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으로

수출금융 고도화가 필요

최근 무기 수출 시에는 구매국의 수출금융 요구가 대규모화되고 있다.
한국이 ‘방산수출 4대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방산수출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에서 강세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 장원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주요 선진국의 방산수출금융지원 체계

미국
해외군사재정지원
(FMF) 제도


원조 또는 차관 형식으로 수출 금융을 지원

프랑스
OECD 가이드라인 외 방산수출에 대한 자체 신용등급 제도

방산, 항공 등 국가 전략산업에 한해 OECD 가이드라인과는 차별화된 신용등급 적용 프랑스 ECA 및 일반은행 내 방산수출금융조직 운영

스웨덴
공적수출신용기관(ECA) 활용

수출금융기관(SEK),
정부 수출신용보증위원회 (EKN)에서 금융지원

러시아, 중국
초장기(30~50년), 초저리(1% 미만) 금융 지원

무기 구매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금융지원 조건으로 대형무기 사업 수주에 유리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향후 폴란드 잔여 무기 수출 계약에 청신호

한국의 무기 수출은 2022년 폴란드와 약 45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K-방산은 2022년 173억 달러 수출에 이어 작년 130억 달러를 넘어서 2년 연속 100억 달러 이상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폴란드에 친 EU 성향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과의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작년 12월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는 한국과의 K9 자주포 2차 이행계약에서 받기로 한 융자금(Loan)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기존 계약 재검토를 통해 변경 또는 철회도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지난 2월 21일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수은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어 약 300억 달러 이상의 폴란드 잔여 무기 수출 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무기구매국의 수출금융 요구가 대규모화,
패키지화되는 추세

무기 수출은 다른 일반제품 수출과는 달리 구매국이 요구하는 다양한 반대급부를 사전에 충족시켜 줘야 최종 계약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해, 구매국이 요구하는 다양한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 줘야 비로소 무기 완제품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반대급부는 기술이전부터 현지생산, 부품수출, 공동개발, 수출금융, 대응구매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판매국의 수출금융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폴란드도 최근 GDP의 4~5%까지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으나, 수백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현금으로 단번에 지불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기거래의 정부 간 계약(GtoG) 특성과 함께 최근 무기 거래 규모도 커지면서 이를 위한 무기 수출국의 방산수출금융 지원도 점점 대규모화, 패키지화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무기 수출금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십 년 전부터 방산수출에 특화된 금융지원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미국은 해외군사재정지원(Foreign Military Financing) 제도를 통해 차관 또는 원조 형식으로 구매국 수출금융 요구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도 방산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해서는 OECD 신용등급과는 차별화된 국가별 신용등급을 적용하여 무기 수출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공적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인 Bpifrance 외에도 일반은행인 BNP Paribas, Societe Genernal 등을 통해 OECD 기준 최하 7등급 국가(62개국)들조차 ‘조건부 승인’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1) 실제로, 프랑스는 2021년 이집트에 라팔전투기 47억 달러 중 85%의 금융지원을 통해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탈리아의 2020년 이집트 호위함 계약(133억 달러)이나 스웨덴의 브라질 그리펜 전투기(47억 달러) 등에도 자국 공적수출신용기관(ECA)과 정부 수출보증위원회 등을 통한 적극적인 수출금융지원이 무기 계약의 성패를 좌우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구매국이 요구하는 초장기(50년), 초저리(국채금리 이하)의 차별화된 금융지원으로 대형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1) 산업연구원(2018), 프랑스 Bpifrance 해외출장 인터뷰 결과 등을 기초

선진국 수준의 방산수출금융 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골드러시’ 시대 선점해야

OECD 국가리스크 신용등급 구분(2023)

자료: OECD(2023), “Country Risk Classifications of the Participants to the Arrangement on Officially Supported Export Credits”, 2023.10.13.
주: 폴란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OECD 고소득 국가 또는 고소득 유럽권역 국가로 미포함

과거 우리나라 K-방산은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기존 방산수출 강국들의 적극적인 수출금융지원 등에 밀려 수차례 수주에 실패했다. 2017년 태국 잠수함 사업과 말레이시아 다연장로켓 사업에서 중국의 막대한 장기 저리 융자(30~50년) 지원과 저가 공세에 밀렸다. 2020년 필리핀 잠수함 사업에서도 프랑스의 초저리(1% 미만) 파격적인 금융 지원 제안에 끝내 수주에 실패했다. 이처럼 무기 구매국들이 요구하는 충분한 수출금융지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할 경우, 글로벌 방산시장 경쟁에서 다른 경쟁국들을 따돌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산수출 30여 개 대상국 중 OECD 신용등급이 중간 이하(3~7등급)인 국가들이 20여 개국에 이르고 있다. 서유럽 및 북미, 중동 주요국들을 제외한 동유럽, 아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중남미 주요국들이 대부분 자국 무기구매의 조건으로 수출금융 등의 반대급부 요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방산수출 4대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방산수출금융 시스템 고도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향후 K-방산 수출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수출금융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방산, 원자력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해 미국, 프랑스 등을 벤치마킹하여 OECD 가이드라인과는 별도의 차별화된 수출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이 요망된다. 구체적으로, 방산수출금융에 대한 보증 요율 할인 및 리스크 프리미엄 우대, 장기 상환기간 보장(30~50년), 파이낸싱 한도의 유연성 강화(계약액의 최대 100%)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유연한 선진국형 방산수출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할 것이다. 둘째,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방산수출금융 의사결정 및 지원창구 단일화를 위한 ‘방산수출금융지원 협의체(가칭)’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공적수출신용기관(ECA) 내 선진국 수준의 방산수출금융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함과 동시에 시중 주요 은행과의 신디케이트 론 추가 확보와 금리차 보전을 위한 정부지원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K-방산의 ‘글로벌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 노력과 병행하여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의 ‘한국형 방산수출 차관(K-Foreign Military Financing)(가칭)’ 제도 도입을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내용은 2024년 1월 31일 산업연구원에서 발간한 ‘최근 K-방산 수출금융 주요 이슈와 향후 과제’를 기초로 수정·보완하여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