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폰 아카이브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가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비행기는 군사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결국 8월 15일 세르비아군과 오스트리아군의 조종사가 권총으로 총격전을 벌이며 공중전이 시작됐다.
글·사진.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20세기 초에는 가내공업 수준의 시설에서도 비행기 제작이 가능했기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당시의 전투기는 형태가 중구난방이었다. 전쟁 말기에 프랑스의 스패드 S.8, 영국의 뉴포르 17, 독일의 포커 D.7 등의 ‘복엽전투기’가 등장했다. 그러나 공중전에서 갈수록 속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단엽 전투기’가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영국의 스피트파이어, 독일의 Bf 109, 미국의 P-51 등은 지금도 전쟁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공중전도 가까이 다가가 기관총으로 싸우는 방식이었다.
엉뚱하지만, 전투기의 세대를 제트전투기가 실용화된 이후부터 나눈다. 공중전과 관련한 역사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쓰였음에도 정작 전투기가 탄생한 이후부터 그때까지의 기록을 기원전 이야기처럼 취급한다. 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고 공식적인 기준도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현재 5세대까지 실용화됐다.
전투기의 심장이 피스톤에서 제트엔진으로 바뀐 초창기 제트전투기가 1세대 전투기로 미국과 소련이 최초로 실전 배치한 F-80, MiG-9 등이 있다. 공대공 전투도 예전처럼 기관포나 기관총 사거리 내에서 이루어졌다. 후기에 등장한 전투기들은 후퇴익 등을 채택하는 등 기술적인 변화가 있었으나 음속은 돌파하지 못했다. 195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미국의 F-86, 소련의 MiG-15가 1세대 전투기의 대표들인데 공교롭게도 이 두 라이벌이 전설을 남긴 시공간이 6·25전쟁이었다.
2세대 전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음속 비행이 실현됐다는 것이다. 여전히 조종사의 시야 범위 내에서 전투를 벌였고 초보적인 공대공 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했다. 미국의 F-104, 소련의 MiG-21, 영국의 라이트닝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전성기 이후 은퇴했으나 경제 상황이나 안보 위험이 크지 않은 국가에서는 일부가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적기와 교전을 벌일 수 있게 됐다. 2세대와는 개발 시기가 10년 정도 늦었을 뿐인데 세대를 달리해서 구분할 정도로 성능 차이가 크다. 미국의 F-4, 소련의 MiG-23, 프랑스의 미라주 III 등이 대표적인 3세대 전투기다. 상당량이 현역으로, 주로 2선급 전투기나 공격용으로 사용된다.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항전 장비와 공대공 미사일의 성능이 더욱 향상돼 탄생했다. 미국의 F-15, 소련의 Su-27, 프랑스의 라팔 등이 대표적이다. 최신 개량형인 F-16V, 현재 개발 중인 KF-21 등은 4.5세대 전투기로 구분된다.
5세대 전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텔스다. 저피탐성을 방패삼아 사거리가 긴 대공미사일 그리고 네트워크 중심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의 F-22, F-35, 중국의 J-20, 러시아의 Su-57뿐이고 KF-21도 후기형은 5세대 전투기로 개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