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K-방산의 미래,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K-컬처의 붐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지금, 또 하나의 강력한 한류가 등장했다. 바로 K-방산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K-방산’ 수출액을 기록함으로써 글로벌 방산강국의 위상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방위사업청. 그 안에서도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국제협력관 구성원을 만나 보았다.

대정부구매협력담당관 이석원 / 중동아프리카협력담당관 한국녀 / 유럽아시아협력담당관 임형진 / 국제협력총괄담당관 박휴승

2023년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와는 거리가 먼 그때의 모습은 감히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첨단기술력을 자랑하는 강성한 나라가 되었다. 여기에 K-컬처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힘은 엔터테인먼트, 영화, 음식,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최근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역량이 보태졌다. 바로 K-방산이 그것이다.

세계 8위의 방산 수출국으로 지난해에만 약 173억 달러(22조 8천억 원)의 실적을 올림으로써 향후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서의 역량을 확인한 대한민국.

그 선봉장에서 발로 뛰는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관에서는 어떤 일을 해냈을까? 각자 다른 국가 수출입 협업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국제협력관 4인을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휴승

저는 국제협력총괄담당관에서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 2023)를 비롯한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녀

저는 작년에 방위사업청에 부임을 받아 현재 중동아프리카협력담당관에서 중동 국가와의 방산 협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석원

반갑습니다. 저는 대정부구매협력담당관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군사장비, 물자 등을 구매하는 FMS(Foreign Military Sales) 구매 계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임형진

저는 유럽아시아협력담당관에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방산 선진국’에 속하는 서유럽 국가와의 방산협력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수출보다는 선진 방산기술을 중심으로 공동 연구개발, 기술 협력 형태의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한 해 한국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개인 소회도 궁금합니다.

임형진

지난해 유럽·아시아 쪽 나라들과의 협력을 담당한 저희 관은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폴란드 방산 협력에 대해 일반인인 지인이 잘 알 정도로 큰 이슈였죠.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자부심과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한국녀

외국의 주요 획득관계자에게 K-방산을 소개하는 것도 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해외 군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우리 무기체계가 많이 수출된다는 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겠죠. 또, 수출이 성사됐다는 보도가 나가면 주변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을 때도 있는데요. 방산수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무기체계가 많이 수출된다는 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겠죠.
수출 관련보도 이후 축하 인사를 받을 때도 있는데요.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박휴승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 행사를 총괄해 외부의 목소리를 들을 일이 많았었는데요. 행사 당시 우리 청이 처음으로 비즈니스 전문 전시관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예상보다 방문객이 많았고, 방산시장 진입에 관심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져 방산에 대한 대내외적인 주목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석원

대정부구매협력담당관은 수출보다는 주로 구매를 하는 조직입니다. 수출과 구매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호혜적인 관계라고 생각해요. 수출이 많이 이뤄진 만큼 다른 나라에서 우리 무기체계를 구매할 때,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수출이 잘된 부분이 구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수출이 많이 이뤄진 만큼 우리 무기체계를 구매할 때,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우리 방위산업의 위상 변화를 체감하고 계시네요.

이석원

우리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면서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태도가 동등한 상대로 인정하는 뉘앙스를 느낄 때가 있어요. 이제는 미국의 방산 경쟁 상대로서 보는 부분이 생긴 지금, 제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임형진

작년 폴란드 수출이 가시화될 때 폴란드 대표단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문화적인 부분이 가미된 출고식 행사를 진행했었어요. 그 행사에 대한 폴란드 쪽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는데 저는 이것도 K-컬처 힘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이런 문화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고 방위산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수출입 업무를 진행할 때 나라마다 고려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면요?

임형진

지정학적 측면이 우선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기체계 최다 수출국인 폴란드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가까이 접해 있어 안보 지형의 변화가 컸던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작년부터 급격히 증가했지요. 폴란드뿐 아니라 주변의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발트해 국가 등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K-방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석원

제 담당인 미국은 좀 특별한 경우입니다. 미국 정부는 우방국 혹은 동맹국으로 특별히 허가받은 나라에만 자국 무기를 판매하거든요. F-35 스텔스 전투기가 그런 경우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위 구매국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수료 면제라든가 나토(NATO) 가입국과 혜택도 비슷하지요. 미국 정부의 FMS 판매 모토 중 하나가 ‘노 로스 노 게인(No Loss No Gain)’ 즉, 세계 안보를 위해 손해도 안 보고 이익도 보지 않겠다는 마인드예요. 상업구매나 경쟁을 통한 구매가 아니다 보니 제도를 우선적으로 신뢰에 기반한 협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녀

국제협력 업무는 특성상 변수가 많은데 중동 지역과 같은 지배체제나 정치적 상황이 특수한 경우 이러한 특성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특수성이 애로사항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의사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라서는 빠르게 추진되는 면도 있지요. 현재 중동은 우리에게 열린 가능성이 있는 국가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나 기술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박휴승

저는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애로점이 발생하면 상대국에 서한을 보내는 등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원 요청을 받을 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협상이 유연하게 흘러가도록 돕습니다.

