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람

VOL 120

2022 MAY
홈 아이콘 DAPA 연구록 DAPA 연구록 ①

NATO 규격 확보

유럽 방산시장의 열쇠를 찾다

올해 3월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NATO 육군 군비그룹(NATO Army Armaments Group, NAAG) 회의에서 NATO회원국에만 공개되는 화생방 관련 비공개 규격을 한국에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유럽주재 계약지원관이 주 벨기에 국방무관, NATO표준화국(NATO Standardization Office, NSO) 파견장교, 국방과학연구소 프랑스 주재원 등 여러 기관과 협업을 통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공유해 우리 방위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국제협력관 대외군사구매협력담당관 이종선 중령

NATO 규격의 정보 필요성 인지

DAPA 연구록 ① 01

필자는 초대 유럽주재 국제계약지원관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유럽지역 최대 군사조직인 NATO1와의 협력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업체 실무자와 수출 관련 협의를 하면서 유럽 국가에 탄약류 수출 시 NATO 규격 미 충족으로 반품된 어려움을 겪었으면서도 NATO 규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사정에 대해 들었다. 이후에도 국방과학연구소 주재원으로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미국 MIL 규격은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NATO 규격은 열람 방법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됐다. NATO 규격을 확인할 수 있다면 연구개발사업과 방산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NATO 규격은 NATO 회원국 30개국에 적용되며 NATO 파트너국2도 참고하는 국제적인 규격이다. 회원국은 장비의 상호 운용성을 위해 NATO 규격으로 정한 표준을 따르고 있다. 2021년 5월 주 벨기에 국방무관과 업무 협의 중 2020년부터 육·해·공군 장교가 각 1명씩 파견됐고 NSO에 우리 군에서 파견된 공군장교가 근무 중임을 알게 됐다. 이 장교를 통해 NSO는 규격을 열람하는 데이터베이스(NATO Standardization Document Database, NSDD)를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NSDD 접근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게 됐다.

1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1949년 4월 4일 워싱턴에서 미국,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이 체결한 북대서양조약에 따라 발족시킨 집단방위기구로서 현재 회원국은 30개국
2 한국은 NATO의 글로벌 파트너(Partner across the globe)


[NATO Standardization Document Database(NSDD)]

DAPA 연구록 ① 02

다양한 시도 끝에 NATO 규격 공개 결정

NSDD는 NATO 규격이 정리된 데이터베이스다.

접속을 위해서는 NSO 웹사이트를 통해 개인별로 신청·승인받아야 한다. NSO는 신청 메일계정을 심의해 NATO 규격 접근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 주 벨기에 국방무관과 우리 연락장교를 통해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이메일 계정을 승인 대상으로 포함해주도록 요청한 결과,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과학연구소 이메일 계정이 먼저 승인됐다. 국방과학연구소 기술정보실, 국방기술품질원 정책조정팀을 통해 NATO 규격정보 열람을 지원받도록 했다.

한편, 방위사업청 이메일 계정인 korea.kr은 예전에 부적절한 접속시도가 있었다며 NSO 측이 승인을 거부했다. 계약지원관은 대안으로써 우리 국방무관을 통해 NSO에 통보하는 경우의 이메일 주소는 NSO 측이 승인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NSO도 이에 동의했다. 방위사업청에서도 결국 유럽주재 국제계약지원관과 각 본부 표준자원관리팀 담당자 각 1명씩 접속이 가능하게 됐다.

[NATO 규격 데이터베이스 접근이 가능한 방위사업청 및 출연기관]
구분 부서명
방위사업청 청본부 대외군사구매협력담당관
기반전력사업본부 표준자원관리팀
미래전력사업본부
국방과학연구소 기술정보실
국방기술품질원 정책조정팀

이로써 그간 방법을 몰라서 놓쳤던 NATO 회원국 및 파트너국에 모두 공개되는 규격을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이를 인정해 계약지원관과 파견장교에게 국방과학연구소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후 실제로도 청 화생방사업팀과 국방과학연구소 화생방연구센터로부터 화생방보호의 사업을 위한 해당 NATO 규격 확보 요청이 왔고 AEP-38 Vol.Ⅰ이라는 규격을 제공했다. 그런데 제공한 Vol.Ⅰ규격은 중요한 시험평가 기준 및 절차가 나와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해당 내용은 회원국에만 공개되고 파트너국에는 공개되지 않는, Vol.Ⅱ라는 비공개 규격에 포함되어 있었고 사업팀과 국방과학연구소 측이 Vol.Ⅱ 확보를 다시 요청해왔다.

