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마다 에펠탑의 높이가 다르다?
프랑스의 에펠탑은 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324m의 높이를 자랑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이 에펠탑의 높이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 알고 있나? 앞서 말한 324m는 공식적인 높이인데, 이 높이는 온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에펠탑은 약 4mm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이 현상은 바로 열팽창 때문이다. 열팽창이란 온도가 바뀌면 물체의 부피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물체의 부피가 커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는 줄어든다. 물체의 종류에 따라 열팽창 정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열팽창계수라고 한다. 기체는 종류와 관계없이 비슷한 열팽창 정도를 보인다.
열이 가해지면 물체는 길이, 너비, 높이가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는데, 이런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에펠탑이다. 철로 만들어진 에펠탑은 주변 온도의 변화에 따라 길이가 변하게 된다.
에펠탑의 구조를 보면, 구성된 철근의 너비와 높이보다는 길이가 더 길기 때문에 길이의 변화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처럼 높이의 변화는 열팽창계수와 온도 변화, 그리고 에펠탑의 원래 높이를 고려해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도가 20℃에서 40℃로 바뀌면, 에펠탑의 높이는 약 7.7cm 정도 변하게
된다. 파리의 여름과 겨울은 기온 차이가 꽤 크기 때문에, 에펠탑은 1년 동안 최대 20cm 정도 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
온도에 따른 변화
열팽창은 에펠탑만의 특성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물체들에서도 열팽창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봇대에 연결된 전깃줄이 느슨하게 설치된 것도 그렇다. 이는 겨울철 추위로 전깃줄이 수축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여름철과 겨울철에 노란 고무줄의 강도가 달라지는데 기온에
따라 고무의 특성이 변하기 때문이다.
기찻길의 철로도 온도에 따른 열팽창을 고려해 설치된다. 온도가 높아지면 철로가 팽창해 구부러질 수 있기에 철로 사이에 틈을 두어 열팽창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병뚜껑이 잘 열리지 않을 때, 뚜껑 부분만 따뜻한 물에 담그면 열팽창으로 쉽게 열리게 된다. 반대로, 차가운 유리컵에 갑자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리가 깨지거나 금이 가는 이유 역시 열팽창 때문이다.
일상에서 열팽창을 이용한 장치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메탈은 열팽창 정도가 다른 두 금속을 붙여 만든 장치로,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금속이 휘어져 회로를 끊을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전기다리미, 토스터, 온풍기, 전기밥솥 등 다양한 온도 조절기기에 활용된다. 만약 열팽창이 같은 물체를
붙인다면, 두 물체는 비슷한 정도로 휘게 된다. 이 원리를 응용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결합해 건물을 짓고, 치아와 치아 충전재를 만들 때도 같은 열팽창을 고려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열팽창은 무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SR-71 블랙버드는 소리보다 3배 이상 빠르게 날면서 공기와의 마찰로 온도가 300℃까지 올라간다. 이때 생긴 마찰열이 부품들의 부피를 늘리게 되어, 이를 막기 위해 블랙버드는 연료통 부품을 느슨하게 연결했다. 활주로에서는 느슨한 연결로 기름이 흘러나왔지만,
공중에 올라가면 열팽창 때문에 부품들이 단단히 연결되어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다.
무기들이 운용되는 환경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도 변화가 있는 나라로,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 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집트, 노르웨이 등 극단적인 기후를 가진 국가로 수출되는 무기들은 고온·저온과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비한 환경시험을 거친다. 미국의 군사
표준(MIL-STD-810)을 기준으로, K9자주포, K2 전차 등은 다양한 기후에서 원활히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처럼 일상에서 접하는 물건들부터 무기까지, 열팽창은 우리의 생활과 안전을 고려하는 중요한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