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은 언제나 하늘을 꿈꿨다.
손가락으로 차마 헤일 수 없을 만큼 저 먼 옛날에도, 또한 서로의 뜻을 헤아릴 수 없는 먼 타국에서도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이 넓고 오랜 꿈을 현실로 이뤄내고야 말았다.
Writer_ 정태겸 작가
이카로스가 하늘을 날았던 건 탈출하기 위해서였다. 지옥왕 미노스가 미로를 만든 명장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외딴 섬 크레타에 가두었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이어붙인 날개를 만들었다. 날개는 멋지게 완성됐다. 이카로스는 그 날개를 달고 멋지게 날아올라 탈출에 성공했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에 취해 버렸다. 그는 너무 높이 날았고,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추락해서 죽고 말았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꿈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이카로스가 등장한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인간은 하늘을 동경했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를 보며 드넓은 창공을 자유로이 날고 싶어 했다. 그것은 비단 어느 한 사람만의 꿈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비행의 꿈을 꾸었고, 그의 노트에는 온갖 날기 위한 기계가 설계도로 남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갖은 재료로 날개를 만들어 달고 비행에 도전했다고 전한다. 수도 없이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는 새가 하늘을 나는 이치를 탐구했다. 그 모양을 관찰해 그려 놓았다. 그 스케치는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 모형의 모티브가 된다. 동력에 관한 문제만 빼놓고 보자면, 이미 그는 항공의 원리 대부분을 완성해 설계도에 적용했다고 평가받는다.
비행기를 처음 만든 이는 라이트 형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은 이보다 훨씬 앞선 1783년에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인류의 첫 비행에 성공한다. 공기를 데우면 가벼워진다는 걸 몽골피에 형제는 알고 있었다. 이 원리를 이용했다. 종이와 천으로 기구를 만들었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난 후, 비로소 프로펠러와 날개를 단 비행기가 등장한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직접 만든 이 비행기로 12초간 36m를 이동했다.
그들의 성과는 제1차·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그 속도가 무시무시할 만큼 급격했다.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땅 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면 이길 수 있었던 기존의 전략은 대폭 수정해야만 했다. 이제는 어떤 장애물도 없는 창공에서 내리꽂는 전투기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숙제였다. 비행기의 등장은 인류의 전쟁 양상을 완전히 뒤바꿨다. 아니, 하루면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여행이 가능하도록. 인류의 문화, 생활사까지 커다란 변화를 가지고 왔다. 과거에는 일생을 건 도전이었던 대륙 간 여행이 이제는 한나절이면 족하다. 서울에서 런던까지 1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이런 일상을 과거의 인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비행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비행선이 있었다. 20세기 초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과 후고 에케너가 개발한 것인데, ‘체펠린’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독일 정부는 아직 완벽하지 못한 비행기 대신 비행선이 가진 장점을 재빠르게 파악했다. 비행선으로 인류 최초의 정기 항공편이 운항되기도 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순리인 듯 비행선은 무기가 되었다.
거대한 기체는 폭격과 정찰의 용도로 사용됐고, 나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거대한 가스 주머니로 부양하는 비행선은 완벽한 비행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았다. 그러나 1937년 미국 뉴저지의 하늘에서 힌덴부르크 비행선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탑승자 35명이 전원 사망했는데, 당시 이 사고를 수많은 사람이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비행선은 종말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는 비행기의 빠른 발전과 활용으로 직결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500년대 조선에도 비행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인데, 일본의 <왜사기>, 신경준의 <여암전서>,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같은 문헌에서 ‘비차’를 언급하고 있다. 당시 김제 사람인 정평구라는 인물이 비차를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왜병에게 포위된 영남의 읍성으로 들어가 친구를 태우고 30리 바깥으로 날아가서 왜적의 칼날을 피하게 했다는 일화가 눈길을 끈다. 안타까운 것은 비차에 대한 기록만 있고 실재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서양의 글라이더에 대한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괜스레 비차의 이야기를 믿고 싶어진다. 그 오래전의 우리도 이카로스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냈다면, 이 또한 자랑스러운 일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