[NATO 규격 비밀등급에 따른 열람 범위]
구분 NATO 회원국 글로벌 파트너국(한국)
일반(Unclassified) 가능 가능
비밀(Classified) 가능 일부만 가능

※ ‌한국은 IP(Interoperability Platform), PartG(PArtners across Globe), Republic of Korea라고 명기된 규격(문서)만 열람 가능


비밀규격은 NATO 회원국에만 공개되며 NATO 파트너국에는 규격을 관장하는 공식회의에서 만장일치제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비밀규격의 확보를 위해 먼저, 주 벨기에 국방무관, 연락장교, 국방과학연구소 주재원과 함께 NATO군 사령부(Supreme Headquarters Allied Powers Europe, SHAPE)에서 근무하는 합동화생방방호능력개발그룹(Joint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 Nuclear-Capability Development Group, JCBRN-CDG)의 간사와 함께 공개절차 및 접근가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화생방물자 비밀 NATO 규격은 3단계 회의 즉, 전문가 협의체 → 분야별 협의체 → 군별 협의체3 회의를 거쳐 공개가 결정되는 것을 파악했다. 이러한 규격 공개 절차는 회원국 전체 동의를 전제로 보통 2~3개월이 소요된다. JCBRN-CDG의 간사는 이런 경우에는 요청국 대표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되는 물리적 보호패널(Physical Protection Panel, PPP) 회의에 직접 참석해 공개요구 사유를 설명하는 것이 공개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했다.

[비밀 NATO 규격 공개를 위한 3단계 절차]

DAPA 연구록 ① 04 DAPA 연구록 ① 04

그런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국방과학연구소 인원의 회의 참석이 어려웠다. 국방과학연구소 측 요청에 따라 계약지원관이 대신 참석해 설명하기로 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자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NATO 측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3 군비 관련 최종협의체는 NATO 국가군비국장회의(Conference of National Armaments Directors, CNAD)이지만 표준 문서 공개여부는 산하 위원회인 NATO 육군 군비그룹(NAAG), 해군 군비그룹(NNAG), 공군 군비그룹(NAFAG)에서 위임 받아 의결한다.

DAPA 연구록 ① 05

한국과 NATO는 개별 파트너쉽 협력 프로그램(Individual Partnership and Cooperation Programme, IPCP)이 체결되어 있었고 2021년 말 우리 군이 NATO 화생방 연합훈련에 참가했다는 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훈련을 통해 한국군은 NATO군과의 연합작전을 위해 화생방 물자 규격이 상호 일치되어야할 필요성을 발견했다. 아울러 향후 화생방보호의 및 방독면 획득사업 시 참고하기 위해 NATO 규격 공개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자료를 준비했다.

아테네에서 개최된 PPP 회의에서 설명한 결과, PPP 의장인 영국 대표는 한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고 요청한 규격 공개에 협조하겠다며 요청을 승인했다. 2021년 12월 분야별 협의체(JCBRN-CDG) 회의 후 2022년 2월 1~2일 군별 협의체(NAAG) 회의에서 회원국 반대가 없으면 최종 승인되는 침묵절차(Silence procedure)를 거쳐 3월 1일 공개가 확정됐다.

이번 공개 결정으로 화생방 사업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MIL 규격과 NATO 규격을 비교해볼 수 있게 됐고, 다른 분야의 NATO 비밀 규격도 확보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유관기관과 우리 업체가 NATO 규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NSO 직원을 초빙해 직접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지역 방산물자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NATO의 주요 정책인 상호운용성 확보의 중요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NATO 규격을 적용해 우리 물자를 개발한다면 상호 군수지원에도 유리하고 세계 방산시장에도 더 잘 통용되는 모델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비공개 NATO 규격 확보는 우리가 보다 유럽시장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더 나아가 방산수출 100억 달러 시대와 5대 방산수출국 지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