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람

VOL 104

NOVEMBER · DECEMBER 2020
홈 아이콘 Dear Story DAPA가 만나다

영공을 수호하는 항공무기의 방향을 되묻다
국내 최초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개발과 개선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조진수 교수
헬기계약팀 나경민 소령

DAPA가 만나다01 (좌)방위사업청 헬기사업부 헬기계약팀 나경민 소령, (우)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조진수 교수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출발

나경민 소령(이하 나).
안녕하십니까 조진수 교수님. 방위사업청 헬기사업부 부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나경민 소령입니다. 헬기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교수님과 세미나 등 헬기사업 관련 일로 자연스럽게 몇 번 만나뵌 적이 있는데 또 이렇게 미래 헬기산업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조진수 교수(이하 조).
저야말로 정년 전에 이렇게 출연할 기회를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KT-1, T-50 계열 개발에 이어 수리온(KUH)의 탄생 및 KF-X 개발에 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준 점도 그렇구요.

오늘 주제는 ‘영공을 지키는 우리의 항공무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 민간 전문가이자 군(국방부, 공군, 육군), 관(산자부, 국토부), 연(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연계해서 활동하셨던 교수님이 계시기에 오늘 이 자리가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항공무기의 시작과 발전은 어떠했나요?

1980년대 초였습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미국의 베스트셀러 전투기인 F-16의 신기술에 대해 생도들에게 설명하며 미국의 전투기 기술을 대단히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FA-50에 이어 수리온도 전력화되고 KF-X도 곧 roll-out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부분을 방위사업청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동안 F-16, F-15, F-35 등 고정익기는 물론 UH-60, Cobra, AH-64 회전익기 등 굵직한 도입사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물론 군 관계자들의 항공기술 자립화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묘책과 협력이야말로 우리나라 첨단기술발전의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나 소령이 생각하는 점은 어떤가요? 육군에서 헬기 조종사로 근무하고 지금 방위사업청에서 일하고 있으니, 군과 사업분야에서는 저보다 더 잘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 군 전문가로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DAPA가 만나다02 첫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1966년부터 UH-1H 기동헬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군의 헬기 운용이 본격화되었습니다. 1976년부터는 500MD 기술도입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항공산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습니다. 이어 500MD 헬기의 제작사인 맥도널 더글러스 사로부터 권한을 받아 토우 미사일, 로켓, 기관총 등을 무장하여 300대를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1988년 미 시콜스키사의 블랙호크 헬기를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헬기 원제작사로부터 헬기 동체, 구성품 등에 대한 기술도입 생산을 했던 것이 우리나라 헬기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코브라(AH-1)와 시누크(CH/HH-47) 그리고 아파치(AH-64) 헬기까지 도입하면서 헬기 보유 측면에서 세계 4위의 헬기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모든 헬기가 해외에서 도입됨에 따라 원 제작사의 허가 없이는 헬기에 대한 어떠한 설계 변경도 할 수가 없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수리부속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지고 운영유지비도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국산 헬기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수리온, 역사적인 전환점이자 항공무기의 토대

그 절실함을 군과 국민의 염원으로 채운 것이 한국형 다목적 헬기(Korean Multi-role Helicopter) 사업입니다.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1995년 국방부가 다목적 헬기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에야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KHP)으로 1조 3,000억 원의 예산과 3년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으로 착수했습니다. 이 주어진 예산과 기간으로 당시로써는 Eurocopter(지금은 Airbus Helicopters) AS532 Couger를 원형으로 GE T700 엔진을 장착한 ‘수리온’에 승부를 걸어야 했습니다.

대부분 베스트셀러 헬기들은 30년 이상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수리온’의 경우, 이제 출고 후 10년 남짓한 기종으로 볼 때 빠르게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필요한 기체 구조물 개조, 개발 및 향상된 항전 장비 등이 의무수송헬기, 경찰청, 소방청, 산림청용 파생형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 비종에 비해 ‘수리온’의 동체가 “너무 높다”는 평도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기동헬기는 우선 ‘내부 용적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야만 다목적 파생형으로 개발이 가능합니다.

순수 국산 헬기개발에 대한 절실함. 이를 실현한 것이 수리온이었다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개발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에서는 최초로 수리온급 기동헬기와 전용 공격헬기를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부품 호환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개발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전용 공격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하여 비교적 쉬운 기동헬기(KUH)부터 개발하고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공격헬기(KAH)를 개발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2006년부터 기동헬기는 계획대로 개발에 착수했고, Low급 공격헬기는 무장형 헬기를 국내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을 시작한 지 6년만인 2012년에 초도기가 군에 인도되었죠. 수리온을 개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독자 헬기를 개발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항공산업 기술력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기술 파급효과에 따른 산업 경쟁력 확보,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수리온 개발 자체는 국내 항공무기의 역사적인 전환점이자 헬기 사업의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DAPA가 만나다03

항공산업을 선도하는 새 시대의 퍼스트 무버

향후 수리온과 같은 항공무기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고성능 군용 GPS, 정찰, 통신 위성,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계 항공완제기 시장은 군수가 20%, 민수가 80% 정도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반드시 민수 완제기 분야에 뛰어들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군 수요를 가지고 있는 수리온의 관용은 물론 민수용 파생형을 이용해서 민수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과거 우리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이전받아 조립하고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성공 방정식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항공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전략과 능력을 갖추어야 할 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물론, 함께하는 모든 기관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적 특성과 대한민국의 현실에 발맞추어 중·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차세대 한국형 헬기 개발에 노력해 가야겠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더 깊은 얘기는 앞으로 계속해서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야말로 교수님과 함께해서 미래 헬기전력 발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수를 증강시켜 ‘헬기 기술 자립화 및 선진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계자분들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