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유무인복합체계의 부상
21세기 이후 글로벌 전장은 점점 복잡해지고,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비대칭 전력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A2/AD(접근거부/지역거부) 전략의 고도화는 기존의 공중우세 개념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국들은 새로운 전력 구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협동무인전투기(CCA,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를 포함한 유무인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가
주목받고 있다. CCA는 단순한 유인기의 보조 전력을 넘어 작전 유연성, 전력 증폭, 생존성 향상을 동시에 구현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AI 기반 자율성을 탑재함으로써, 공군력 운용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은 AFRL(공군연구소)과 DARPA를 중심으로 CCA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인 Increment 1의 기체 개발을 위해 민간 방산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GA-ASI)와 안두릴(Anduril)을 선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 공군은 CCA의 자율 임무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5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호주 역시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독자적인 협동전투기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MQ-28 ‘Ghost Bat’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호주 공군은 미국, 영국 등과의 다국적 운용성 확보를 위한 테스트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튀르키예의 ‘크즐레마(Kizilelma)’, 유럽의 ‘FCAS (Future Combat Air System)’ 등 다양한 국가들이 CCA와 유사한 개념의 차세대 협동무인전투기 개발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선도적 기술개발을 위한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과
저피탐 무인편대기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과 기술개발 추세 하에서,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R&D도 기존의 소요중심 기획에서 벗어나 기술중심 기획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소요중심의 기존 핵심기술 사업과 차별화되는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이 2019년부터
정식으로 도입됐고, 2021년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의 시행과 함께 법정 사업화됐다.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은 소요가 결정 또는 예정되지 않은 체계에 대한 적용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 국방R&D로, 선진국과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연구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자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기술개발에 전념함으로써 기술로부터 소요를 창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의 도입 초기, ‘미래 전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혁신적 국방기술개발 트랙에 걸맞은 미래도전국방기술 과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이 됐던 것은 바로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였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란 유인전투기와
복합편대를 구성해 조종사의 감독 아래 정찰, 전자전,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협동무인전투기다. 유무인복합체계의 필요성, 전 세계 무인전투기의 개발추세를 고려하면 저피탐 무인편대기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업이었고, 소요결정 이전 빠른 기술개발을 위해 미래도전국방기술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판단하에서 2021년 국방과학연구소를 주관으로 저피탐 무인편대기 과제가 착수됐으며, 체계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라 단계별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비록 미국 및 호주 등 선도국보다 출발은 다소 늦었으나, 2027년까지의 완성 목표는 현실적인 기술 진척 속도를 바탕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저피탐 무인기는 유인기의 전방에서
정찰과 표적 획득을 지원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실체화된 기술, 저피탐 무인편대기 세상 밖으로
지난 2월 국방과학연구소와 대한항공은 부산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유무인 복합 항공체계의 핵심 플랫폼인 저피탐 무인편대기 기술시범기 1호기 출고식을 개최했다.
출고된 시제기는 스텔스 성능과 공력 효율을 동시에 추구한 형태로, 외형적으로는 동체, 주익 및 미익 등을 특정 각도로 정렬해 전파 산란 면적(RCS)을 최소화했다. 상부에 배치된 공기흡입구는 하방 및 전방의 레이더 반사를 억제하고, 엔진 흡입구 노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했다.
또한 엔진에서 반사된 전파가 외부에 산란되지 않고 흡수될 수 있도록 전파흡수구조 기술이 적용됐다. 공기흡입구 이외에도 다양한 부위가 전파흡수구조로 제작됐으며, 이러한 저피탐 소재들은 공정 안정화와 설계개선 등을 통해 실험실 환경 밖에서 실제 비행체에 적용된 국내 최초 사례이기도 하다.
꼬리날개는 V자형 형식을 채택해 구조 단순화와 함께 RCS 감소를 동시에 달성했으며, 전방부는 모듈화 설계를 통해 다양한 임무장비의 교체 장착이 가능하다. 무장 역시 내부 탑재 방식을 적용해 저피탐성을 한층 강화했다.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저피탐 무인기는 유인기의 전방에서 정찰과 표적 획득을 지원하거나 전자전 및 통신 교란과 같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 기반 전장에서 분산형 전투를 가능케 한다. 또한 다수의 무인기를 통해 유인기의 생존성을 높이고, 필요시 희생적 전술 또는 미사일 유도
방해 등 전략적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 운용개념도
통합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개발 병행
국방과학연구소는 핵심기술 사업 등으로 무인편대기용 국산 엔진, 저피탐 내부무장창, AESA 레이더, 매립형 광학장비 등의 핵심 구성품에 대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까지는 엔진을 포함한 주요 핵심기술 및 임무장비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본격적인
체계개발 단계에서는 95% 이상 국산화된 유무인전투기 복합체계용 무인기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무인기의 자율화 수준 향상을 위해 AI 기반의 자율비행 기술을 무인편대기 실기체에 적용한(Sim2Real) AI Pilot 실증과제를 기획 중이며, 향후에는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 고도화 및 Test-bed 개념을 통한 자율화 성능 검증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다.
기술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는 관련 방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무인복합체계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권 확보를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국산 유무인전투기 복합체계가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주력 전력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 과제 로드맵
◆ 저피탐 무인편대기 제원
-
· 날개폭 :
9.4m
-
· 길이 :
10.4m
-
· 높이 :
2.8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