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더하다
“미래 함정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위한 제언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진행되면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다양한 무기체계와 군사력 2위의 러시아 무기체계가 맞붙어 전력 평가의 시험장이 된 지 오래다. 다양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무기체계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는 우리 군 무기체계 개선과 발전에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다.
글. 서정관 교수_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무기체계 중의 하나인 자폭드론(UAV, Unmanned Aerial vehicle)을 비롯해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활용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자폭드론과 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를 이용해 전통적으로 강세로 알려진 러시아의 기갑전력이 무력화됐다. 해상에서는
무인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이 군함에 충돌해 폭발 또는 자폭드론을 이용한 공격으로 무력화되는 군함의 피해 사례가 공개됐다. 이러한
무인이동체(Unmanned Vehicle)를 활용한 정밀 타격은 저비용으로 은밀하게 아군의 인명 피해 없이 적을 무력화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체계임이 증명되고 있다.
전쟁 중에 각종 자폭공격용 드론과 무인수상정을 지속적으로 전장에 투입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공격으로 러시아는 전략적인 해군 군사 거점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잠수함
기지가 러시아 본토와 가까운 노보로시스로 이동하는 전력상 후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군사력 규모도 매우 작고, 개전 초 이미 해군력이 와해된 상황이었으나,
다양한 공격드론과 유도탄 등을 이용해 러시아 해군을 공격해 전과를 올리는 것이다.
한편, 최근 북한 무인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으로 현재 무인기 대응체계와 국민적인 불안감을 가져오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번 북한의 무인기는 단순 프로그램된
항적으로 정찰 등의 목적으로 침범했으나, 향후 무인기 개발 속도에 따라 머지않아 스텔스 및 공격기능을 가진 위협적인 무인무기체계 확보가 예상된다. 따라서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무인기 침공 사건은 무인무기체계가 이용되는 미래전에 대비하는 우리 군 무기체계 개선과 발전에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해군은 국방혁신 4.0과 연계해 미래전 양상과 4차 산업혁명 기술발전 속도에 부합하면서 해양에서 전투력 우위 확보를 위한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우리 해군은 지난해 해군 창설 77주년 기념식에서는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를 상징하는 새로운 명칭으로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를 공표했다. 더불어
2040년을 목표로
무인수상함전대, 무인잠수정대, 무인항공기전대 등으로 구성된 ‘해양무인전력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무인전력을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전투용
무인잠수정(UUV), 함탑재 무인항공기(UAV) 등 수상·수중·공중 무인전력의 균형 있는 확보를 추진 중이며, 향후 기술 발전을 고려해 AI가 적용된 해양 무인전력을
단계적(원격통제형→반자율형→자율형)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천적인 움직임으로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의 단계적 구축을 위한 시범부대로 제 5기뢰·상륙전단을 지정했으며, 2027년까지 소해함에서 기뢰를 탐색하는 수중자율기뢰탐색체와
기뢰를 소해하는 기뢰제거처리기를 복합 운용할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부 R&D사업으로 개념연구, 기초 및 핵심기술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고 곧 구체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무기인 영공침범 사건으로 해군의 무인전력을 조기에 전력화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에는 반드시 대응 기술이 군사적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대응 기술이 없는 무기체계는 우리가 말하는 비대칭 무기체계라 할 수 있다. 이에 육상 중요시설의 드론 공격에 대한 경험으로 드론방어(Anti-drone)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일부는 전력화가 되었다. 전쟁 패러다임의 대변혁을 초래하고 있는 무인이동체가 무기체계로 진화되고 소형화, 자율화, 군집화, 자폭화, 정밀타격화 등 다양한 공격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대공방어체계를 갖춘 최첨단 군함이라고 할지라도 진화되고 첨단화된 무인이동체인 군집드론 등의 다양한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다. 저가의 무인기 공격으로 1조 원이 넘는 이지스 구축함이 한순간에 기능을 상실하여 무력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인무기체계의 공격 능력에 대한 기술적인 위협분석과 방어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군함은 첨단 기술의 무기체계들이 집합된 복합 무기체계이며 일정 기간 운용 후 특정 시점에서 성능개량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무기체계의 성능을 보강하고 이후 함정의 계획수명이 되면 퇴역하여 폐기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퇴역 시기가 도래하는 군함 또는 성능개량이 완료된 군함의 경우는 과거의 전통적인 공격 무기체계 즉 미사일, 함포, 어뢰, 기뢰 등에 대한 함정 통합생존성 기술로 설계가 됐다. 그러나 현재 통합생존성 기술측면에서 무인전력의 공격에 대한 방어 또는 대응 기술 확보는 상대적으로 관심과 관련 기술개발이 부족하다. 기존 전통적인 공격 무기체계에 의한 전투손상과 새로운 공격 무인무기체계의 함정 손상특성이 매우 다른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무인무기체계의 군함에 탑재하여 운용 중에 발생하는 비전투손상 특성은 매우 다른 것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무인무기체계를 군함에 탑재해 운용 중에 발생하는 비전투손상특성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손상특성에 해당된다. 게다가 미래 무인이동체의 전장 투입방식도 항공, 수중, 수상에서 이루어지므로 전장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현재 최첨단 해군 함정이라도 방어적인 측면에서의 근접무기 방어체계의 활용과 전통적인 통합생존성 기술이 적용된 함정기술 이외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레저용이나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드론조차도 매우 위협적인 무기체계로 분류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격 무인무기체계를 확보하여 전투 능력을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동시에 공격에 대한 대응측면에서 귀중한 병력과 군함의 생존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해군은 창설 당시 변변한 군함 한 척 없었지만, 해양보국(海洋保國)의 의지와 열정으로 네이비 씨 고스트라는 AI 기반의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는 미래 전장을 주도할 ‘게임체인저’로 발전 중이다. 정부와 군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주체인 산·학·연 모두의 의지와 역량을 집중해 질적 우위의 해양강군을 건설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네이비 씨 고스트의 완전성을 위해서 해양 전장 환경에서 운용되는 무인이동체 공격에 대비한 함정 통합생존성에 필요한 기초부터 단계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 해군도 새로운 위협인 무인무기체계를 활용한 미래 전장 패러다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래 해양 전장 환경에서 운용이 예상되는 무인이동체를 대상으로 함정 통합생존성 향상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기술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지하고 기술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