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VOL.127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체계개발 사업 착수

전자전부터 대비하라

세계는 지금 첨단 전자전 무기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기에 선진국은 자신들의 기술을 이전하는 데에 거부반응이 커 우리 역시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글. 감시전자사업부
전자전사업팀

현실에서 나타난 전자전의 필요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일반전화나 아날로그 무전기를 사용하다 위치가 노출된 러시아 부대의 장군들이 다수가 전사했다는 언론 기사가 있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에서 수행한 전자전 간섭으로 비행기의 움직임을 감시하려던 중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기사도 접했다. 이 기사들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현대전에서 빠질 수 없는 전자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전자전의 사전적 의미는 ‘적의 전자파를 탐지해 징후 및 위치를 식별하고 적의 C4I 및 전자무기 체계의 기능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키며, 적의 전자전활동으로부터 아군의 C4I 및 전자무기체계를 보호하는 제반 군사 활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적이 운용하는 통신이나 레이더 등의 전파를 탐지해서 방해하고 적의 방해활동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활동이다. 현대전에서는 무선통신장비나 전자무기체계를 쓰지 않는 작전활동이 없기에 전쟁의 시작과 끝이 전자전에서부터 출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전은 지상, 해상, 공중과 우주영역까지 모든 전장(戰場)에서 수행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전쟁수행의 중요 핵심요소다. 전자전장비에 첨단 기술이 집약되고 보안유지가 필요한 전략적 특성으로 인해 초강대국에서 극비리에 개발 및 운용되고 있으며 전자전 장비의 보유 여부와 장비의 능력 또한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만 해도 전차, 장갑차 등을 직접 만들 수 있었지만 전자전 장비만큼은 해외에서 어렵사리 도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국산 전자전 장비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함정에 탑재하는 전자전 장비를 시작으로 국내 기술을 활용한 전자전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자전 스펙트럼 개발 영역 확대

해군의 초기 구축함에는 미 해군의 APECS(Advanced Programmable Electronic Countermeasure System) 장비가 장착되어 운영되었다.그러나 미군이 운용하는 장비에 비해 성능이 낮은 장비를 운용하면서도 해외 도입장비에 대한 운영유지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 방향탐지 기술, 미사일 위협 분석·식별기술, 디지털형 재밍기법 등을 적용한 함정용전자전장비 (SONATA, Sea Operational system for Navy Acquisition & Tactical Attack)가 1990년대 초 국방과학연구소를 주축으로 개발을 시작해 2000년대 초반부터 신형 구축함에 탑재되었다. 독자적인 전자전 장비를 갖춘 나라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KF-16에 장착하는 항공기용 전자전 Pod나 육군이 적 지휘통신망을 상대로 감청 및 교란을 수행하는 지상전술전자전장비 등 점차 전자전 스펙트럼의 개발영역을 확대해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국산 함정용전자전장비의 전력화 이후 20년가량을 운용하는 동안 적이 운용하는 레이더나 유도미사일이 사용하는 전자파 또한 범위에 있어서 급격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아군이 변화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최신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자전장비의 개발이 요구되었고 여러 과정을 거쳐 체계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신형 전자전장비는 새로운 유형의 전자파 위협을 탐지·분석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방향탐지 정확도의 향상뿐만 아니라 지능형 재밍 기술들을 접목해 기존 운영하는 SONATA 장비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무기체계로 우리 국산 전자전 장비 기술 수준을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운용 개념도

전자전, 선택이 아닌 필수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체계개발 사업은 올해 초 체계개발기본계획 수립 이후 입찰공고·협상우선업체 선정, 제안서평가 기술 및 조건협상, 체계개발실행계획서 작성 등을 추진하고 현재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사업이 뒤늦은 소요결정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신규로 건조되는 최신 해군함정에 구형 SONATA 장비가 장착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신형전자전 장비를 개발할 경우 함정 건조 일정 보다 사업의 착수가 늦어져 함정의 전력화 시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합동참모본부의 소요결정 이후 관련기관과 협업을 통해 소요검증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타당성 조사를 조기 마무리하는 등 우려를 기우로 반전시켰던 것은 사업팀의 대표적인 적극행정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체계개발을 통해서 전자전 지원 능력뿐 아니라 미래에 요구되는 전자공격 및 전자보호 능력을 확충하고 지상, 공중 및 우주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전자전의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저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무기체계가 본연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준비하고 아군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자전을 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함정용전자전장비-Ⅱ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우리 함정에 장착되어 ‘K-방패’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고대해 본다.

함정용전자전장비-Ⅱ 장비 개념도

신형 전자전장비는 기존 운영하는 SONATA 장비보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무기체계로 우리 국산 전자전 장비 기술 수준을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