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행

불꽃처럼 아름다운

논산

논산은 육군훈련소와 국방대학교, 육군항공학교가 있는 국방 도시다.
한편으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와 탑정호, 강경 근대역사문화거리 등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관광 도시기도 하다.
불꽃처럼 아름다운 청춘들이 있는 곳, 논산으로 떠나보자.

글. 정효정(여행작가)

“그대는 꽃 같소.”
“‌나도 꽃으로 살고 싶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대한민국 대표 국방도시 논산을 여행하는 법

논산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곡창지대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금강은 사람과 물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오늘날 논산이라면 일단 육군훈련소가 먼저 떠오른다. 1951년 창설된 이곳은 육군 신병을 훈련시키는 장소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통칭 논산훈련소라고 불린다. ‘무예를 닦는다’라는 의미로 ‘연무대(鍊武臺)’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논산은 대한민국 대표 국방도시이기도 하다. 육군훈련소뿐 아니라 국방대학교, 육군항공학교까지 논산에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논산은 첨단 국방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1월, 논산시는 국방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현재 100만 평의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국방국가산업단지에서는 무기를 제외한 군사용 장비와 물자를 생산하는 국방전력지원체계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논산은 체험, 역사, 힐링이 가득한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논산에는 황산벌 전투를 체험할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과 계백장군유적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돈암서원,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다. 근대 문화의 향수도 느껴볼 수 있다.

논산 연무읍에는 개화기를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세트장인 ‘선샤인 스튜디오’가 있고, 강경읍에는 근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근대 문화유산 거리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양에서 가장 길다는 600m의 탑정호 출렁다리도 논산 여행의 매력을 더한다.

개화기의 ‘러브’를 찾아서 ‘선샤인 스튜디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개화기(開化期)는 1876년 개항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하기 전까지를 말한다. 닫혔던 문이 열리고 새로운 것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조선의 모습은 어땠을까? 비극으로 점철된 조선의 운명이 시작되던 시기였지만 바다 건너 넘어온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설렘과 낭만이 피어나던 시대기도 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 그때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노비 출신이었으나 미국 장교 신분으로 조선에 돌아온 유진 초이(이병헌)와 조선 최고 명문가의 고신애(김태리)의 운명이 교차하며 시작된다. 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구동매(유연석), 쿠도 히나(김민정), 김희성(변요한) 등 이해관계가 다른 인물들이 서로 얽혀, 마지막엔 독립된 조선을 꿈꾸며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떠난다.

논산에는 이 드라마의 촬영지를 방문할 수 있다. 바로 ‘선샤인 스튜디오’다. 논산시가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콘텐츠 제작사가 공동 투자해 조성한 곳으로 지금은 드라마 테마파크로 사용되고 있다. ‘선샤인 스튜디오’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건물은 극 중 유진 초이와 김희성이 머물렀던 ‘글로리 호텔’이다. 내부에는 호텔 글로리의 사장인 쿠도 히나가 입었던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경치를 즐기며 가배(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양품점에서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입어볼 수 있어 관람객에게 인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종로 홍예교, 한약방, 불란셔 제빵소, 한성 전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처럼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선샤인 스튜디오 바로 앞에는 밀리터리 체험관이 있다. 최근 리뉴얼 된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서바이벌 VR 체험관과 실제 시가지 전투 상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장, 실감형 모형 차량이나 헬기에 탑승해 적들을 소탕하는 사격체험 등 다양한 밀리터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드라마 이름은 <미스터 션샤인>이고 스튜디오 이름은 ‘선샤인 스튜디오’입니다.

강경 대흥시장와 근대역사문화거리

논산시 강경읍은 김장철이 되면 유난히 북적거린다. 전국에서 젓갈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강경의 젓갈 시장은 전국 젓갈 유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매년 10월에는 강경젓갈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강경은 내륙인데 어째서 젓갈로 유명할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조선 후기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강경포구에 배가 드나들지 않지만 조선 후기에는 서해를 누비던 어선들이 금강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당시 강경포구는 원산항과 함께 2대 포구에 꼽힐 정도로 번성했고, 강경장 또한 평양,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때 강경시장 상인들은 다 팔지 못하고 남은 수산물을 염장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강경 젓갈의 시작이었다. 지금도 강경은 어디에나 도·소매업체가 많아 쉽게 젓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강경대흥시장에 가면 역사가 오랜 가게들이 골목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젓갈을 비교해 가며 구매할 수 있고, 배달도 가능하다.

강경이 산업의 중심지였던 만큼, 근대화도 일찍 이뤄졌다. 충청남도에서 전기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이 강경이었을 정도다. 강경에는 당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다. 강경의 근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한일은행이다. 대략 1910년경에 지어졌다고 추측되는 이 건물은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붉은 건물이 강경의 화려했던 근대사를 말해준다.

그 외에도 강경에는 한국 기독교 침례교회의 최초 예배지인 강경침례교회, 국내 첫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성지인 강경성당, 구 강경노동조합 건물, 대동전기상회, 구 연수당 건재 약방 등 그 시절을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도로를 따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서 느긋이 걸어보기에 좋다.

탑정호에서 돌아보는 논산 하루 여행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탑정호는 대둔산의 물줄기가 모인 곳이다. 최대 3,000만여 톤의 담수를 저장할 수 있고 물이 맑고 깨끗하기로도 유명하다. 낚시와 윈드서핑,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도 인기가 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수변 데크를 따라 트레킹하기도 좋다. 이곳엔 하늘호수길, 물빛노을길 등 7개의 소풍길이 있다. 탑정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600m의 출렁다리다. 몸무게 75kg 기준의 성인 5,000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 다리는 현재 동아시아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한때 운영요금을 받았지만 지금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더욱 마음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다. 출렁다리의 바닥은 나무와 철판 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약간의 출렁거림이 느껴진다.

탑정호는 언제 가도 아름답다. 운무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도 좋고, 일몰이 아름다운 저녁시간도 좋다. 탑정호 출렁다리를 걸으며 오늘 하루 여행을 되돌아봤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조국의 독립을 꿈꾸는 불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독립된 조국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논산은 조국을 지키는 청년들의 열정이 있는 곳이다. 그 빛나는 청춘들이 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이 모든 열정을 만날 수 있기에 논산의 하루 여행은 더욱 아름다웠다.

여행 중 쉼표, 먹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해산물! 해물칼국수

강경대흥시장의 명물, 해물칼국수! 이곳의 해물칼국수는 홍합, 바지락, 오만둥이, 굴 등 해물이 듬뿍 들어가 있고,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를 사용해 시원하고 감칠맛 넘친다. 이곳은 한참을 끓여도 쫄깃함을 유지하는 칼국수 면이 특징인데, 냉장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입맛에 따라 양념장을 풀어 칼칼하게 먹는 것도 추천한다.

새콤달콤 논산 특산품, 설향 딸기!

논산 딸기는 전국 최대 규모 주산단지로 전국 딸기 수확량 중 30%를 차지한다. 과거 국내에서 재배되던 딸기의 대부분은 일본산 딸기였다. 그러나 2005년 충남 논산딸기연구소에서 국내 품종 딸기를 육성해 냈다. 이 딸기가 바로 일본산 딸기보다 훨씬 크고 병충해에도 강한 ‘설향’이다. 최근 논산 딸기는 뛰어난 맛을 인정받아 일본을 제치고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