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페노믹스(Defe-nomics)’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방위(Defens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디페노믹스는 폴란드, 중동 등지에 우리 무기체계가 대량으로 수출되면서 한국산 무기가
세계 방산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방위산업은 안보와 국방분야를 넘어, 첨단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지닌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 글에서는 자주국방을 목표로 방산육성을 위해 노력해 온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지난 반세기를 톺아보고,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으로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태동과 성장 부분은 한국방위산업학회가 발간한
《방위산업 40년 끝없는 도전의 역사》1)를 참고해 작성했다.
K-방산으로
자주국방 반세기에서
국가 전략산업으로
태동과 기반 조성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노력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방위능력을 책임지는 동시에, 해당국의 주요 산업군 중 하나라는 이중적인 특성으로 안보위기 고조 등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울 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2). 우리나라 역시 1970년대의 자유-공산주의 진영 간 대립과 냉전체제 등 세계 질서의 변화로 말미암은 혼란스러운 안보상황으로 인해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러한 배경은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신조 사건(1·21 사태), 미군 철수 발표(닉슨 독트린) 등 국내외 안보위기가 가중되는 시대에 대한민국 최초의 무기체계 획득사업인 번개사업이 1971년 추진됐다. 소총·수류탄 등 소화기류 역설계를 시작으로,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졌다.
도전과 성장
한국형(K계열) 무기체계
본격 연구개발 추진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강력한 정부 주도의 산업육성과 함께 민간 부문, 무기체계 획득과정에서 경제성을 더욱 중시하게 됐다. 이는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준수 등 동맹국의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한편, 냉전체제가
막바지에 치달으며 글로벌 방산업체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 증강 규모가 확대되고 구매·개발로 무기체계 획득 방법이 다변화되자, 기술파급효과 및 산업 연관효과를 분석·고려해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방위산업을 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이 시기에 주요 국외도입 사업의 경제적 합리성 도모를 위해 절충교역 제도가 시행됐고, 이를 통해 획득한 첨단기술과 장비는 주요 무기체계·부품에 활용되며
방위산업 전반의 국산화를 가속했다.
특히, 이 시기에 K1 전차, K200 장갑차 등 기갑체계와 구축함, 호위함 등 함정체계가 개발·배치됐으며, 기술도입생산을 통해 F-16 전투기 및 209급 잠수함을 확보하는 등 지상, 공중, 수상, 수중 등 모든
분야의 무기체계 개발·생산 경험을 쌓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량은 크게 성장했다.
확장과 세계화
첨단·전략무기 중심의
방위산업 경제성장 동력화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과 함께,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정책 기조는 기존의 보호·육성 중심에서 개방과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경제 지향적 방위산업정책으로 전환됐다. 구매자(고객)가 국가로 한정되는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내수시장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전환에 따라, 2002년 2.4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방산수출 규모는 2012년 23.5억 달러, 2022년에는 173억 달러 규모3)를 달성하며 약 72배로 급성장했고, 2019~2023년 기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2.0%4)를 차지했다.
이 시기에는 K2 전차, KUH 기동헬기, T/TA/FA-50, KSS-Ⅲ 등이
개발·배치됐으며, K9 자주포의 터키 수출을 시작으로 KT-1, T/TA/FA-50, 209급 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무기체계의 수출이 이어졌다.
이로써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산업구조 고도화
국내외 안보환경의 복잡성·불확실성의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이 커지고, 글로벌 방산시장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성장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자국 우선주의와 신냉전체제의 도래로 기존의 호혜적 무역관계가 재정립되면서 경제·안보의 융합기조가 강화5)됐고, 국내 공급망 유지·확보를 통한 방위산업의 자생력 획득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방위산업 정책
방향을 ‘육성’에서 ‘발전’으로 조정하고, 2020년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2021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법적 근거와 전문 기관을 통해 방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지자체와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방위산업이 가진 첨단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의 효과에 주목한 해외 방산 선진국은 100여 년 전부터 헌츠빌(미국), 포트워스(미국), 툴루즈(프랑스)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 우주, MRO 등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해 왔다7). 이에 우리나라도 2020년 경남·창원을 시작으로 2022년 대전, 2023년 경북·구미 등 3곳의 지역 주력산업 기반의 특화형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 방위산업을 지역
핵심산업으로 활용한다. 이와 함께 지역 기반의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현장 지원을 위해 각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협조해 2024년 9월 기준으로 부산과 광주 등 전국 10개 국방벤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의 우수 기술을 국방분야로 신속히 유입해 기업의 매출증대, 고용확대, 특허출원 등 경제적 효과 창출과 첨단기술 확보 등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680여 개 국방벤처 협약기업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해
지역산업과 K-방산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미래 글로벌 방산시장이 첨단기술 위주로 재편된 것이 전망됨에 따라, 국방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기술 혁신형 방산기업 육성, 전문인력양성 및 이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을 기치로 전 세계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며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지닌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전했다. ‘신속한 첨단전력 건설을 통한 글로벌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비전 아래 ① 국방과학기술 7대 강국과 ② 세계 4대 방산수출 국가라는 목표8)를 설정하고, 최첨단 무기체계 전력화 및 이를 통한 산업 경쟁력 확보·방산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달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민·관·군·산·학·연 등 방위산업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서 고민하고 헌신해왔다. 이들의 고민과 노력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이를 발판으로 ‘K-방산’이 글로벌 퍼스트 무버(Global First-mover)로 도약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방산혁신클러스터(3곳)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