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시간을 줄인

120mm 자주박격포 &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기의 성능이 꾸준히 발전해 왔다. 무기체계는 효율성, 기동성, 작전 지속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특히 대기·설치·운용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전장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층 발전한 무기체계인 120mm 자주박격포(비격)와 한국형 자주도하장비(수룡)에 대해 각 사업을 담당한 대화력사업팀 박휴승 소령과 전투장비사업팀 박영태 중령(진)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속한 화력지원, 120mm 자주박격포

먼저 120mm 자주박격포는 어떤 무기인가요?

박휴승 소령 120mm 자주박격포(비격)는 기존처럼 운용병이 수동으로 계산하던 사격제원을 사격지휘차량이 자동으로 산출·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된 무기입니다. 이 덕분에 정확도는 크게 높아졌고, 중대 기준 운용인원도 32명에서 24명으로 줄어 적은 인원으로도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과거 4.2인치 박격포와 비교하면 사거리는 최대 2.3배로 늘어났고, 화력은 1.9배 강해졌습니다. 이는 곡사포와 비교했을 때도 작전 반경이 2배 이상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량을 회전할 필요 없이 박격포 자체가 360도 회전해 목표 변경에 대응하도록 개발되어 기동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화 부대의 작전 수행 능력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즉, 광범위한 지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강력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습니다.

비격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휴승 소령 흑표와 K21보병전투차량 등장, 대대 책임지역이 확장되고 병력이 줄어드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화력 지원과 운용요원 절감이 동시에 가능한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변화된 작전환경을 지원하기에는 기존 4.2인치 박격포가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됐습니다. 따라서 자동화된 사격통제체계를 갖추고 사거리가 증가된 박격포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120mm 자주박격포입니다. 이 무기체계 덕분에 기계화부대의 기동전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화력사업팀 박휴승 소령
기존 운용 체계에 비해 사격 준비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휴승 소령 자동화사격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박격포를 사격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격지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서 사격을 위한 사격제원을 산출한 뒤, 산출된 사격제원으로 포를 방열해 포탄을 넣고 발사합니다. 120mm 자주박격포 이전에는 첨단 사격통제장치가 없어 사격제원 산출을 직접 계산했을 뿐만 아니라 포 방열 시에도 겨냥틀과 겨냥대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수분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120mm 자주박격포는 자동사격통제체계가 도입됨으로써 자동으로 사격제원이 산출될 뿐만 아니라 포 방열의 자동화, 탄약장입의 반자동화를 통해 사격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자주화가 실전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까요?

박휴승 소령 자주화 덕분에 ‘사격 후 즉시 이동 전술(Shoot & Scoot)’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사격 후 곧바로 위치를 옮겨 기계화 부대와 함께 기동하면서 실시간 화력 지원이 가능합니다. 드론이나 정찰 자산이 발달한 현대전에서 생존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더 넓은 지역에서 지속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부대의 작전 템포 유지에도 기여합니다.

자동 사격통제장치, 포탄 장전 방식 등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휴승 소령 탄약 장전장치가 독보적입니다. 해외 장비들은 여러 전기장치를 이용해 장전하지만, 우리는 모터 하나가 양방향으로 회전하며 기구적인 동작만으로 탄약을 장전하고 원위치로 복귀하는 구조를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장치의 신뢰성과 내구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전망하는 무기의 발전 방향 등은 어떻게 될까요?

박휴승 소령 120mm 자주박격포는 다양한 형태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120mm 박격포 탄약은 강선식과 활강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강선식을 적용한 국가도 있으며, 활강식을 사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포구장전식, 포미장전식, 포가 2열인 형태 등 적용 방향도 다양합니다. 이처럼 120mm 박격포의 활용성은 사용하는 국가의 지리적 특성, 무기체계의 구조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발전된 AI, 첨단기술이 적용된다면 우리나라의 120mm 자주박격포 역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9자주포처럼 세계를 대표하는 박격포가 될 것입니다.

도하작전 시간 감축,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자주도하장비의 소요가 제기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영태 중령(진) 강과 하천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도하작전은 전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기동부대가 안전하게 하천을 건너야 공격의 기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리본부교만이 도하작전을 지원했지만, 설치에 별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해 신속성을 요구하는 현대전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도하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장비가 절실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투입 가능한 자주도하장비가 해답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기존 리본부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박영태 중령(진) 기존의 리본부교와 가장 큰 차이는 준비와 설치 시간입니다. 기존 리본부교는 장비 적재, 하역, 진입로 구축 등 준비 과정만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수룡은 수륙양용 장비라서 하천에 곧바로 진수할 수 있고, 별도의 준비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따라서 기계화부대가 필요할 때 즉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설치 시간 역시 리본부교 대비 약 2배 가까이 빨라져, 부대의 공격 속도와 작전 템포를 보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타국과 비교해 수룡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박영태 중령(진) 과거 자주도하장비를 운용한 국가는 독일, 영국 등 5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스웨덴,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성능이 보강되고 있는데, 수룡에는 다른 나라 장비에는 없는 차별화된 안전성과 편의성이란 요소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승무원 공간에 동계 결빙방지 장치가 최초로 적용되어, 겨울철 결빙으로 인한 미끄럼이나 작동 장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승무원실 방탄 및 화생방 방호장치, 자동소화장치, 열상카메라 등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기술들이 적용됐습니다.

전투장비사업팀 박영태 중령(진)
다양한 지형·환경에서 수룡은 어떤 운용 유연성을 보여주나요?

박영태 중령(진) 열상카메라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어 야간은 물론 악천후 상황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또한 일정 두께의 얼음을 깨고 이동할 수 있는 쇄빙 능력을 갖춰 혹한기에도 작전을 할 수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도 소형차량부터 K2전차까지 모든 기동장비의 도하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무거워질 미래형 기동장비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룡이 꼭 필요하다’라고 느낄 대표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영태 중령(진)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적재 능력과 빠른 수상 속도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도하지원입니다. 이 장점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폭우로 다리가 끊기거나 차량·사람이 고립된 상황에서, 빠른 유속에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룡을 투입하면 재난 구조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전망하는 자주도하장비의 발전 방향 등은 어떻게 될까요?

박영태 중령(진) 세계적으로 기동장비의 무게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적재 중량의 확대가 예상됩니다. 실제로 자주도하장비를 20년 전부터 운용해 왔던 독일군과 영국군은 현재보다 20t가량 적재 중량이 향상된 장비로 교체하길 희망하고 있으며, 튀르키예에서도 현재보다 15t가량 적재중량이 높은 자주도하장비의 개념모델을 올해 초 공개했습니다. 두 번째는 국제적 상호연결성 확보입니다. 현재 NATO 회원국인 독일과 영국은 M3 자주도하장비, 미국은 IRB(Improved Ribbon Bridge), 프랑스는 EFA 자주도하장비와 SRB(Steel Ribbon Bridge), 튀르키예는 AAAB(Armored Amphibious Assault Bridge) 자주도하장비 등의 도하장비를 주력으로 운용 중입니다. 각기 제원과 성능이 다른 장비들이지만 연합 도하작전 간 작전의 융통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상호연결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군과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하장비 간 상호연결성을 고려한 발전이 필요합니다.

강과 하천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서 도하작전은 전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기동부대가 안전하게 하천을 건너야 공격의 기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