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ing 70
1953년 10월 한미 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성립된 한미동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다. 전통적으로 국제정치에서 동맹은 군사력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체결되었다면, 오늘날의 동맹은 비군사적 측면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미동맹도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협력의 영역이 넓어졌다. 이 글에서는 한국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의 역할, 진화 그리고 그 함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글. 최정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발발한 6·25전쟁은 1951년 7월부터 정전회담을 거쳐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전협정 후 대한민국의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요구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1953년 8월 8일 가조인된 후 이승만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제 한미방위조약이 체결됐으므로 우리의 후손들은 앞으로 누대(屢代)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승만 대통령은 강대국인 미국의 안보 우산을 받음으로써 안보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졌음을 공표한 것이다.
한미는 동맹의 제도화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동맹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관리해 왔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자행된 북한의 재래식 위협뿐만 아니라 점차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한미 양국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한미군사위원회(MC),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핵협의그룹(NCG)을 비롯한 다양한 고위급과 실무급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용해 왔다. 이러한 협의체를 통해 한미는 북한 도발과 위협 발생, 주한미군 철수와 기지 이전 문제,
주둔군지위협정(SOFA), 방위비 분담, 작전통제권 전환을 비롯한 안보 현안에 대해 양국 간 갈등 요소를 완화하고 공동의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도출한다.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한미동맹은 비군사적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 한반도에서 세계로, 공간적 범위도 사이버와 우주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1953년 한미동맹 체결 시 국민총소득(GNI) 66달러에서 2022년 3만 2,886달러로 약 500배 증가, 세계 6위권의 군사력, 2022년 기준 170억 달러 규모의 방산수출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국력 신장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도 동맹 성립 초기 국력 격차에서 비롯된 미국 주도의 비대칭성에서 벗어나 점차 쌍방 간 협력과 협의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 되는 2023년 대한민국은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정부
시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강한 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 억제하는 가운데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준비와 포괄적 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주도하였던 이승만 대통령의 바람대로 과거 70년과 같이 앞으로 우리 후대들이 계속하여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난 한미동맹의 역사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설정이 필요하다. 국제정치에서 동맹관계는 동맹 체결국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그 수명이 단축되고 연장된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우리 군은 스스로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