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람

VOL 119

2022 APRIL
홈 아이콘 DAPA 연구록 DAPA 연구록 ①

방산수출과 방위사업 미래 청장 기고문

“방위사업청은 강한 국방력 확보와 수출 확대 기반 마련”

DAPA 연구록 ① 01

세계적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어떠한 현상이 진행되다가 한 순간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순간’을 티핑포인트 개념으로 설명했다. 노력이 쌓이고 쌓여 한 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낸다는 의미다. 이 티핑포인트라는 말이 지금 방산수출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2020년까지 30억 달러 안팎이던 방산수출액이 작년 7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로 인해 처음으로 방산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섰다. 방산역사에서 티핑포인트가 되는 지점이었다.

이 같은 성과는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50년간 꾸준히 축적해 온 국방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방산업체들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어왔다. 동시에 정부와 방산 관계자들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면서 내수시장을 벗어나 수출형 산업구조로 체질 변화를 통해 방산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안보를 기반으로 하는 방산수출은 일반적인 수출의 의미를 넘어선다. 무기체계 도입은 자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국가 안보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무기체계의 성능뿐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이런 조건들이 다 충족이 되어야 비로소 방산수출이 이뤄진다.

반세기 전에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현재 한국형전투기 KF-21을 만들고 3,000톤급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나라가 됐다. 한때 방산비리로 몸살을 앓았지만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방위산업은 신뢰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전 방산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해 온 결과였다. 특히, 올해 초에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가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4조 원대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천궁-Ⅱ는 탄도탄 요격체계라는 복합무기체계로 현재 일부 선진국만 성공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출은 단지 최대 규모를 넘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아시아에서 최초로 5아이즈(Eyes)국가 중 호주에 K9자주포를 수출하는 쾌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임계점을 지났다.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형(Fast Follower)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AI, 드론, 로봇, 우주 등 혁신적인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방산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선도형(First Mover)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은 선도적 국방기술 개발의 집중적 투자를 통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강한 국방력을 확보하고 방산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여기에 방산수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출 지역과 품목을 넓히는 수준이 아니라 민간과의 시너지를 통해 선순환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다. 기존 방산분야 내에서 노력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방산 영역을 넘어 민간 시장까지 고려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런 면에서 방산수출의 역할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방산수출이 민수제품의 수출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K2전차가 유럽에 수출되면 방산 제조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능력에 대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K2전차의 나라가 K-자동차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둘째

한 국가로의 방산수출이 다른 국가의 방산 시장까지 이어져 더 큰 방산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장갑차가 한 국가에 수출이 되면 이게 끝이 아니라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서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연쇄적 방산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천궁-Ⅱ가 UAE로 수출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에서 중동 여러 국가 등의 관심을 받았다.

셋째

발전된 민수기술을 방산분야에 적용해 수출한 이후 더 큰 민수 수출시장이 열리도록 할 수 있다. 무기수출은 한 번 수출하면 끝이 아니라 계속된 관리와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민수기술이 방산과 협력해 수출하면 이후 민수기술 자체에 대한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영원한 제국 로마가 로마가도를 건설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로마가도가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적의 공격도 가능해 제국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마가도로 학문, 기술, 생각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더욱 찬란한 로마제국이 꽃피웠다. 새로운 길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낸다. 그런 점에서 방위사업청은 지금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새롭게 써 내려갈 역사가 벌써 기대된다.

<아시아투데이> 3월 23일자 기고

DAPA 연구록 ①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