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

왜 이런 무기를?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엉뚱하고 독창적인 제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무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합된 시제품들이 선보였다.
이 중 일부는 사장되거나 다른 제품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참고. 세계 병기사 연구회, ≪유감스러운 병기 도감≫, 2021.

한 번에 네 명을 쓰러뜨릴 수 있다?

초기 권총은 장약에 넣은 다음, 탄환을 넣어 발사하는 방식이기에 발사 속도가 느렸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발을 발사하는 총기를 고안했다.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총기가 바로 덕 풋 피스톨(Duck Foot Pistol)이다. 18~19세기 미국과 영국에서 등장한 이 총은 네 개의 총구를 가져 한 번에 네 방향으로 탄환을 발사할 수 있었다. 외관이 오리의 물갈퀴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덕 풋이라고 붙였다. 이 총은 제한된 공간에서 다수의 적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를 발휘했지만, 네 개의 총구이기에 정면으로 발사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또한 적이 소수일 때 목표물에 정확하게 조준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선을 자르면 그대로 멈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는 골리아트(Leichter Ladungstrager Goliath)는 유무선 조종식 폭탄이 있었다. 초기 프랑스가 개발한 유선 방식을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할 당시에 획득해 유무선으로 개량했다. 폭발물이지만, 무한궤도를 장착해 60~100kg 정도의 폭약을 싣고 적의 전차, 포격 차량 등으로 돌진할 수 있었다. 유선 조종식의 경우 케이블이 끊어지면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무선 조종식은 당시 기술 수준의 한계로 조종 범위가 제한되었고 운용이 어려웠다. 또한 본체가 충격에 약해 고장이 잦았으며, 소요된 생산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 독일의 엔진과 무선 조종 기술이 발달했다면, 골리아트는 전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무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자전거와 기관총의 기가 막히는 만남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자체로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이런 혁신에 무기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영국의 발명가 프레드릭 리차드 심즈다. 1898년 그는 자동 가솔린 모터가 달린 사륜 자전거에 기관총을 장착한 장갑차인 모터 스카우트(Motor Scout)를 개발했다. 장갑차라고 하면 운전자를 적의 사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철갑을 모두 둘러야 하지만 모터 스카우트는 그렇지 않았다. 모터 스카우트는 사륜 자전거의 앞바퀴에 303구경 Mark IV Maxim 기관총을 장착했으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기관총 앞에 방패를 달았다. 그러나 운전자가 기관총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해야 했고, 허리를 펴는 순간 적에게 머리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무기의 기계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노출된 엔진으로 사막을 달린다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사막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막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무기들을 개발했는데, 그중에서도 영국-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인 Sizaire-Berwick가 사막을 위한 장갑차를 선보였다. 윈드 왜건(Wind Wagon)이라고 불리는 이 장갑차는 강철로 무장된 자동차의 뒷부분에 거대한 비행기 프로펠러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이 사막의 모래 위에서 움직이기 위한 동력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제조사는 기대됐다. 그러나 이 장갑차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외부에 노출된 엔진과 연결된 프로펠러가 회전할 때, 모래가 엔진 내부로 들어가 고장을 일으킨 것. 또한 비행기 엔진은 무게가 무거워서 장갑차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윈드 왜건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UFO가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함상 전투기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때 선보인 Vought V-173은 독특한 원반형 모습을 지닌 시제기였다. 넓고 둥근 형태로 일반적으로 ‘팬케이크’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원형의 모습으로 시험비행할 때 주민들이 UFO로 오인되기도 했다. Vought V-173의 성능을 기반으로 전투용 버전인 XF5U가 제작됐다. 시험비행 중에 조종이 쉽고 저속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으나, 당시 제트 전투기의 등장으로 프로펠러 기반 항공기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양산도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