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더 멀리

토끼와 거북이가

협력하는 방법

어릴 적으로 잠시 돌아가 보겠다. 익숙한 우화 중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있다. 쉬지 않고 끝까지 달리던 거북이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토끼를 이긴다는 내용이다. 이 우화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느리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엔 이긴다’였다. 과연 그게 끝일까?

글. 백종화_조직 코칭 전문가

현대판 우화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벌이는 전래동화와 달리 유튜브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4차전까지 이어가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어른들의 관점에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1차전에서 자신이 나태했다는 피드백을 한 토끼가 2차전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경주에서 승리한다. 2차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본 거북이.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 달리기가 아닌 자신이 잘하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경기장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수영을 하지 못하는 토끼를 3차전에서는 이기게 된다. 3차전까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우리의 일상과 비슷해 보인다. 모든 경주는 내가 이겨야 하고, 내가 이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니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일상과 비슷하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본 토끼와 거북이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경쟁하듯 경주하며 달리기에 강한 토끼와 수영을 잘하는 거북이는 서로가 가진 강점과 약점을 알게 되었고 서로 친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대망의 4차전, 이때 경주의 목적이 크게 달라진다. 1~3차전까지의 경주에서 목적은 ‘누가 더 빨리 달리는가?’였다. 즉, 둘 중 한 명이 이기는 게임을 한 것이었는데 마지막 경주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결승까지 빨리 도달할 수 있을까?’로 변한다. 그렇게 토끼와 거북이에게는 ‘함께 일찍 도착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달렸고, 강 위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친다. 그렇게 경주를 한 토끼와 거북이는 가장 이른 시간 안에,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어떤가? 혼자서 성공해야 하는가? 아니면 함께 협업해야 하는 상황인가?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요즘 시대는 ‘갈라치기의 시대’다. 삶 속에서 다양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 버리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업의 성과를 등수로 매겨서 진학할 학교가 결정되고, 나이를 기준으로 기성세대와 MZ 세대로 사회를 가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으로 국민을 가르고, 리더와 팀원이라는 구조로 조직 구성원을 가르는 시대다. 갈라치기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는 것’과 ‘내가 정답이야’를 외치며 내가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해야 한다. 너는 없고, 나만 있는 시대, 그런데 시대가 너무 빨리 변화하기까지 한다.

#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의 시대

10년 전과 지금의 시대에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지식과 경험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조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리더였다. 조직에서 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리더가 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더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생성되고, 그 지식과 정보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공유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A그룹의 부사장단과 워크숍을 하던 때를 들어보겠다. B 부사장은 쉬는 시간에 잠시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며 “요즘 정보는 유튜브에 다 있어요. 이제는 이걸로 공부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의 부사장도 모르는 것을 유튜브로 공부하는 시대다. 지금은 관심만 있다면 리더가 모르는 것을 구성원들도 알 수 있는 시대다. 어쩌면 유튜브에서 더 잘 검색하고, 다루는 이들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전의 조직 운영 방식은 수직적인 구조로 운영됐고, 상사가 하달하는 명령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더 큰 초점이 맞춰졌었다. 그래서 리더가 원하는 바, 리더가 지시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무조건 ‘예’라고만 말하는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리더 주변에 ‘YES맨(예스맨)’들이 가득할 때 조직에는 좋은 점이 있다. 리더가 추진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예스맨이 신속하게 실행하고, 또 그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일사불란해 보인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 가운데서 리더의 역할도 변화하자 ‘한 사람의 생각이 모두 정답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리더 또한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실패할 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예스맨들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리더의 부족한 부분과 실수, 그리고 리더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약점이 드러날 때는 정말 큰 이슈가 이미 생겼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지금, 현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조직에 YES와 NO를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은 편과 내 리더의 생각이라 하더라도 ‘다른 의견과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 편이 하는 말이니까 무조건 옳고, 너희 편이 하는 말이니까 무조건 틀렸어’가 통하지 않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 공동의 목표를 가진 모두가 리더

아무리 똑똑하고 팀워크가 좋아도 올바른 결정이나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모습처럼 경쟁하는 사회가 아닌,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팀이야말로 서로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나아가려고 할 테니까.

우리의 성공이 내 편의 성공이 되고, 네 편의 실패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같은 목표’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큰 공동의 목표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안전’일 것이다. 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생각이 맞고, 너희 생각은 틀렸어’라는 생각보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이때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다양한 강점들이 사용될 수 있는 사회가 된다.

# 리더만이 정답은 아니다

리더가 조직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구성원일 수는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성공을 경험한 슈퍼맨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이 시대는 과거의 방법과 경험이 정답을 알려주지 못한다. 너무 빠른 변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고객의 니즈, 새로운 경쟁사의 전략 그리고 극도로 고도화된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큰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슈퍼맨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생각과 관점을 모아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이해하는 구성원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모두가 리더가 되는 시대’ 말이다.

넓게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