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보는 트렌드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에서는 ‘모두를 위한 인류 안보’(Human Security for All)’를 핵심 주제로 삼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글로벌 기후 위기 등의 영향으로, 국가적인 안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에서까지 안보가 우선시되고 있는 반증이다. 새로운 안보 트렌드에 대해 짚어본다.
‘CES 2023’이 올해 1월 5일부터 3일간 열렸다. 이번 CES의 화두는 ‘인류 안보’였다. 전자와 정보기술 업계에서 ‘안보’라는 다소 생경해 보일 수 있으나,
CES를 주최하는 전미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일찌감치 ‘모두를 위한 인류 안보’를 올해 핵심 주제로 선정하고, 콘퍼런스 등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서
CTA는 유엔(UN) 산하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류 안보는 개인을 위한 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식량, 의료 접근성, 소득, 환경 보호,
개인 안전, 지역사회 안보, 정치적 자유 등 개개인의 일생 경험과 관련된 안보를 나열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 1994>에서 처음 선보였다. 보고서는 그때까지 통용되어 온 안보 개념을 뒤집어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력으로써 국토를 지킨다는 전통적 안보 개념을 넘어서, 발전으로써 인간을 지킨다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ES가 왜 ‘인류 안보’를 주제로 삼았을까? 그 이유는 기조연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CES에서는 최초로 농기계 제조업체의 CEO가 기조연설을
했는데, ‘농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존디어의 존 메이 CEO가 나섰다. 그는 “향후 25년 동안, 세계 인구는 80억 명에서 거의 10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식단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농업생산량을 50% 정도 더 늘려야 한다”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전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가 현재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라며 강조했다.
CES 2023은 ‘혁신 기술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개선하고,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 변화를 견인할 것’임을 제시하고 그것이 인류 안보를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CES 2023은 인류 안보라는 주제에 걸맞게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기술을 선보였으며, 인류의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 식량과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존디어,
LG, 삼성, 지멘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하여 혁신 기술이 어떻게 에너지 보존, 전력 생산량 증대,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스마트시티 조성,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기업들의 구체적인 기술을 살펴보면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렉터는 존디어의 기계는 빠르고 정확하게, 비료 사용은 최소화하면서 씨를
뿌린다. 제초제도 대단위 ‘살포’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효과적으로 ‘주입’하는 등 진일보한 기술을 선보여 최고의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기업들은 친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초연결 스마트싱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활용한 넷제로(탄소중립) 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존을 부스에 꾸리고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과 장애인 동행을 위한 행보들을 모아 전시했다. 또 글로벌 조선
업계 1위 HD현대(구.현대중공업지주)도 조선해양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무인화 및 친환경 연료를 접목한 오션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기술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모두 ‘인류 안보’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류가 어떻게 위협을 받고 있는지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이
바이러스에 의해 보건상의 위기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물류망 붕괴, 기후변화 등을 불러왔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수급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인류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문제는 생존 위협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고민은 전 인류가 떠안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