한국녀

중동 국가는 협상 때 ‘노(NO)’라는 말을 잘 하지 않아요. 모두 알겠다고 했지만 다음 단계로 진전이 어려운 경우들이 종종 있죠. 그래서 상대의 표현을 온전히 신뢰하기보다는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안들을 미리 준비해둬야 해요.

이석원

미국 정부뿐 아니라 15년 정도 각국의 국제계약 관련 업무를 맡았었는데요. 글로벌 기업들과 상업 구매 계약 시에 국제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트나(BATNA), 즉 차선책입니다. 예산을 줄이면서 좋은 물건도 얻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얻을 수 없으니 항상 차선책을 생각해야 해요. 때론 상대가 명분을 원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명분을 내세우면서 신뢰를 얻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내어줄 건 내어주며 협상 접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항상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 양보할 선을 미리 정하고, 또 우리가 꼭 얻어야 할 것은 어떻게든 꼭 얻어오겠다는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죠.

임형진

유럽 국가들은 무기체계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성능이라든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정치적인 측면 혹은 보편적 가치 등을 고려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신뢰성과 투명성, 얼마나 평화 지향적인지, 국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좀 더 피력해서 협상합니다.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 진행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과 부서가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감사 인사 한마디씩 전해주세요.

박휴승

저는 지금 여기 계신 분들께 가장 감사해요. 국제협력 총괄부서는 혼자 살아남을 수 없어요. 열심히 활동해 주시는 방위사업청 구성원들의 정보와 추진력, 생각들이 지금의 업무에 밑바탕과 가장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한국녀

제가 맡은 해외 협력업무는 국내 기관들과의 협력이 그 기초가 됩니다. 방위사업청과 우리 군, 국방부 그리고 방산업체들까지 대내외 모두가 협력 대상이기 때문에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최근의 방산 수출 확대에는 한국의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현지화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보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보호국으로부터 핵심기술 자체에 대한 구별을 비롯해 실제 이전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매우 많은 협조를 받고 있습니다. 수출 성과가 창출될수록 상대적으로 국제협력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지만,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시는 기술보호국 역할도 큽니다. 기술보호국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석원

저는 미국과 프랑스, 폴란드 등 주요 수출입 국가에 계신 우리 국제계약지원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전력으로 도움을 주는 13분의 국제계약지원단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임형진

외교부 재외 공관 대사님들을 포함해서 외교관 직원분들도 감사하죠. 제가 작년에 노르웨이와 루마니아 두 국가를 방문해서 여러 가지 협조를 구한 적이 있었는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방산 협력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외교부 직원분들과 외교관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위상에 걸맞은 접근과 진정한 협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박휴승 소령

저는 서울 ADEX 2023을 추진 중인데 기존에 없었던 방위사업청과 출연 기관을 포함한 통합전시관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어요.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지만 코로나19도 정리되어 가고 K-방산 추세를 고려해볼 때 이번 ADEX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수출 지원은 물론, 대국민 홍보에도 성과를 거두었으면 합니다.

한국녀 사무관

저희 과의 명칭이 ‘중동아프리카협력담당관’이지만 중동, 아프리카 지역 외에 오세아니아 및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K9에 이어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도 호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 4월에는 브라질 방산전시회 참가, 현지 방산설명회 개최 등 남미와의 방산협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나라에 K방산이 전파될 수 있도록 동아프리카협력담당관 모두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석원 주무관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안보협력 회의를 서면이나 화상으로만 진행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 대면 협의가 재개되어 양국을 번갈아 방문하게 되는데, 직접 만나 치열하게 토의하고 의논해서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형진 주무관

K-방산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우리나라가 방산 선진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장기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특히 유럽·아시아 등지에 여러 협력이나 행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담당하는 유럽 국가와 협력 또한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은 접근을, 그리고 진정한 협력을 만들어 나가는 기회를 지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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