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국방R&D의 역량이 커지면서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방위사업청은 국방R&D 혁신고도화 추진 방안을 세웠다.
국방기술보호국 기술정책과
한 국가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그 나라의 총체적인 기술력을 상징한다. 국방R&D는 민간보다 더 고기능·극한기술을 요구하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며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기에 단기간 내 높은 수준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방과학기술 강국인 선진국들은 모두 산업혁명을 일찍 경험한 국가들이며 세계대전 등 다양한 전쟁을 경험하며 오랫동안 국방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1970년대 들어서야 자주국방기술 확보를 시작한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방산강대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며 많은 개도국이 우리나라를 선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내에 세계적인 국방과학기술 수준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환경과 여건에 최적화된 국방R&D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기술력과 산업기반이 충분하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빠른 추격자 전략’에 기반해 무기체계 개발에 국방R&D를 집중했지만, 개청 이후 기술수준과 산업기반이 성숙함에 따라 국방R&D에서 핵심기술과 부품·소재 개발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국방R&D 참여자도 국방과학연구소 중심에서 방산업체까지 제도적으로 확대했고 최근에는 민간의 전문기관까지 확대해가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을 제정하고 ‘미래도전국방기술개발’ 사업을 신설했으며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닉·비익 연구전문기관으로 재편하는 등 국방R&D를 지속해서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러한 국방R&D 정책이 성공적이었기에 최근 K9자주포, 천궁-Ⅱ 등 우리가 독자 개발한 무기체계가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KF-21, 장보고-Ⅲ급 잠수함, SLBM 등 세계적 수준의 국방과학기술 개발성과도 본격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또한 개방형 국방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국방R&D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강하게 형성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은 인구절벽과 기술경쟁 환경 대응을 위해 ‘첨단과학기술군’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고, 주변국은 최첨단 군사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 국방R&D 정책이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국방R&D는 그간의 눈부신 발전에도 엔진·소재 등 핵심분야 원천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도전적·혁신적 국방R&D 기조가 연구자가 실감할 제도까지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으며 개방형 국방R&D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업·분업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명문 스포츠구단이 주기적인 ‘리툴링(Retooling)’을 통해 선수단을 재편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국방R&D도 그간의 혁신방향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혁신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 고도화의 기본 원칙은 정책과 제도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국방R&D를 ‘선택과 집중’에 의해 전략적으로 투자해야겠지만, ‘복수개발’을 활용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발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선도형(Tech-Push & First-Mover)’ 국방R&D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추격형 R&D’와 ‘선도형 R&D’ 적정한 배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방R&D의 ‘개방’과 함께 효율적인 ‘분업과 협업’이 조화로워야 하며 ‘군’과 ‘산업’이 동반성장하는 국방R&D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원칙 아래 방위사업청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혁신고도화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
우리 군과 국방R&D의 선순환 발전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국방R&D가 군의 미래전장 예측과 해결방안 탐색을 직접 지원하도록 미래도전국방R&D에 각 군의 참여를 확대하고 군의 난제에 대해 민간이 해결방안을 제안하는 ‘룬샷 프로젝트(가칭)’와 같은 새로운 R&D방식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국방기술R&D가 군이 선도적 무기체계 소요를 창출하는 잠재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소요창출 역량을 확장하고, 국방시험평가 인프라도 보강할 계획이다.
더 전략적으로 민간R&D 역량을 국방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산학연·군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국방기술혁신협의체’를 활용해 민간 전문가가 국방R&D의 다양한 분야에 정기적으로 자문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국방R&D에 장기적·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핵심거점기관’ 지정과 같은 제도도입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민간부문의 국방R&D 참여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구자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과정 중심의 평가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방R&D 성과를 산업혁신으로 파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방R&D 성과의 소유원칙을 비국방R&D와 유사하게 ‘국가소유’에서 ‘개발주관기관 소유’로 전환하고, 국가안보와 산업 양 측면의 파급력이 높은 기술을 ‘국가안보전략기술’로 개발해 핵심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할 것이다.
국방R&D 혁신을 고도화하는 이유는 국방R&D를 군이 고민하는 안보위협에 해답을 제시하고 초일류 기술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국가적 도구이며 민군의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창출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청 직원들은 관용어처럼 바라보는 ‘국방R&D’이지만, 누군가는 무기체계와 국방기술을 보고 한 나라 또는 한 기업의 총체적인 기술수준을 판단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을 두렵게 했던 독일의 ‘티거’ 전차는 독일 기계산업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명징하게 상징했고, 그 이후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세계를 호령해왔다. 70년이 지난 현재 놀랍게도 우리의 K2전차가 독일의 레오파드전차와 전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K2전차가 독일의 전차를 경쟁에서 이긴다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업체 종사자들의 국방R&D 성공경험과 도전정신이라는 어떤 것 보다도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더 열정적으로 R&D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방위사업청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