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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인류가 하천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만들어 사용한 교통수단일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기원전 1,175년에 이집트와 해양 민족 사이에 벌어진 델타 해전이 역사상 최초의 해전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한시도 싸움을 멈춘 적 없는 인류사를 반추하면 배의 탄생과 동시에 이를 전투용으로 사용했을 것은 분명하다.
글.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처음에는 기존 선박을 전투에 동원하는 정도였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로지 전투에 특화된 배, 즉 군함(Warship)이 등장했다. 오늘날 군함은 사용 목적, 크기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전투함(Combatant Ship)은 한시도 바다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다음은 현역으로 활약 중인 다양한 수상 전투함에 관한 이야기다.
항공모함은 함재기를 운용하는 전투함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포의 사거리 밖 목표를 저격할 수 있는 확실한 주목이 되면서 오랫동안 주인공 노릇을 하던 전함(Battleship)을 역사의 뒤편으로 밀어내고 확고부동한 바다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최초로 배수량이 10만톤이 넘은 미국의 니미츠급처럼 항공모함은 거대한 크기에 비해 자체 무장은 빈약하다. 하지만 공격력은 가히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막강하다. 여러 제약으로 오늘날 일부 강대국만 운용하고 있다.
원래 순양함은 제국주의 시절에 열강이 식민지 관리와 해상로 보호를 목적으로 탄생한 대형 전투함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더불어 20세기 전반기에 해군 사상을 지배한 거함거포주의가 퇴조하자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항공모함이 주인공이 되고 전투함의 함포가 미사일로 바뀌면서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던 전함은 사라지고 그보다 작은 배수량 1만 톤 내외의 순양함은 미사일 플랫폼으로 변신하며 살아남았다. 현재 순양함 함종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나 구축함과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초창기 구축함은 19세기 말에 잠수함 요격, 적 함대 뇌격, 함대 전방 순시 등을 목적으로 탄생한 배수량 1천~3천톤 정도의 전투함을 의미했다. 대양에서도 작전이 가능했으나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보조함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사일이 보편화되고 센서와 전투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최상위급 종합전투함으로 변모했다. 현대에 와서는 배수량이 5천톤 이상일 정도로 함의 크기도 점차 커지는 추세고 대함, 대잠, 대공, 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수상 전투함의 주력으로 함대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항해시대 말기인 17세기에 함종이 등장했을 정도로 현대 해군의 전투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등장 당시에는 작은 선체와 빠른 속도를 이용해 주력함 호위, 정찰, 연락 등의 임무를 담당했다. 20세기 들어 원양 작전 임무는 순양함에, 함대 호위 등은 구축함에 밀리면서 근해용 전투함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무장, 센서, 전투 체계의 성능 향상에 힘입어 중형 다목적 전투함으로 사용되고 있다. 갈수록 크기도 커져서 배수량이 2천~5천톤에 이르는데, 임무와 능력을 고려한다면 작은 구축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 운용하는 국가에 따라 구축함과 호위함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한 전투함들은 근해 이상을 작전권으로 삼고 있다. 무장 수준은 약하지만, 작아서 출동이 빠른 초계함은 연안 방어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공격 시에는 함대의 최선봉에서 정찰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소형 전투함이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배수량 5백~1천톤 사이고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기도 하나 대개 함포나 기관포 등으로 가볍게 무장한다. 이보다 작은 군함은 정(Boat)으로 별도 구분한다. 다시 말해 초계함은 가장 작은 전투함이나 해군력 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중소국가 해군에서는 기함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