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생긴 비극
길이를 재는 기준은 도면 설계나 정밀 부품 제작 등 모든 정교한 작업에서 핵심 요소다. 아주 작은 오차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998년 NASA는 화성 기후를 연구하기 위해 무인 화성기후탐사선을 발사했다. 9개월간의 비행 끝에 1999년 9월 탐사선은 화성 궤도에 도달했다. 이제 NASA와의 통신만 성공하면 임무 완수가 눈앞이었다. 하지만 NASA는 탐사선으로부터 어떤 신호도 받을 수 없었다. 조사 결과 탐사선은 예상 고도보다
훨씬 낮은 57km 상공으로 진입해 화성 대기와의 마찰로 소실됐음이 드러났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원인은 측정 체계의 차이였다. 우주에서는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탐사선은 회전하며 비행하는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세 제어 분사기를 활용한다. 탐사선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자체 개발한 SM-FORCES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AMD 파일 형태로
NASA에 전달했다. 이때 문제는 물리량의 단위계가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추력을 야드파운드법 기준인 파운드힘(lbf)으로 계산했고, AMD 파일로 생성할 때는 미터법 단위인 뉴턴(N)으로 잘못 기록했다. 이런 착오가 네 차례의 궤도 조정 시마다 반복되며 누적 오차를 만들었고, 결국 탐사선은
예정 고도인 150~170km를 벗어나 화성 인근에 도착해 불타버린 것이다.
이처럼 단위 불일치에서 비롯된 사고는 더 이전의 과거에도 있었다. 1,200t 스웨덴 전함 바사호는 1628년 진수식 날, 두 차례의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지더니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항해 거리는 겨우 1,300m에 불과했다. 1961년 인양된 뒤 조사에 따르면, 침몰 원인 중 하나가 선체의
비대칭으로 지목받았다. 전함을 만들 당시 1ft(피트)가 12in인 스웨덴 피트 자와 1ft가 11in인 암스테르담 피트 자 등 다른 단위의 자가 뒤섞여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 단계에서의 치수 기준 혼선이 침몰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거리를 확장하려는 욕망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더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더 넓은 영역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전쟁에서 무기의 사거리를 늘리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화포의 포신 길이를 길게 만들거나 장약을 증대시키는 방법은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미사일이라는 혁신적인 무기가 탄생했다.
초기 미사일 중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비행기와 비슷한 구조의 순항 미사일이었다. 독일의 피젤러가 만든 V1(Vergeltungswaffe)은 펄스제트엔진과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날아가는 무기다. 1944년 6월 13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영국 본토에 처음 등장했다. ‘부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무차별적으로 날아든 V1은 사거리 약 240~320km로, 당시 수십 km에 불과하던 포탄의 유효사거리를 획기적으로 넘어섰다. 이는 연합군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과 함께 많은 인명과 시설에 피해를 줬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V2를 개발했다. 액체 연료 로켓을 사용하는 V2는 1944년 9월 8일 런던을 향해 발사됐다. 최고 고도 88km까지 상승한 뒤 초음속으로 낙하하는 V2는 당시 방공 체계로는 요격할 수 없는 무기였다. 약 320km의 사거리를 지닌 V2는 유럽 주요
도시에 3,000발 이상이 발사되어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과 소련은 V1과 V2의 기술은 물론 개발자까지 확보하며 자국의 우주 개발 및 미사일 경쟁에 불을 지피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