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해 핵심기술개발과제를 종료했다. 이 중 5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기술은 스텔스기와 같이 탐지될 확률이 적은 저피탐 항체를 추적하는 레이더 기술, 무인기가 스스로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 무인기의 레이저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광섬유 레이저 기술, 전차·장갑차·자주포 지키는 방탄 장갑 판재 기술, 레이더·5G장비 핵심부품인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 양산 공정 기술이다.
저피탐 항체를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을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저피탐 항체 탐지 고출력·고감도 표적탐지기술은 국방과학연구소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방위사업청 주관 국방핵심기술 과제를 통해 추진해 온 사업이다.
저피탐 항체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레이더의 출력을 높여 미세하게 반사하는 전자파 신호를 파악하고 수신 감도를 높여 잡음 속에 섞인 세밀한 표적 신호를 잡아내는 고도의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를 위해 디지털 레이더 체계의 설계 기술과 고출력·고감도 하드웨어 기술, 잡음 속 미세한 신호를 잡아내는 고성능·고속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레이더 기술을 개발했다.
저피탐 항체 탐지 기술은 한반도 주변국의 전투기를 감찰하는 광역 감시 레이더의 기반 기술로 활용되고, 지능형 레이더 신호 처리 기술 및 극초음속 표적을 추적하는 미래형 레이더 연구·개발의 기반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무인기가 스스로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자율 항법 기술을 개발했다. 2017년부터 3년간 연구한 끝에 2020년 8월 무인 자율 항법 임무관리 기술을 개발해 무인기의 자율화 능력 확보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무인기 자율화 기술은 무인기가 자율적으로 근접 범위 내에서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비행경로를 파악하고 임무 수행 순서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군용 무인기가 작전 임무 중에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며 민수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자율로봇과 무인 항공 교통수단에 활용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향후 민간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 무인 항공 교통수단 상용화 때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레이저 출력을 높인 기술을 국내 기술력으로 확보에 성공하고 레이저 대공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파장제어 빔 결합기술로 고품질 광섬유 레이저 발생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방위사업청의 선도형 핵심기술사업을 통해 1kW급 레이저 모듈에 파장제어 빔 결합 기술을 적용해 다섯 개의 1kW급 광섬유 레이저를 하나의 5kW급 고품질 레이저로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파장제어 빔 결합 기술은 각기 다른 파장의 다수 레이저 광을 공기 중에서 굴절시켜 하나의 빔으로 합치는 기술이다. 다각도로 분산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직선 형태로 강한 세기를 갖고 뻗어 나가는 빔으로 제작했다.
이 기술은 현재 대다수의 레이저 무기체계에 탑재가 쉬운 광섬유 레이저를 활용했다. 소형 경량화와 취급, 유지보수에 유리하며 무기체계로 개발될 시 드론이나 미사일 등 적의 대공위협을 방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향후 10년 내 레이저 무기분야를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핵심 부품국산화, 소형경량화 광섬유 레이저 기술 개발로 수십~수백 kW급 레이저를 개발하는 데 연구를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에 사용되는 철강 장갑 판재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개발한 철갑 판재는 초고경도(Ultra-high hardness) 장갑 판재와 고경도(High hardness) 장갑 판재다. 철강 장갑 판재는 전투차량의 주 차체 구조물 제작을 위한 방판 판재를 말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자체 개발한 장갑 판재를 자국의 무기체계에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군 소요물량의 적기 수급에 제한적인 사항이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경량성과 외부 충격에 강한 인성을 갖춘 금속재료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해왔고, 그 결과 합금설계기술, 소재공정기술, 장갑설계기술과 방탄기능을 평가하는 시험평가기술까지 종합적으로 향상한 결실을 보았다.
개발한 초고경도 장갑 판재는 금속재에 미세조직을 적용한 슈퍼베이나이트강(Superbainite Steel)보다도 열처리 시간을 100배 이상으로 감소시켜 제조기간을 절감시킬 수 있다. 방탄 성능도 슈퍼베이나이트강은 취성을 가져 탄환을 다중으로 피탄하면 부서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 개발한 초고경도 장갑 판재는 여러 번 피탄에도 깨지지 않고 방호 성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K9 자주포
K2 전차
단시간 내 고강도의 에너지 발산에서 안정적인 가동을 돕는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고효율·고출력이 가능한 반도체 부품인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는 단시간 내 고강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레이다 등의 첨단무기체계에 탑재된다. 감시정찰용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다와 5G 이동통신 장비에도 쓰인다.
그동안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기업에서만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물자로 지정해 수출 통제 대상으로 관리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술력 부재로 수입에만 의존해 온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2015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0년까지 진행한 핵심기술 사업을 통해 개발했다.
고출력 질화갈륨 전력증폭소자 칩이 적용된 반도체 기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