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빛을 내는 생물들은 생각보다 많다. 앙증맞은 빛을 달고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시작으로 심해에는 더 많은 발광생물들이 살고 있다. 해양생물들 중 약 75%가 자기발광이 가능하다고 하니 빛이 도달하지 않는 심해라 한들 대낮처럼 환히 빛날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들이 빛을 낼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발광생물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반딧불이는 아랫배 끄트머리 두세째 마디에 발광기관이 있다. 이 안에서 발광단백질인 ‘루시페린’과 발광효소인 ‘루시페레이스’가 생산되는데, 이들이 산소와 결합하면 루시페레이스가 루시페린을 산화하며 빛을 낸다.
반딧불이는 어느 종이나 모두 빛을 내지만, 종류에 따라 색에 차이가 있다. 빛의 세기, 깜빡거리는 속도, 꺼졌다 켜지는 시간차도 제각각이다. 보통의 빛은 열로 빠져나가며 극소량만 가시광선으로 변화하는 데 반해 반딧불이의 빛은 90% 이상이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열이 발생하지 않는 ‘냉광(冷光)’이다. 때문에 에너지 전환효율이 매우 높아 이를 응용하려는 과학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냉광을 내는 생물로는 반딧불이 외에도 민물달팽이, 오징어, 야광충, 해파리 등이 있다.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해서다. 수컷은 두 줄의 반짝임을, 암컷은 한 줄의 반짝임을 보이는데 이렇게 다른 불빛 모양은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고,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육지보다 더 많은 발광생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다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야광충이다. 야광충은 말 그대로 밤에 빛을 내는 벌레라는 의미로, 현미경으로 봐야 할 만큼 크기가 아주 작고 투명하며 푸른빛을 낸다. 이따금 밤에도 형광의 푸른빛을 띠는 해외의 해변가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이 야광충 때문이다.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해파리, 오징어, 초롱아귀 등과 같이 빛을 내는 생물들이 훨씬 많아진다. 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기도 하지만, 대개 발광박테리아(야광충)와 공생하여 빛을 낸다. 오징어, 문어의 경우 먹통 안의 특별한 기관에 발광박테리아 집단이 살고 있다. 오징어는 발광박테리아에서 발생한 빛을 위험한 순간에 먹물처럼 뿜어내 포식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어 도구 또는 은폐 도구로 사용하고, 발광박테리아는 오징어로부터 양분을 얻어 생활함으로써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심해아귀는 촉수 끝에 기생하는 발광박테리아가 빛을 내며, 이것을 먹이로 알고 물고기가 접근하면 재빨리 삼킨다고 한다.
열효율이 높은 생물 발광 현상을 여러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해보려는 과학계의 움직임은 오랜 시간 있어 왔다. 프랑스에서는 오징어에서 발견되는 발광박테리아를 이용해 실내와 도로 등을 밝혀줄 수 있는 미생물 램프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는 전기가 필요하지 않아 전기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장점으로 당시 주목받았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미생물과 곤충의 발광 현상을 식물에 접목하는 연구를 했다. 이들은 반딧불이와 물에 사는 박테리아로부터 채취한 발광 유전자를 가로수의 묘목에 적용해 야광 가로수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광주센터 이성수 박사 연구팀과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영필 교수 연구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이경진 교수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발광단백질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신비롭고도 놀라운 자연의 원리는 앞으로도 다방면으로 활용되며 가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