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편

무슨 뜻이야?

‘그사세’라는 표현이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언어와 방식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무기체계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 아는 사람들만이 쉽게 이해하는 언어가 가득하다.
특히, 화력사업부처럼 다양한 무기체계를 다루는 부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세상의 언어를 이해하면, 그만큼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무사세’의 언어를 한 번 알아보자.

화포, 야포, 평사포, 곡사포, 박격포··· 수많은 포포포?

많고 많은 포의 세계. ‘포’는 화약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무기인데, 포 앞에는 다양한 단어가 붙어 있다. 각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포에서 가장 큰 개념은 화포다. ‘화포’는 화약의 힘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화기를 말하며, 용도에 따라 야포, 항공포, 대공포, 대전차포, 함포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화력사업부가 담당하는 무기체계는 야포다. ‘야포’는 야전포병(Field Artillery)의 줄임말로, 부대를 따라 이동할 수 있는 포를 의미한다. 야포는 구경장과 발사각에 따라 평사포, 곡사포, 박격포로 나뉜다. 구경장은 포신 길이를 포구의 지름인 구경으로 나눈 값이다. 구경장이 클수록 포신의 길이가 길어져 사거리도 늘어난다. 무게도 무거워진다. 예를 들어 K9 자주포는 155mm 52구경장으로, 포신의 길이는 155mm에 52를 곱한 약 8,060mm, 즉 8m 정도다. ‘평사포’는 구경장이 35구경 이상이며 발사각이 45도 이하로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직사포’라고도 한다. ‘곡사포’는 구경장이 15~35구경 정도이고 발사각이 45도 이상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박격포’는 구경장이 15구경 이하로 포신이 짧고 발사각은 45도 이상이다. 다른 포들에 비해 가볍고 휴대가 용이하며 포탄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참고로, 포 이름 앞에 숫자 ◯◯◯mm는 구경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견인포, 자주포는 뭐야?

야포 중 견인포와 자주포는 이동방식에 따라 구별된다. ‘견인포’는 말 그대로 견인, 누군가에게 끌어당겨지는 포다. 즉 포 자체에 추진력이 없어서 전용 트랙터나 트럭을 이용해 이동한다. 반면 ‘자주포’는 스스로 기동하는 화포로,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야포를 장착한 형태다. 만약 차량에 박격포가 장착되면 자주박격포라고 하고, 곡사포가 장착되면 자주곡사포라고 부른다.

K, 넌 누구냐?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영문과 숫자로 조합한다. 이런 형태를 제식명칭이나 모델번호라고 부른다. 이때 자주 보이는 것이 K라는 글자다. ‘K’는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영어 Korea의 첫 글자로, 국산을 나타낸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무기가 다 국산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국산 무기체계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기체계, 둘째, 외국에서 개발한 무기체계를 국내에서 면허생산, 셋째, 외국과 공동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한 무기체계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무기명에 K가 붙어 있으면 이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한 것이다. 화력사업부가 담당하는 무기 중 대표적인 예가 K9 자주포다. K9 자주포처럼 단독으로 K를 사용하며, K계열의 대표적 상징성을 지닌 무기체계를 의미한다. 곡사포분야에서도 우리의 자부심을 담은 무기들이 있으니 바로 ‘KH178’과 ‘KH179’이다. 여기서 KH는 Korea Howitzer(곡사포)를 의미하고, 숫자 1은 개발의 최초를 나타낸다. KH178의 78은 1978년에 독자 개발을 착수한 것, KH179의 79는 1979년에 독자 개발을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알고 보면 어렵지 않다

무기체계에서는 한자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듣는 단어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생방이라는 용어도 그렇다. ‘화생방’은 화학, 생물학, 방사능의 줄임말이다. 이와 관련된 무기체계는 탐지, 식별, 보호, 제독, 해독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여기서 제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다. ‘제독’은 제독차가 하는데, 한자를 보면 쉽게 그 역할을 알 수 있다. 제(制)는 억제하다, 독(毒)은 독약 할 때 독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독차는 독을 억제하는 차량을 뜻한다. 이 차량에는 물탱크, 크레인, 양수기, 보일러, 인체제독세트, 제독장비 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비오염 지역에서 사람과 장비를 제독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이나 시설을 제독한다.

탄약 중에서는?

탄은 뇌관, 탄피, 추진체, 신관, 고폭화약, 관통자, 경량덮개 등 다양한 부분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신관이라는 용어가 가장 낯설 수 있다. ‘신관’은 탄두의 작약을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점화하거나 기폭시키는 기계적 장치다. 여기서 ‘작약’은 화학탄, 폭탄, 지뢰 등에서 사용하는 폭발물, 즉 화약을 의미한다. K9 자주포의 155mm 포탄 중에는 항력감소 고폭탄(HEBB)이라는 종류가 있다. ‘항력감소 고폭탄’은 항력감소장치(Base Bleed)를 부착한 탄으로, 비행 중 탄체의 하단에서 발생하는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추진제를 사용해 비행 거리를 늘려준다. 이 포탄은 K9 자주포의 수출 효자 무기로 만든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