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트렌드는 반짝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트렌드는 긴 기간에 거쳐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은 트렌드에 비켜났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퍼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예측하는 2023년 트렌드를 알아본다.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3》,
《Z세대 트렌드 2023》,
《2023 트렌드
노트》
노동시장의 판이 변화하고 있다. 인재가 떠나고 조직문화가 바뀌고 노동시장의 시스템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퇴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대사직 시대’로 이직이
경력 관리의 수단이자 로망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Z세대는 이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직을 성장, 자기계발, 기회, 발전, 도약 등에 매칭시키고 현재보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나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서 경험한 재택근무의 여파로 원격근무 지원, 거점오피스 제공, 워케이션 기회 마련 등 물리적 공간의 변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는 말보다 자기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Z세대 직장인은 수평적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누군가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롤 모델로 삼는다. 롤 모델들은 직장에서 시행하는 멘토링이
아니라 ‘코칭’하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강점, 약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어주는 코치 말이다. 그래서 이 세대들은 타인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탐색하고 응용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공간으로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특히 Z세대에게 공간은 셀프 브랜딩 수단이 되는 중요한 곳이다. 셀프 브랜딩은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를 브랜드화하기 시작했다. Z세대에게 공간 셀프 브랜딩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트렌디한 공간, 자신의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가
자신이 즐기는 모습을 SNS에 보여주면서 그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들은 브랜드와 제품보다는 콘셉트와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대표적 장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역시 마찬가지인 개념으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 역시 공간의 확대다. 웨이팅 플랫폼으로 공간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온라인과 연계해 오프라인 공간을 체험하기도 한다. 브랜드 경험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누리집 등으로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예약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체험 후기를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Z세대에게 핫플레이스 방문은 잘 꾸며진 공간 방문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경험을 쌓는 것이기에 긴 시간의 대기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전 세대와 Z세대를 비교해볼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이다. Z세대가 주도하는 정신건강은 ‘멘탈’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된다. 이들은 사회생활에서 관계 맺음을 어려워하고 학업이나 업무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능력을 얻지 못하면 열등감을 느끼고 멘탈이 무너진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건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한편 감정 표현에는 솔직하다. 또한 대화나 검색 등에서 정신건강을 많이 언급하고 동시에 정신의학과 방문에도 익숙한 이들이 Z세대다. 이들은 멘탈케어를 위한 위안과 몰입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멘탈케어를 위한 상담 앱, 워크숍·테라피 참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자연에서의 활동인 캠핑, 등산 등으로 휴식하며 가드닝, 식물재배,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도 늘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사용법을 터득하고 기술의 편리를 누렸다. 이러한 방식에서 기술이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미리 알아서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의 사용 흐름을 읽어 더 잘 사용하도록, 고객이 표현하기 전에 고객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고객이 필요를 깨닫기도 전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축적된 고객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일상에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그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공공 영역에서 활용하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전망했다. 선제적 공공서비스의 경우 국가·지역별 소비자에 따라 필요한 선제 대응의 형태가 달라지므로 지역성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시민의 생활을 보조할 수 있는 정책 수행을 위한 선제 대응을 제공할 인프라의 필요성이 높아지리라 예측했다. 그 예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케리에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도시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홍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시민에게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하천 유역에 따라 수위 센서를 설치해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이상 징후를 더 잘 식별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데이터화하고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편의 기능을 구현하는 소비자지향적 기술의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을 재단할 때 쓰던 평균이란 말이 이제는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평균이란 중간이 사라지면서 빈부격차는 극심해지고 이에 따라 소비도 양분화되고 있다. 가장 극명하게 평균실종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이다.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면서 고가의 물품을 쉽게 사지만 반대로 무지출챌린지로 진행하며 짠테크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어디 소비뿐이랴.
정치, 교육 등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극단적으로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 카카오톡, 유튜브 등에 국한된다. 이제 무난한, 평범한, 괜찮은 것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를 ‘평범하면 죽는다’라는 극단적인 말로도 표현하기도 했다.
평균실종의 긍정적인 현상은 다양화다. 10명의 사람이 있으면 취향도 10가지로 나뉜다. 라이프스타일도 각자의 개성을 더해 구현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소통하는 매체가 달라지면서 사람 간의 관계 맺기도 달라지고 있다. 요즘 사람 관계는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리의 단계로 넘어가 있다. 관계가 단순히 친함과 안 친함으로 규정하지 않고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그 예가 친구라는 범위이다. 선망하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함께 덕질하는 ‘트친(트위터 친구)’, 최신뉴스를 알려주는 ‘페친(페이스북 친구)’,
동네에서 만나는 ‘실친(실제 친구)’ 등 범주가 다양하다.
이런 복잡해진 현대인의 관계 맺기를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인덱스(색인) 관계’라고 명명했다. 타인과의 관계에 색인을 붙여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로, 인덱스 관계는
만들기, 분류하기, 관리하기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만남보다는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만나거나 반대로 우연한 만남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간다. 적극적인 만남은 연애, 전시, 등산, 공연 등 관심 주제를 중심으로 한
만남이다. 우연한 만남으로는 에어드롭 놀이, 오픈채팅 등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친분에 따라 분류하는데 불편하면 차단하고 친밀하면 아주 사적인 일상까지 공유한다. 아주
친한 사람의 영역에는 ‘줌을 켜놓고 각자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관계’ 등도 포함된다. 이제 오프라인 만남이 온라인 만남보다 우선되지 않는다.
이렇게 분류된 관계는 계속 색인을 뗐다 붙였다하며 효율적으로 관리된다. 그러는 와중에 SNS 폭파하기, 스마트폰의 연락처 삭제하기 등 관계 리셋도 서슴없이 단행된다. 관계가
전술적으로 변하고 있다.
디깅은 영어 Dig(파다)에서 파생된 말인데 취향에 맞는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Z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든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 적극적인
세대들은 몰입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디깅에 진심인 이들은 입소문에 강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데에 망설이지 않는다. 거대한 플랫폼은 한두 가지로 통일되더라도 그 안의
작은 분류의 채널, 콘텐츠는 각자가 취사선택한다.
구독 역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구독하며 서슴없이 돈을 투자한다. 구독의 형태는 다양하다. 정기배송 형태의 구독, 자신의 안목을
얻는 구독,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구독으로 《2023 트렌드 노트》는 나누고 있다. 정기배송 같은 구독은 물, 식재료, 세탁 등의 물품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안목을 얻는
구독은 전문가가 추천하는 꽃, 와인 등으로 체험하며 자신의 취향과 센스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공부도 한다. 정체성 구독은 디지털 콘텐츠 구독으로 자신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분류인데 이는 은밀함이 숨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튜브를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도 이 맥락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만에 의한, 나만의 구독들이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