 재워주기까지 했다. 이런 국가의 은혜에 내가 조금이나마 보답을 했는지는 항상 의문을 품고 살고 있다. 한편 37년의 공직 생활 중 15년 넘게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했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퇴직에 즈음해서 뒤돌아보니 일 처리에 몰두한 나머지 동료 직원들이나 업체 직원들에게 아픈 기억을 준 것은 없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혹시 이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 저에게 상처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머리 조아려 사죄드린다.

한국형전투기 개발 착수 준비로 공군 장교로서의 인생을 마무리했고,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을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끌다가 공무원으로서 인생도 마무리하게 된다. 두 인생의 끝을 한국형전투기 개발과 함께 마무리하게 됐다. 너무나도 복되고 영광된 인생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응원과 도움을 주신 내 가족과 방위사업청 직원분들, 각종 정부기관과 업체 등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제 나의 제3의 인생은 한국형전투기가 대한민국의 영공을 멋지게 수호하는 그날까지 한 사람의 국민이자 팬으로서 응원하는 데 매진할 것이다. 방위사업청 모든 직원분과 국방을 위해 힘쓰고 계신 모든 분의 건승을 기원하며, 공직생활 마무리를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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