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더하다
함정 통합생존성은 시스템공학과 동시공학의 원리 및 기법들을 적용해 함정 생존성의 세 가지 구성요소인 피격성과 취약성·회복성을 통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함으로써 대상 함정을 위한 가용자원의 적절한 할당, 설계 최적화 및 건조 비용 저감과 궁극적으로는 임무 수행 능력 제고를 통해 전투형 함정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공학적 관리개념을 가지고 있다.
글. 서정관 교수_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 김태훈 해군소령_전력분석시험평가단
함정 통합생존성 관점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 해군 HMS Sheffield(Type 42) 구축함과 중동전에서의 미국 해군 USS
Stark(FFG-31) 호위함이 Exocet 미사일에 의해 피격된 사례다. 또한 소형보트를 이용한 자살테러 공격의 경우는 2000년 예멘에서 알카에다에 의해 미국 해군
USS Cole(DDG-67)이 피격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공격 등 미래전의 양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해군은 2000년도 중반부터 통합적 설계기술 연구용역을 통해 함정 생존성 향상을 위한 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LST-Ⅱ 기본설계를
병행하면서 해외기술 도입을 통해 국내 함정 통합생존성 기술 고도화를 진행했다. 또한 함정 화재손상 대응설계 핵심기술인 함정 전투손상통제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독자적인 ‘한국형 함정 손상통제체계’를 완성해 함정의 회복성을 크게 향상했다. 국방 선진국의 핵심기술 미공개로 관련 기반 기술이 전혀 없던 우리 해군은 이처럼 각고의 노력을
통해 자체 함정 생존성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 및 무기체계 발전 추세, 최근 교전 사례 등 진화되는 무기체계의 기술 성숙도 상승에 따라
생존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술적인 요구사항이 지속해서 식별되고 있고, 기존에 확보된 통합생존성 기술로는 미래 함정 적용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통합생존성에
관한 기술적인 현주소와 제한사항을 살펴보았다.
① 위협 분석
기존 함정들은 위협환경 분석을 해외 기업에서 용역을 수행해 함정별 선정위협 종류가 유사하고 생존성 해석에 필요한 상세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미래 무기체계(극초음속
미사일, 무인이동체, 군집형 무인이동체 등)의 공격 양상·패턴 정보 부재와 피격 시 통합생존성(취약성) 향상방안이 매우 부족하다.
② 취약성
해석 현 취약성 해석은 초기 설계 단계에서 일반배치 시 생존성 미검토로 생존성 향상 기술 반영에 제도적인 절차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설계 수준의
함구조·계통도 및 제원 확정 후에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나 기본설계 일반배치도는 상당부분 함제원 및 배치가 확정된 시점으로 생존성 향상 기술 반영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③ 생존성 요구 수준·조건
실적 함정별 설계 시 요구되는 생존성 요구 수준·조건이 해외용역 결과에 의존해 세부 사양 및 설정 및 상세 근거가 부족하다. 이는 소요군
운용개념과 함정 설계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생존성 요구 수준의 설정 근거 및 개념 명확화가 제도적이고 기술적으로 요구된다.
④ 방탄 설계
기존 함정 방탄 설계는 총탄의 경우 특정 철심탄만 고려하고 있으나 실제 위협은 그 이상의 대구경 기관총이거나 철갑탄일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파편
설계위협(방탄 설계를 위한 생존성 해석용)의 상세 기술정보가 부족하며, 근접방어 무기체계 운용개념에도 고려되지 않는 상황으로 방탄 신소재 및 성능 향상 신기술 적용성 등의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통합생존성 기술의 미래 지향점을 바탕으로 함정 통합생존성 기술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섯 가지 기술·제도적 준비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통합생존성 관련된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 미래 신 무기체계 발전추세, 최근 교전사례 등을 고려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모든 무기체계 위협에 대한 공격 특성
예측·분석, 공격 대응, 피격 시 견딜 수 있는 함정 구조성능 확보, 단시간 내 전투능력 회복성 향상 등 종합적으로 해석·분석·검토가 가능한 한국형 함정 통합생존성 플랫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통합생존성 기술의 현주소를 인지하고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확보해야 할 기술별 기초 및 핵심기술을 구분하여 연구개발이 추진돼야
한다.
둘째, 통합생존성 설계 및 기술개발 과정에서 단위 무기체계 및 전술단위 무기체계의 효과도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해군 함정 설계 시 고려하고 있는 효과도 분석은 탑재
무장·센서 변경에 따른 대안별 단위 함정의 효과도 분석은 수행하지 않고 있다. 전술단위 무기체계 효과도 분석은 생존성 설계의 위협 대응 시나리오에서 활용해 적의 공격 양상을
분석하고 우리 해군 함정의 전투효과도를 높이는 데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셋째, 함정은 병력감소와 최신기술에 따라 무기체계는 자동화·통합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무장 및 센서를 탑재하고 있고, 추진체계는 전기추진기를 사용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함정 무기체계의 발전추세를 고려하고 통합생존성 설계의 취지인 ‘Integrated Balancing’에 맞도록 비용 부분까지 고려된 SWaP-C2(Size, Weight,
and Power, Cost and Cooling)로 확장이 필요하고 관련 분석, 검증 및 해석 기술 등도 함께 개발돼야 한다.
넷째, 통합생존성 향상은 함정 플랫폼의 취약성 확보를 기반으로 해상 전장환경에서 플랫폼에 탑재된 다양한 장비·설비의 지속적인 요구성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전투능력
유지, 피격성 감소 및 회복성 향상으로 직접적인 연동체계를 구성돼야 한다. 특히, 장비 및 설비에 대한 상세한 첨단 고장모드 유형분석 등의 신뢰성 향상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현재까지 함정설계는 탑재되는 다양한 기술 분야별 개발주체가 각기 달라 통합생존성 설계와 장비의 신뢰성 설계가 별도 구분되어 생존성 통합화에 어려움이 존재했다. 따라서
함정의 통합적인 측면에서 설계 및 장비의 신뢰성 기술 통합화를 위해 민간분야에 복합 및 고위험 설비에 활용하는 정량적인 위험도 평가관리·통합 신뢰성 향상·다중보호해석 기반
설계기술 등이 함정 설계 적용 및 관련 절차의 제도적 개선이 또한 필요하다.
국방 선진국들은 운영 중인 핵심 함정의 피격사건을 경험하면서 생존성 기술(설계기술 및 해석도구)도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천안함 피격이라는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내충격 분야를
포함한 생존성 설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인명피해 또는 사고·피격 이후에 사후약방문은 이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첨단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북한을 포함한 적성국은 향후 미래전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 첨단 무기체계를 활용한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율곡이이의 10만 양병설 주장과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준비했듯이 우리는 현대와 미래의 기술을 예측해 미래 함정 통합생존성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반 기술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부족한 기술은 기초기술부터 원천 핵심기술까지 하나씩 개발하고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우리 해군의 전승 보장과 완성형 결전 태세 확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