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폰 아카이브
개발 목적과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무기들이 있다.
이 무기들의 공통점은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제조국이 아닌 수출국에서 호평받아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오래 인정받는 무기체계를 만날 수 있는 코너
글·사진제공. 남보람 선임연구원_군사편찬연구소
아주 오래전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영화 <코만도>에서 주인공의 시그니처 무기처럼 인식된 M202 견착식 4연장 로켓발사기가 있다. 공식 명칭은 ‘발사기, 로켓, 66mm, 4연장, M202(Launcher, Rocket, 66mm, 4-Tube, M202)’이고 통상 명칭은 ‘M202 FLASH’이다. FLASH(Flame Assault SHoulder)는 견착식 소이공격탄의 약자로 어깨 위에 올려놓고 쏘는 화염무기라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주로 사용된 화염방사기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M202는 동굴이나 도시처럼 굴절된 공간에 적이 숨어 있을 때 매우 유용했다. 그러나 근거리 발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위치가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단점과 위험 부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육군은 멀리서 발사해 폭발하는 형태의 화염 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발사체는 1960년대 중반에 개발한 ‘M72 LAW 로켓’에서 모터와 핀을 가져왔고, 60mm 박격포를 위해 개발한 M235 탄두와 M434 접촉 신관을 결합했다. 여기에 미국 육군이 대전차용으로 개발하던 XM191 다연장 로켓을 그대로 가져왔다. 탄두에는 화학제인 ‘트리에틸 알루미늄’을 넣어 폭발하면 격렬한 화염과 유해한 연기가 발생하고 한번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으며 물속에서도 격렬하게 타올랐다.
M202의 시제품이 완성되었을 때, 개발팀과 육군 관계자들은 만족하며 합격점을 주었다. 네모난 긴 통 하나에 탄 운반, 장전, 조준, 발사의 기능 모두를 담은 혁신이었다.
그러나 시험보급 받은 부대에서 이를 운용한 병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병사들은 우선 M202의 부피가 너무 컸으며, 또한 조준과 발사가 단순한 대신 명중률이 떨어졌다.
후방으로 15미터 정도 발생하는 후폭풍은 사용자의 위치를 쉽게 드러냈다. 결국 초도 보급량 대부분이 무기고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에서 홀대받던 것과 달리 M202는 국군에게 KM202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주목받았다. 야전에서는 KM202 사격훈련을 주로 실탄이 아닌 축사기로 진행했다.
KM202가 모든 부대에 편제된 것이 아니었기에 사격 기회는 성적 우수자 등에 한해 주어졌다. 병사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특이한 무기를 쏴볼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라면 이런 사용 특성은 우군을 위험하게 하는 요소들이지만 국내에서는 교육훈련의 목적으로 다르게 사용된다. KM202는 또한 공용화기 사격 시범식 교육, 합동화력 시범
훈련 등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훈련용 화기로 사용됐다. M202를 보고 ‘66mm 무반동총 네 개 붙여 놓은 거잖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맞는
얘기다. 1960년대 중반에 미 육군이 개발한 66mm 무반동총 즉 ‘M72 LAW’가 여기에 적용되었다. ‘LAW’는 ‘Light Anti-Armor Weapon(경량형
대전차 화기)’의 약자이다.
앞서 언급했던 M72도 ‘전차 잡는 건 전차인데, 보병이 전차포를 떼어서 들고 다니면 안 되나?“라고 우스갯소리를 시작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실제 전차가 아닌 근접전과
시가전을 할 때 적을 엄폐한 보병, 숨어있는 저격수를 상대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M72의 기본 원리는 전차포와 같다. 합성수지로 된 발사관 안에 대전차포를 넣고 전차를 향해 쏘는 것이다.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작고 가벼우며 간단했지만 전투실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차에 사용하기에는 관통력이 너무 약했다. 다른 공용화기에 비해 가볍고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꺼내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 후 그 자리에 버리고
이동하면 되는 일회용이었기에 더욱 좋았다. 실전에 참전했던 병사들의 후기를 보면 ‘M72가 있으면 무조건 챙겨서 나가라’는 조언이 종종 등장한다. M72는 주로 대보병전
화기로 사용돼 야전부대에서는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장병들이 선택적으로 들고나가 쓸 수 있는 독특한 보급체계를 유지했다. 필요하다면 한 사람이 두세 개씩 겹쳐 메고 나가기도
했다. M72는 2000년대 초반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그리고 지금도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