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그때그때 달라요

“무게가 뭐라고?” 싶겠지만, 무게 하나로 항공기의 생사가 오가고 전차의 기동력이 달라질 수 있다. 무게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하는 요소다.

항공기의 이착륙 무게가 다르다고?

항공기에서 이착륙의 무게가 다른 것을 처음 들은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무게가 다르면 필요한 활주거리도 달라지고, 연료 소비량 역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년 전, 대한항공이 몸무게를 측정해 항공료를 달리한다는 언론 기사들이 나왔다. 당시엔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기준’에 따라 표준체중을 측정하려는 것이었고, 일시적인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실처럼 퍼졌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실제로 승객의 몸무게에 따라 항공요금을 책정한 항공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좌석 하나당 요금이 아닌, kg당 요금을 매긴 사례였다.

이런 요금제의 도입은 차별이 목적이 아니라 물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비행기가 무거우면 이륙할 때 양력을 충분히 얻기 위해 더 긴 활주거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연료도 더 많이 소모된다. 결국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항공사마다 수화물이 기준치를 넘을 때 추가요금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최대이륙중량’이다. 말 그대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 허용되는 최대 무게다. 여기에 기체 무게, 연료, 승객, 화물, 수하물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 무게를 초과하면 비행 성능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구조적인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착륙 시에도 기준이 있다. 바로 ‘최대착륙중량’이다. 만약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계획보다 일찍 착륙해야 하고, 연료가 많이 남았다면? 항공기는 하늘 위에서 연료를 버리는 ‘연료 방출(Fuel Dumping)’을 시행한다. 이는 보통 6,000ft 이상의 고도에서 진행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가 엄격하게 적용된다. 무게를 줄이지 못한 채 착륙할 경우 랜딩기어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거나 기체가 활주로에서 제동하지 못해 이탈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항공기는 연료 소모를 위해 공항 주변을 선회하거나 ‘오버웨이트 랜딩(Overweight Landing)’이라 불리는 무거운 상태의 착륙을 감수하기도 한다.

참고로 최대이륙중량이 최대착륙중량보다 더 크다. 예를 들어 에어버스 A380-800의 최대이륙중량은 약 560t, 최대착륙중량은 약 391t 정도다. 군 항공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투기나 공격기는 다양한 무장을 탑재해야 하는 만큼, 무기 중량과 위치에 따라 비행성능이 달라진다. 무게중심이 조금만 어긋나도 항공기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KF-21은 약 25t, T-50은 약 10t, KT-1은 약 2.5t 정도가 최대이륙중량이다.

기체마다 무게 한계는 다르지만, 모두 최대중량을 기준으로 작전을 계획한다. 중량 계산 없이 이륙하는 전투기는 총 없이 싸우러 나가는 병사와 다르지 않다.

무한궤도로 중량을 분산시키다

무게를 다룰 줄 아는 기술은 하늘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땅에서는 ‘중량 분산’이 매우 중요하다.

진흙도 거침없이 주파하는 전차, 불도저, 포크레인의 공통된 비결은 ‘무한궤도(Continuous Track)’에 있다. 무한궤도는 작은 바퀴 위에 강철판을 연결해 만든 일종의 벨트다. 바퀴 대신 이 구조를 사용하는 이유는 접지 면적 확대다. 바퀴보다 넓은 면적이 지면에 닿게 되면 무게가 한 점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된다. 이로 인해 지면을 누르는 압력(접지압)이 낮아지고, 진흙·자갈·모래처럼 불안정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전차의 평균 무게는 20t 이상으로, 일반 중형차보다 10배 이상 무겁다. 그럼에도 진흙탕에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한궤도의 장점은 험지 주파력만이 아니다. 장애물 대응에도 유리하다. 일반 차량은 장애물보다 최소 2배 큰 바퀴가 있어야 넘을 수 있지만, 무한궤도는 ‘유동륜(Idler wheel)’이라는 구조를 통해 궤도를 부드럽게 꺾어가며 장애물을 타고 넘는다. 즉, 커다란 바퀴 없이도 장애물 돌파가 가능하고, 그만큼 기동성과 유연성이 확보된다. 이 때문에 전차뿐 아니라 불도저, 트랙터, 굴착기 등 다양한 중장비에서 무한궤도를 채택하고 있다.

하늘의 항공기부터 땅의 전차까지, 결국 무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안전과 성능을 좌우한다. 단순한 수치 같지만, 이 수치를 정확히 맞추는 일은 공학적 계산의 집약체다. 그리고 그 계산 속에는 사람의 생명, 작전의 성공, 기술의 수준이 모두 녹아 있다.

하늘의 항공기부터 땅의 전차까지,
결국 무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안전과 성능을 좌우한다.
단순한 수치 같지만, 이 수치를 정확히 맞추는 일은
공학적 계산의 집약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