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는 길. 비행기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여행의 설렘에 앞서 새삼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 거대한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먼 옛날 하늘을 동경했던 인류의 꿈이 비행기라는 형상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는 모습은 어른이 된 지금도 신기하다. 하늘 너머 우주까지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류의 꿈과 의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또 비행원리를 실험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제주도에 마련돼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체험형 항공우주전문박물관인 제주항공우주박물관(JAM)이다.

인간, 하늘을 날다

박물관 1층 항공역사관을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복엽기(두 개의 주 날개가 위아래로 겹친 항공기) 형태의 비행기, 최초의 비행기로 불리는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다.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 호크 해안의 모래언덕 위, 4기통의 엔진과 2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플라이어 1호는 3m 높이로 12초 동안 36m를 비행하는 데 성공하면서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기록됐다. 플라이어 1호의 등장은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항공 기술 업계에 경쟁을 가속,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100여 종의 비행기가 개발되는 등 ‘항공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먼 옛날 신의 공간이던 하늘을 날겠다는 인류의 욕망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첫 기록을 남긴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새가 하늘을 나는 힘과 공기저항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1505년 <새의 비행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내며 “공기를 잘 이용하면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날개를 움직여 비행하는 ‘오니솝터’와 나사의 원리를 이용해 수직으로 비행하는 ‘헬리콥터 비행 장치’를 구상해 스케치를 남겼지만, 신을 제외하고 날 수 있는 것은 악마나 마녀라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만들지는 않았다.

실제 인간이 처음 하늘을 난 것은 1783년이다.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굴뚝에서 올라가는 연기를 보고 열기구를 착안, 두꺼운 천으로 만든 열기구에 사람을 태운 비행에 성공하면서다.

초기 비행기는 대부분 목재 골격에 두꺼운 천을 씌우고 버팀줄로 얽어맨 복엽기 형태였다.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피스톤 엔진이 주로 사용됐는데, 실린더에서 압축된 공기와 연료의 혼합 가스를 연소시켜 팽창되는 압력에 의해 피스톤을 왕복시키고 크랭크축을 이용해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연료가 폭발·연소하며 힘을 얻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방법에 따라 수랭식과 공랭식으로 구분된다.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비행기

비약적으로 항공 기술이 발전한 것은 전쟁이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1914~ 1918년) 초 연합군과 동맹국이 보유한 비행기는 모두 500여 대였지만,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17만 7,000대에 이르는 군용기가 생산됐다. 전금속제 비행기가 개발됐고, 정찰·감시 목적뿐 아니라 전투·폭격 등 다양한 역할에 맞는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에선 병력·군수물자 수송에도 비행기가 활용되면서 정찰기, 초계기, 수송기 등 군용기가 개발됐다. 전투기의 고속화와 폭격기의 장거리, 대형화에 따라 항공력은 곧 전력이 됐다.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 역시 항공력이었다. 당대 최고의 대형 폭격기였던 미국의 B-29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비행기는 프로펠러를 이용했다. 그러나 프로펠러는 고속에서 공기 저항이 급격히 증가해 시속 70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한 제트기다. 제트엔진은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해 연료를 연소시키는데, 제트엔진으로 들어간 공기는 고온의 연소실에서 팽창된 후 좁은 분출구(노즐)를 통해 빠른 속도로 배출되며 큰 추진력을 낸다.

엔진의 발전은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비행기를 탄생시켰다. 추진력이 향상된 터보팬 형식의 엔진이 개발되며 초음속 제트기들이 대거 생산됐다. 터보제트엔진은 공기를 압축해 연소실로 넣어 분사된 연료와 혼합시킨 후, 여기서 얻어진 고온·고압 배기가스로 회전시킨 터빈의 힘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주로 군용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비행기가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항공기를 비롯해 공군이 기증한 수십 대의 비행기가 공중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있다. 비행기에 사용되는 엔진과 주요 부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비행 조종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재미를 더한다.

엔진의 발전은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비행기를 탄생시켰다. 추진력이 향상된 터보팬 형식의 엔진이 개발되며 초음속 제트기들이 대거 생산됐다.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임진왜란 당시 영남의 어느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했을 때 그 성주와 평소 친분이 두텁던 어떤 사람이 ‘나는 수레’, 곧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중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워 30리(12km)밖에 이름으로써 인명을 구했다.”(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중)

세계 최초의 비행기로 열기구나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를 꼽지만, 이보다 앞선 1592년 진주대첩을 기록한 조선시대 문헌에는 비행기라 불릴만한 ‘비차(비거·飛車)’가 등장한다. 2000년 공군사관학교 비차 복원팀과 건국대 기술항공재단이 기록을 토대로 재현해 비행에 성공했다. 한국 역시 최초의 비행기는 전쟁 속에서 탄생한 셈이다.

