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가 첨단이 될수록 적의 신호정보를 분석하는 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신호정보 분석장비는 기술이전이 불가능하기에 무엇보다 자체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가 설립되었다.
국방기술보호국 기술혁신과
정보화 시대의 전장에서는 다양한 통신장비, 레이더 및 미사일 탑재 원격제어 통신장비에서 방사되는 신호가 복잡하게 밀집되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 신호를 수집하고 처리해 다양한 정보를 추출하는 신호정보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경주하고 있다. 2011년 이란은 허위신호를 방사하는 스푸핑(Spoofing)1 기술을 사용해 미국의 무인기를 탈취한 바 있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적 통신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해 적의 작전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거나 위치추적을 통해 정밀 타격하는 등 신호정보의 활용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신호정보 기술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보안이 최우선되는 신호정보분야 특성상 신호정보 분석장비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 불가능해 대부분 블랙박스 형식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신호정보 분석장비의 국내 원천기술 개발은 평시 국가 차원의 전략정보 수집능력 구비는 물론, 나아가 한반도 전쟁 억지력 강화의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약 125억 원을 투자해 다양한 형태의 신호정보를 수집·처리하고 복원하는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독자적인 국가 전략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은 4개의 전문연구실에 총 17개의 기초연구 세부과제를 수행했으며, 연구 주관기관인 한양대학교를 중심으로 18개 대학의 전문 연구 인력이 결집했다.
특히, 이곳의 특별한 점은 군에서 기술연구의 필요성을 인지해 직접 소요를 제기한 특화연구센터라는 것이다. 어떤 기술의 미개척 분야를 새롭게 연구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힘든 일이다.
이 기술이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도 미지수이며, 기술을 성공적으로 연구하더라도 활용할 방안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기초연구 과제는 열 개 중에서 하나만 건져도 대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특화연구센터는 군에서 ‘신호정보 기술의 국내 개발이 필요하다’고 콕 집어서 요구한 것이다. 즉,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군에서의 활용성은 확실하게 담보된다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특별함은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센터 자립화에 성공해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특화연구센터는 정부의 국방 투자가 끝나면 종료된다. 하지만 신호정보 특화연구센터는 정부 투자가 종료된 후에도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LIG넥스원과 2022년 7월부터 향후 5년간 신호정보 분석장비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 협약을 맺었다. 센터 자립화를 통해 신호정보 분석장비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지형조건과 주변국의 통신환경에 최적화되고 운용 유지가 용이한 독자적인 신호정보 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미래 전자전에서 우위를 선점해 군의 전력증강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우수한 IT기술을 발판삼아 타국으로의 수출도 조심스럽게 기대해볼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안보전략 차원에서 국가 우주개발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 맞춰 한반도의 지상 및 공중 신호정보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의 신호정보에 대해서도 기초연구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중으로 ‘우주공간 신호정보 특화연구실’ 설립도 군의 필요에 따라 추진하기 위해 제안요청서 작성, 입찰공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1 스푸핑(Spoofing) : 눈속임(Spoof)에서 파생된 용어로, 직접적 시스템에 침입을 시도하지 않고 피해자가 공격자의 악의적 시도에 의한 잘못된 정보, 연결을 신뢰하게끔 하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