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람

VOL 121

2022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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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과 新부국강병 청장 기고문

“기존 방위사업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방향이 필요하다”

DAPA 연구록 ① 01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부국강병이 화두가 되고 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부국(富國)’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 ‘강병(强兵)’은 ‘굳세고 강한 병사나 군대’라고 쓰여 있다. 즉, 부국강병은 나라의 경제력을 넉넉하게 하고 군사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국강병은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때 처음 등장한 이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추구했으나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 영원한 제국 로마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 등이 부유한 경제력으로 국민을 잘살게 하고 강한 군사력으로 국가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국강병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부국과 강병은 경제와 군사력으로 보통 각각 다른 영역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부국과 강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방위산업이다. 방위사업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방위사업의 목표는 방위력개선사업과 방산육성을 통해 선진강군의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우리 방위산업은 1970년에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이때는 경제보다는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체계를 국산화하는 방위사업의 의미가 강했다. 이후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과 함께 우리 방위사업은 국내연구개발 우선정책 등 다양한 방산육성정책을 통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강병과 부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는데 특히, 수출형 방위산업으로 전환하면서 방산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작년 한 해 방산수출액은 70억 달러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방산 순수출국으로 등극했다. 방위산업을 통한 부국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고 기술패권이 곧 안보로 이어지는 첨단산업의 안보화 추세가 강화됨에 따라 기존 방위사업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방향이 필요하다. 국방R&D를 통해 만든 무기체계가 수출로 이어지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를 하는 등 강병이 부국으로 다시 강병으로 이루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K9자주포는 첫 개발 이후 지속적인 성능개량으로 우리 군 전력을 증강시켰고, 이 기술력으로 성사된 첫 방산수출 이후 전 세계 약 2,000문 이상 운용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호주, 이집트 등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부국강병의 선순환인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수출의 비약적인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강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무인, 양자 등 8대 게임체인저 신무기와 핵심기반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투자가 아니라 세상에 없는 미래무기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High-Tech, 현재 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개발하는 Medium-Tech, 운영 중인 무기체계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Low-Tech 등 단계별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방산업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난도 기술에 도전할 여건을 조성하고 혁신기술로부터 새로운 무기 수요를 창출하도록 방위사업청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개발한 첨단 무기체계가 다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도 필요하다.

방산수출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군사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안보동맹의 상징이며 정부 간 중요한 외교 활동이다. 또한 방산발전의 또 다른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와 연관이 있다. 군사·외교·경제를 총망라하는 방산수출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을 국가적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른 부처와 공조를 강화하고 새 시대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을 바꿔 나가며 동시에 방산전문기업 육성 및 인재 확보 등 방산수출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말 우리 방위산업은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과 호주 차기 장갑차 사업에 K2전차와 레드백이 각각 최종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성사된다면 K2전차의 우수성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인정받아 민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고, 레드백의 수출은 또 다른 수출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군 5G 시범사업까지 성사된다면 민간 기술이 국방으로, 국방에서 다시 민간으로 연결되는 시장을 구현해 낼 수 있다. 강병이 부국으로, 부국이 또 다른 부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다.

방위산업을 통한 新부국강병 시대가 열릴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5월 15일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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