우리 항공 역사는 항공 독립운동을 시초로 한다. 1919년 3·1운동 이후 임시정부가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한인 비행학교’를 설립했다. 1922년에는 안창남이 ‘금강호’를 타고 서울 하늘에서 한 15분간의 곡예 비행은 최초의 공개 비행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국이 만든 최초의 비행기는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이원복 공군 예비역 대령의 설계로 만들어진 ‘부활호’다. ‘전쟁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부활시킨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당시 미군이 버리고 간 F-51 머스탱, L-4 연락기 등의 잔해 부품을 모아 만든 조립식 항공기였지만, 한국 기술진이 스스로 조립하고 복원해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불과 43년 후인 1996년 시범 비행에 성공한 군용 항공기 ‘KT-1 웅비’는 국산 항공기 최초로 수출에 성공했다. 이어 2003년에는 ‘T-50 골든이글’이 시험비행에서 마하 1.5 비행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12번째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대한민국 항공 기술의 발달은 곧 공군의 역사와 괘를 같이한다. 박물관 한편에 마련된 공군갤러리에서는 공군의 역사와 진화하고 있는 공군의 항공기술력, 미래 항공우주군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다.

2층의 천문우주관에서는 천문학에 대한 동서양의 역사, 실제 크기로 재현된 우주정거장과 화성 탐사로봇 ‘큐리어시티’, 나로호 등을 볼 수 있다. 빅뱅부터 태양계와 은하계, 블랙홀 등을 미디어아트로 재현해 실제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들게 한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백미를 꼽자면 비행 원리를 직접 실험을 통해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HOW THINGS FLY’관이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만큼 다채롭다. 한 가지 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이드 로봇 ‘큐아이(QI)’다. 박물관 입구에 대기 중인 큐아이의 터치패드를 통해 해설을 요청하면 로봇이 전시실을 차근차근 안내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해 주고 질문까지 받아준다.

INFO. 제주항공우주박물관
  •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218

  • · 누리집 :

    www.jdc-jam.com

  • · 개관시간 :

    9시~18시

  • · 휴관일 :

    매월 세 번째 월요일

  • · 입장료 :

    성인 10,000원, 청소년/군경 9,000원, 어린이/경로 8,000원 (제주도민 등 별도 감경)

즐길 거리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제주의 숲은 ‘곶자왈’이라 불린다. 제주어로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이나 잡목을 뜻하는데,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에 열대·한대 식물이 공존해 원시림만의 독특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환상숲곶자왈공원’은 곶자왈에 반한 가족이 숲속 오솔길을 내고 돌을 쌓아 이름처럼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살리면서 곳곳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 1시간 남짓 산책로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청량해지는 느낌이 든다. 제주의 자연을 느꼈다면 문화를 느낄 차례. 멀지 않은 곳에 조성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예술인들의 작업실과 갤러리, 미술관이 모인 마을로 곳곳의 조각 작품들과 눈길을 끄는 건축물들로 마을 자체가 갤러리다. 제주현대미술관과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등에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맛과 뷰를 동시에

제주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돼지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제주 돼지는 근육 섬유가 조밀하고 지방이 고르게 분포해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요리법이 있지만 제주의 잔칫날이면 꼭 상에 오르는 대표 돼지고기 요리는 ‘돔베고기’다. 제주 방언인 ‘돔베’는 ‘도마’를 말하는데 도마 위에 삶은 돼지고기를 올려 썰어 먹는 방식에서 이름을 붙였다. 육지 식으로 말하면 수육이다. 야들야들 잘 삶아진 돔베고기를 ‘멜젓(멸치젓)’에 찍어 먹으면 육지의 수육과는 다른 풍미를 지닌 별미가 된다. 중산간에 자리 잡은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인근은 넓은 녹차밭으로도 유명하다. 넓게 펼쳐진 푸릇한 녹차밭을 바라보며 제주에서 직접 재배한 쌉쌀한 녹차와 달콤한 디저트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