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더하다
경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우리는 매일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전망을 주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우주경제’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까요?
글. 정대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센터장
대중에겐 아직 낯설지만,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우주경제로드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주경제로드맵을 통해 우주경제라는 용어는 왜
생겼는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경제학은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으로부터 시작되어 국가 간 경제가 연동되는 것을 세계 경제라 지칭해 왔습니다. 경제학은 지구 지리적 공간에서의 인간
활동의 경제적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약 지구가 아닌 궤도, 달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무엇이라고 규정할 것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누군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확산하고, 여러 지역의 다양한 이들의 생각이 모여 2012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인류 최초로 ‘우주경제’를
정의하게 됩니다. OECD의 우주경제 정의는 국제기구가 우주에서의 인간 경제활동의 정의와 내용을 수립한 것입니다.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는 OECD
정의를 근간으로 우주경제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주경제란, 우주를 탐구하고 이해하며, 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가치와 혜택을 창출하고 제공하는 활동과 자원 이용 모두를 의미합니다. 즉, 우주활동으로 생산되는 총가치를 의미합니다. 우주경제 분야로는 위성통신, 위성항법, 위성관측, 우주수송, 우주탐사, 우주관광, 우주채굴, 우주제조, 우주군사 등이 있으며, 빠르게 발전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주경제는 발사체와 위성체를 만드는 우주기기 제작산업과 위성운영, 위성정보 보급, 위성활용 서비스의 위성활용 산업으로 나누어집니다. 우주기기 제작산업은 우주로 제작물을 보내기에 업스트림산업이라 불리며, 위성활용 산업은 지상에서 업무를 수행하기에 다운스트림산업이라 불립니다. 2021년 우주경제 규모는 4,240억 달러이며, 전체의 10%는 우주기기 제작산업 매출이며 90%는 위성활용 산업 매출입니다. 글로벌 금융투자사 메릴린치 등에 따르면, 우주경제는 2040년에 2조 7천억 달러로 성장합니다. 우주경제가 2040년이 되면 2021년 대비하여 6.4배로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20년간 6.4배 증가한다는 것은 우주경제가 실로 어마어마한 성장 동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주경제의 질적 변화는 더욱 큽니다. 우주경제 이전의 인간은 지구 활동으로만 부가가치를 만들었지만, 우주경제가 시작되고, 인간은 지구 밖의 활동으로도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중력인 우주공간에서 신약품과 신물질을 만들고, 지구에서는 희귀하지만 달이나 소행성에 널리 분포한 고부가자원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달이나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해 경제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우주경제가 막 시작단계이지만, 언젠가 인류가 우주식민지를 외딴 행성에 구축하면 모성인 지구와 연합한 우주경제가 완성된다는 흐름입니다.
우주가 이렇게 중요하고 우주경제 비전도 명확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고 값싸게 우주를 이용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는 193개국이 있지만 주요 발사체는 미국, 유럽, 대한민국 등
8개국만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성을 한 번이라도 발사한 국가는 85개국이지만, 이 중 33개국만이 위성을 자체 제작할 수 있었으며, 나머지 52개국은 위성을 구매해
발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성통신, 위성항법, 위성관측 활용서비스는 세계 모든 국가가 사용하고, 하루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만큼 중요하지만,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30여 개국밖에 되지 않습니다. 중대형발사체의 kg당 발사 비용은 2천만 원 안팎으로 아직도 높고, 재사용발사체는 전체
발사수요의 작은 부분만 감당할 수 있습니다. 1톤급 저궤도관측위성 개발비용은 약 3천억 원 수준입니다. 발사와 위성운영은 국가보안법, 전파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다양한 규제
속에 있습니다.
뉴스페이스에 의한 민간 주도 상업적 우주개발이 막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우주로의 자유롭고 저렴한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이 아직도 쉽지
않기에, 미국, 유럽, 중국 등은 국가 주도 우주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주경제 4,240억 달러 중 민간부처 수요는 310억 달러로 전체의 7%이며, 군사부처
수요 또한 310억 달러로 전체의 7%로 둘을 합치면 정부 수요가 14%입니다.
특별히 강조되어야 할 것은 업스트림산업의 72%를 군사부처와 민간부처 수요로 감당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업스트림산업의 발사체와 위성체를 개발하면, 기업은 다운스트림산업에서
92%의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좌측 원형 그래프 참조). 특히 미국은 군사부처와 NASA의 역할을 이용해 우주개발을 수행 중입니다. 미국 방위산업은 전통적으로
지상, 해상, 항공우주 각 분야의 무기체계별로 각각의 사업을 영위하는 구조였습니다만, 최근 미군이 IT기술에 기반한 C5IRS(Command, Control,
Computers, Communications, Cyber, Intelligence, Reconnaissance, Surveillance)를 중심으로 군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방위산업도 재편되고 있습니다. 즉, 주요 무기체계들이 IT기술과 결합되면서 방위산업의 무기체계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가 C5IRS에 결합해서
미군 전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024 회계년도 미국국방수권법안에 따르면, 미국의 2024년도 국방지출액은 8,863억 달러이며 이중 우주분야에 333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NASA의 2024년도 우주 분야 예산은 272억 달러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이 우주개발 예산을 군사부처와 NASA에 할당해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군사부처와 NASA의 업스트림 투자에 따르는 기업의 다운스트림 이윤 창출 방법과 같이, 우리나라도 군사부처와 민간부처의 투자와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특히 군사부처의 체계적인 우주분야 투자와 민간 이윤 창출 지원을 위한 방위사업청의 적극적인 대응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