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수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소개한다.
K-방산으로
방산수출의 지속가능한 미래
자주국방에서 방산수출로
역사적으로 방위산업은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다. 방위산업의 육성은 국가적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부국강병의 상징이자 국가책략(Statecraft)의 대표적 목표였다.1) 과거 글로벌 방산시장은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최근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따라 적극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 K-방산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K9 자주포,
K2 전차와 같은 지상 장비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방산 선진국인 미국으로의 비궁, 함정체계 역시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K-방산수출의 성장은 시대적 특수에만 기초하지 않는다. 발전의 이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특히, 1970년대부터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추진된 방위산업 육성정책은 오늘날 우리 무기체계의 기술경쟁력
기반이 됐다. 1971년 번개사업을 통해 소총, 기관총 등의 시제제작2)에 그치던 우리 국방기술은 현재 총 99개의 국방기술 분야 중 절반을 상회하는 54개(약 55%)의 기술이 선진권 수준으로 분석될 정도로
발전했다.3)
또한, 2006년 방위사업청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수출지원정책은 기업이 방산수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결과적으로 2006년 연간 약 2억 5,000만 달러 수준에서 출발한 방산수출은
2022년에 약 70배 성장한 173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K-방산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의 성과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산수출은 단순한 경제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익창출을 위해 현재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
1)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김상배 교수 등), ≪4차 산업혁명과 첨단방위산업≫, 2021.
-
2) 조영길, ≪자주국방의 길≫, 플래닛미디어, 2019.
-
3) 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3 국방과학기술조사서 1권≫, 2023.12.
방산수출 4대 강국의 가능성
수출 4대 강국을 향한 우리 정부가 목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재 상황과 미래 목표 간의 격차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3월 발표된 SIPRI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방위산업은 인도 규모 기준 전 세계 10위(2.0%)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조사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연평균 약 89억 2,0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한 것과 연평균 글로벌 방산시장의 성장세 4)를 고려한다면, 2027년까지 수출 4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230~250억 달러 정도의 수출을 달성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방산수출의 선행지표가 되는 수주(Order)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앞선 목표치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의 방산수출은 2018~2021년 전 세계 12위에서 2022~2023년에는 2위의 수주를 달성했다.5) 이러한 성과는 신속한 납기와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국내 무기체계가 구매국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도별 대한민국 방산수출액6)
전 세계 방산시장 내 한국 방산수출 순위(2019~2023년 기간, 인도 규모 기준)7)
-
4) Janes, Janes Market Forecast, 2024.4.13.
-
5) SIPRI, Arms Transfer Database(2024.4.13. 기준)의 데이터 재가공
-
6) 국방부, ≪2022 국방백서≫(P.149)를 기반으로 국방부 발표 자료 추가해 재작성
-
7) SIPRI,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2023, 2024.3.
지속가능한 방산수출을 위한 당면 과제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발전을 보이는 방산수출을 지속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의 국방예산이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약 14.6%)할 것임이 예상됨에 따라8), 타 경쟁국들의 대량생산체계가 구축이
된다면 K-방산이 마주할 경쟁강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대상국의 범위 확대는 필수적이다. 2022~2023년간 한국이 전 세계 방산수주 2위 달성에는 폴란드로의 수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폴란드 수출이 없었다면 평년과 비슷한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수출 대상국가의 수를 타 방산수출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이와 같은 문제점은 더욱더 명확해진다. 한국의 방산수출 경쟁국들은 약 20~40개 구매국으로 소비자층이 두텁지만, 한국은 평균 9.7개 구매국에 수출하는
데 그쳤다.
두 번째 당면 과제는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K9 자주포를 비롯한 기동화력분야의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방산수출 순위는 장갑차와 자주포 분야의
수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타 재화에 비해 장기간 운용하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동일 품목에 대한 수출 지속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
8) Janes, Defense Budgets Annual Report 2023., 2023.12.14.
방산수출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
정부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영역 확장을 위해 범부처 간 유기적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 대상국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해 경쟁국들보다 우수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단일 부처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출 대상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정부는 2022년부터 안보실을 컨트롤 타워로 하여 방산수출전략회의,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운영해 왔으며,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주관하는 방위산업발전협의회 역시 진행해 왔다. 또한 방위사업청 역시 무기체계별 통합수출 기획팀을 구성해 구매국의 요구사항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런 다양한 협의체를 활용해 정부는 방산수출 구매자금 지원 등 차질 없는 수출계약 이행을 위한 정책금융지원안을 마련해 왔다. 또한 원전·건설·반도체 등 타 산업 분야와 연계하는 등 방산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맞춤형 수출지원을 위한 국방기관 간 협업 역시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무기체계를 수출할 때, 방위사업청·국방기술진흥연구소(공동개발, 성능개량), 군(교육 및 훈련장비 제공), 군수사령부(수리부속품 지원 협조),
국방과학연구소(기술이전), 국방기술품질원(국제품질보증) 등이 함께 지원안을 제시해 수출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앞선 패키지 지원안을 더욱 발전시켜 수출 대상국 주변의 안보환경과 군사교리 분석을 기반으로
소요를 함께 발굴하고 실제 운용교관까지 제공하는 등 더욱더 세심한 맞춤지원 역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적극적인 편입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민간분야의 기술혁신이 강조되고 국제자본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오늘날의 비국가행위자인 글로벌 기업이 방산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하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국내 제품의 기술,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R&D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의 품목이 글로벌 기업의 부품공급망에 진입되도록 지원해 나가고 있다. 또한, 해외수출 소요별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가능성을 자동으로 진단하고 결과를 매칭해주는 정보서비스를 확대해 정부지원 수혜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정부는 민간기업의 국방분야로의 진출과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의 첨단전략산업화를 위해 방산혁신기업 100 사업을 진행해 AI, 드론, 로봇,
반도체, 우주분야의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장환경을 볼 때, 스마트화된 무기체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향후 첨단분야 중심으로
개편될 글로벌 방산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비하기 위해 국방 R&D 기관들은 첨단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이뤄지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방산수출의 확대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시대 특수가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주요한 원동력은 자주국방을 기치로 현업에 매진해 온 연구진,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정부·군의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력·생산력·상호운용성 그리고 기타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지난 50년간 축적된 방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당면과제를 개선해 나간다면 현재 우리가 목표로 하는 수출 4대 강국은 요원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방산시장의 구조가 재편되는 가운데 전략적 개선을 통해 새로운 국제적 강자로 도약할 대한민국 방산수출을 기대해 본다.
연도별 방산수출 주요경쟁국의 수출 대상국 수9)
-
9) SIPRI, Arms Transfer Database(2024.4.13.기준)의 데이터 재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