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임계점을 지났다.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Fast Follower)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AI, 드론, 로봇, 우주 등 혁신적인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방산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선도형(First Mover)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은 선도적 국방기술 개발의 집중적 투자를 통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강한 국방력을 확보하고 방산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여기에 방산수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출 지역과 품목을 넓히는 수준이 아니라 민간과의 시너지를 통해 선순환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기존 방산분야 내에서 노력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방산 영역을 넘어 민간 시장까지 고려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런 면에서 방산수출의 역할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산수출이 민수제품의 수출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K2전차가 유럽에 수출되면 방산 제조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능력에 대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K2전차의 나라가 K-자동차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한 국가로의 방산수출이 다른 국가의 방산 시장까지 이어져 더 큰 방산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장갑차가 한 국가에 수출이 되면 이게 끝이 아니라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서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연쇄적 방산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천궁-Ⅱ가 UAE로 수출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에서 중동 여러 국가 등의 관심을 받았다.
발전된 민수기술을 방산분야에 적용해 수출한 이후 더 큰 민수 수출시장이 열리도록 할 수 있다. 무기수출은 한 번 수출하면 끝이 아니라 계속된 관리와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민수기술이 방산과 협력해 수출하면 이후 민수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영원한 제국 로마가 로마가도를 건설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로마가도가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적의 공격도 가능해 제국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마가도로 학문, 기술, 생각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더욱 찬란한 로마제국이 꽃피웠다. 새로운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낸다. 그런 점에서 방위사업청은 지금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새롭게 써 내려갈 역사가 벌써 기대된다.
<아시아투데이> 3월 23일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