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으로 연결된 세계
도시에서 즐기는 화려한 야경과 모래 위에서 바라보는 별빛의 향연... 두바이에는 이 모든 것이 있다.
글. 정효정 여행작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사막 위에 마치 신기루처럼 거대한 도시가 있고, 그 도시엔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랜드마크가 가득하다.
세계 최초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칼리파, 세계 최대 규모 분수인 팜 분수, 세계 최대 인공 섬인 팜 주메이라, 세계 최대 복합몰인 두바이
몰, 세계 최대 높이 관람차인 아인 두바이, 세계 최대 크기 액자 형태인 두바이 프레임 등 두바이의 랜드마크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규모다. 두바이에서만 가능한
기상천외한 체험도 있다. 바깥 날씨는 섭씨 40도에 육박하지만 인공스키장인 ‘스키 두바이’에선 스키를 탈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인 ‘딥 다이브 두바이’에선
수심 60m의 깊이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도시에서 차로 30분만 벗어나면 인공구조물이 하나도 없는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모래언덕에서 아찔한 레이싱을 즐기거나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 사파리도 가능하다. 사막에서 하룻밤 머물며 베두인(아랍계 유목민) 스타일의 캠핑을 해볼 수도 있다. 저녁에는 모래 언덕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바라보며 아랍식 바비큐를
즐기고, 밤이 되면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 밤새 사막의 별을 바라본다. 이렇듯 두바이는 자연이 선사하는 장엄함과 인간이 창조해 낸 장대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 장남을 아부다비의 왕세자로 책봉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대체 한 나라에 대통령이 있는데, 그 아들은 어째서 왕세자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실제로 아랍에미리트는 대통령도 있고 왕세자도 있는 나라다.
아랍에미리트의 공식 명칭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nited Arab Emirates)으로, 줄여서 UAE로 부른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7개의 토후국이 연방을 구성한
나라다. 토후국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최고 통치자인 아미르(Amir, 영어로는 emir)가 통치하는 나라로, 아랍에미리트연합국은 ‘아미르가 통치하는 나라들의 연합’이라는
뜻이다.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라스 알카이마, 아즈만, 움 알 카이와인, 푸자이라가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들이다.
이 연합국은 대통령제로 운영되지만, 각 토후국은 세습군주가 있는 왕정 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은 3대째 아부다비의 아미르가 겸직 중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기사는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자 아부다비의 아미르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이 자신의 장남을 아부다비의 후계자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의 동생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은 현재 부총리이자 영국 축구 클럽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1980년 수교를 맺었고, 2009년 원전 수주를 계기로 중동 국가 최초로 ‘전략적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관계다. 2011년부터 아랍에미리트의 요청으로 UAE 군사훈련협력단(아크 부대)이 파병중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랍에미리트는
35억 달러 규모의 천궁-Ⅱ(M-SAM2)의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천궁-Ⅱ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다.
지난 12월에는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등이 아랍에미리트 현장에 참석한 가운데 천궁-II의 첫 실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막 환경에서 천궁-Ⅱ의 성능과
운용능력을 확인하고,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지도를 펼치고 아랍에미리트를 찾아보자. 사실 단번에 찾기란 어렵다. 이 나라는 아라비아반도의 동쪽 끝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불쑥 튀어나온 곳에 위치해 있다. 서쪽으론
사우디아라비아, 동쪽으론 오만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페르시아만 너머로는 이란과 카타르가 있다.
과거 이 지역은 어업과 진주 채취가 주산업이던 가난한 지역이었다. 심지어 일본이 진주 양식에 성공하자 그나마 있던 진주 채취 산업이 붕괴되며 극심한 경제공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58년 아부다비에서 최초로 석유가 발견되며 이 지역의 운명은 바뀌었다.
그렇다면 석유가 발견되기 전 두바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화려한 마천루를 등지고 올드 두바이로 떠나보자. 이곳은 두바이 해상에서 유전이 발견되기 전 무역업을 담당하던
지역이다. 크릭(Creek)이라 불리는 수로를 중심으로 최초의 베두인이 정착한 바스타키아(알 파히디 역사지구)와 과거 금과 향신료, 직물 등을 팔던 전통 시장인 수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다양한 수크 중 단연 방문해 볼 만한 곳은 금을 파는 골드 수크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64kg짜리 금반지가 있다. 지금도 두바이 전통목선인
아브라가 관광객을 태우고 크릭을 오간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과거 두바이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흙으로 지어진 네모난 집들이 골목을 따라 복잡하게 이어져 있다. 집집마다 굴뚝같은 네모난 탑이 눈에
띄는데 이는 바람을 이용한 천연 냉방시설인 윈드타워(Wind Tower)다. 섭씨 40도가 넘는 여름을 극복하기 위한 베두인들의 지혜인 셈이다. 지금 이 지역은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부티크 숍, 팝업 스토어 등이 오밀조밀하게 박혀있는 힙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옛 두바이의 정취와 함께 아라비안 스타일의 차나 식사를 즐기며 느긋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작년 12월, 세계관광협회(WTCC)의 발표에 따르면 관광객이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도시 1위로 두바이가 꼽혔다. 그만큼 이 도시에는 관광객을 현혹하는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우선, 미식이 목적이라면 두바이만한 곳이 없다. 두바이는 파리, 뉴욕에 이어 세계 3대 미식 도시로 손꼽힌다. 이름난 스타 셰프들이 두바이에 자리 잡으며 세계 파인
다이닝의 용광로로 불릴 정도다. 특히 매년 봄이면 ‘두바이 푸드 페스티벌’이 각 나라의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올해는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데, 1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쇼핑 역시 두바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실속 있는 쇼핑을 원하면 여름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사실 두바이 여행의 성수기는 날씨가 선선한 12월에서
2월이다. 반면 6월에서 9월 사이는 매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가 이어진다. 때문에 두바이 관광청은 여름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년 ‘두바이 서머
서프라이즈’를 개최한다. 이 기간에는 각 쇼핑몰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제공될 뿐 아니라 매일 통 큰 경품행사가 쏟아진다. 경품 수준이 무려 드림카나 다이아몬드 반지일
정도니 한 번쯤은 행운을 바라고 두바이로 떠나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경품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사막에서 보석 같이 빛나는 도시를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것 자체가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운 행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