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와 속력, 물리학에서는 말이죠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SNS나 포털사이트에서는 괴테의 말로 알려졌지만, 출처는 정확하지 않다. 누구의 말이면 어떠한가. 빨리빨리 문화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말임은 틀림없다. 몇 해 전 이 문장은 문과생과 이과생 사이에서 논쟁을 불렀다. 이과생들은
물리학에서 ‘속도(Velocity)’는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때의 크기와 방향을 함께 지닌 벡터양이기에 이미 방향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이 문장에서 속도라는 말 대신에 방향 없이 크기만 나타내는 스칼라양의 속력(Speed)으로 써야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과생들은
이 문장을 삶에 대한 비유라며, 방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니 틀리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교수들까지 SNS와 뉴스에 등장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속도와 속력의 차이를 쉽게 말하면 “자동차가 시속 80km로 남쪽으로 간다”는 속도를, “자동차가 시속 80km로 달린다”는 속력을 가리킨다.
이런 논쟁이 비슷한 시기 드라마 제목에서도 일어났다.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일어난 스포츠 로맨스를 그린 이 드라마 제목은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다. 상대방에게 빠르게 다가간다는 의미로 사용된 제목이기에 ‘너에게 가는 속력 493km’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쟁이 왜 생겼을까? 이 일은 학문적 관점과 일상의 언어에서의 괴리가 불거진 문제다. 일상어에서 우리는 ‘속도’를 ‘속도위반 결혼’, ‘제한속도 100km/h’처럼 빠른 정도를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상어에서 속도와 속력을 정확히 구별하면서까지 사용하고 있지는 않으며, 언어 습관도
쉬이 고쳐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속도와 속력의 차이를 한번 짚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떻게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을까?
11월 우리나라 5호기 군정찰위성인 SAR 위성이 성공적으로 우주에 안착했다. 현재 SAR 위성은 지구의 저궤도를 돌며 주야간, 날씨와 상관없이 고해상도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의 중력에 영향력이 미치는 200~2,000km의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어떻게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면서 지구를 따라
돌고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포탄이 발사될 때를 떠올려 보자. 자주포나 박격포에서 쏘아 올려진 탄약은 잠시 중력을 거스르는 듯 위로 솟구쳤다가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포탄처럼 인공위성 역시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엄청난 에너지를 통해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우주로
올라가 일정 궤도에 안착한다. 안착된 궤도에서 인공위성은 중력에 의해 지구 쪽으로 끌려가려는 힘을 받는 동시에 궤도를 따라 속도를 내며 움직이기에 원심력에 대응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두 힘의 세기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한 속도가 필요하다. 이 속도는 궤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저궤도를 도는 SAR
위성은 지구의 중력과 원심 효과가 균형을 이루는 약 7.9km/s의 속도로 움직여서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게 되면 지구 중력의 영향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이런 저궤도 위성 외에도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도 있다. 이 인공위성은 적도 상공 약 35,786km 고도에서 지구의 자전과 같은 속도로 공전해 멈춰진 것처럼 보인다. 이 정지궤도를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이 활용한다. 우리나라 위성 중 2020년에 발사한 천리한2B호가 정지궤도를 돌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은 저궤도 위성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중력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해 약 3km/s(시속 약 10,800km)로 움직인다.
인공위성이 떠 있는 원리는 달과 지구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이때 달의 평균 공전 속도는 약 1.022km/s이며, 시속으로는 약 3,692km/h다. 만약 이 속도를 벗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달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지구 중력에 끌어당겨지는 효과가 커져 우리는 현재보다 더 큰 달을 보게 된다. 궤도는
타원형으로 변하는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지구와 충돌할 수도 있다. 반대로 속도가 빨라지면 지구 중력의 영향이 약해져 점차 궤도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멀어질 수 있다. 그럼 우리는 더이상 달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