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의 ‘눈’
국내 개발 AESA 레이다 시제품 출고!

천개의 ‘눈’으로 보는 AESA 레이다

국내 최초로 한국형 전투기 레이다가 탄생했다.
수 차례의 시험과 점검을 거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AESA 레이다 시제품.

2016년부터 개발하여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자,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보다 1천배 빠른 기술이다.
이제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AESA 레이다로 인해 더 높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Writer_ 신정현 주무관(체계총괄팀)

천개의 ‘눈’으로 보는 AESA 레이다

AESA 레이다는 빠르게 날면서도 360도 주위를 볼 수 있는 잠자리의 겹눈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어릴 적 불렀던 동요처럼 ‘바둑이가 짖다가 놓쳐버린’ 잠자리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도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잠자리의 독특한 ‘눈’ 때문이다. 잠자리는 약 3만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진 겹눈을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낱눈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넓은 지역을 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AESA 레이다의 안테나에도 1000여 개의 작은 송수신모듈(TRM)이 부착되는데 잠자리의 홑눈처럼 각각의 목표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동시에 여러 대의 적의 전투기를 식별하고, 안테나 방향을 돌리지 않고도 목표물을 탐지하고 추적하여 전장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AESA 레이다를 전투기의 ‘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국내개발 AESA 레이다 시제품 출고행사

방위사업청은 최근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될 국내 개발 AESA 레이다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해외에서도 기술 이전을 꺼려하는 AESA 레이다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시제품을 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AESA 레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던 당시 국내 개발 가능성에 대한 견해가 엇갈렸다. 국내 개발도 어려울 뿐더러 예정대로 레이다를 개발하더라도 이후 한국형 전투기에 실제로 탑재해 연동시키기까지 여러 고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기 위해서’ AESA 레이다 개발 위험관리계획을 세워 수행 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점검위원회를 구성하여 4개 분야 112개 항목에 대한 개발목표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하였다. 그 결과 AESA 레이다는 국내 개발이 가능함을 최종 확인하였고, 점검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설계에 반영하여 향후 발생할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AESA 레이다 개발을 통해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중이며, 국내 과학기술 진보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독자기술로 AESA 레이다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미국·러시아·유럽 등 전 세계 11개국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제 첫 발을 뗀 우리나라가 설계를 완료하고 시제품을 출고하기까지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참여업체 연구개발진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는 열정으로 노력한 그들의 헌신에 찬사를 보낸다.

AESA 레이다의 남은 과제

이제 AESA 레이다의 남은 과제는 개발한 시제품을 KF-X에 탑재하고 여러 시험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체계통합을 진행하는 것이다. 체계통합은 KF-X 개발 성패를 가늠할 핵심적인 과정으로 새로운 도전의 연속일 것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개발 참여자 간 문제점을 공유하고 같이 해결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개발에 참여하는 기관 및 업체가 긴밀하게 협조하여 식별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위기관리에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AESA 레이다 시제품 출고가 2026년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성공의 청신호를 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AESA 레이다 시제품 출고!(방위사업청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