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폰 아카이브
화기(火器)는 세계사를 바꾼 도구다. 그런데 의외로 그 범위와 종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불을 지피는 화염병부터 전쟁의 종결자인 핵폭탄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총이라는 점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글.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분명히 총은 모든 화기를 대표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고 현재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체계 중 하나다. 그런데 총은 의외로 진화가 더딘 무기다. 예를 들어 1985년부터 보급된 K2 소총은 40여 년 지난 지금도 국군의 주력 제식소총이다. 그런데 이 또한 미사일, 레이더 같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한 세기
전에 탄생한 M2 중기관총, M1911 권총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 중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그리 대단한 사실도 아니다.
이처럼 변화가 적은 이유는 총이 소부대 간 근접 교전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투입 요소에 대비해서 산출되는 결과를 고려했을 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의 총으로 모든 임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병사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유지한 상태로 사거리, 정확도, 저지력, 연사력 모두를 최고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의 발전으로 제약이 많이 줄었어도 각각의 임무에 특화된 총이 별도로 존재한다.
권총은 모든 총기 중에서 가장 작다. 메커니즘적으로 데린저, 리볼버처럼 종류가 다양한데 현재 군에서는 장탄과 연사가 편리한 자동권총을 주로 사용한다. 1891년 최초의 자동권총인 살바토르-도르무스가 탄생한 지 불과 20여 년 후인 1910년대에 이르러 자동권총의 평균적인 형태와 구조가 정형화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권총은 휴대하기 편리하나 사거리가 짧다. 더불어 정확도도 떨어진다. 그렇다고 살상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나 현대전에서 권총으로 교전을 벌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군에서는 고급 간부나 전차병, 항공기 조종사 같은 장병들이 호신용 정도로 사용한다.
1824년 개발된 드라이제 소총은 강선, 탄피, 후장식 구조를 채택한 최초의 볼트액션소총으로 이전 소총보다 5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1861년 보오전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볼트액션소총의 시대가 개막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주력 제식소총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기동전이 대세가 되면서 돌격소총에 주인공 자리를 내주고 현재는 저격소총 같은 특수 목적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볼트액션소총은 단발식이어서 연사력이 부족하다. 결국 1884년에 최초의 기관총인 맥심이 탄생했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지옥의 병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초창기 기관총은 무게가 30kg 이상이어서 진지에 거치해 놓고 방어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분대 같은 소부대에서도 강력한 화력 지원 수단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후 기관총은 필수적인 공용화기가 되었다.
권총탄을 사용해서 사거리와 정확도, 저지력은 포기한 대신 반동을 줄여 오로지 근거리 목표를 향해 난사가 가능한 기관단총이 탄생했다. 기대와 달리 1910년대에 개발된 초창기 기관단총은 결함이 많고, 정확도도 떨어져 주목받지 못했으나, 전투가 기동전으로 변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소총, 기관총과 더불어 소부대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무기가 됐다. 이후 돌격소총이 등장하며 급속히 퇴출되었고 현재 특수부대용 등으로 일부 사용 중이다.
한마디로 볼트액션소총과 기관단총의 장점만 취한 소총으로 1944년에 탄생한 StG 44가 최초의 돌격소총이다. 돌격소총은 전투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만큼만 성능을 줄이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덕분에 대부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오늘날 전 세계 군대는 돌격소총을 기본 제식화기로 사용한다. 현재 대표적인 돌격소총인 M4 카빈과 AK-74가 1960년대 이전에 개발된 M16과 AK-47의 개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