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은 이름에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과연 함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용어편
함정, 너의 이름은
함정 종류는 어떻게 구분할까?
함정은 크기, 임무,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된다. 그 분류명인 구축함, 소해함, 상륙함, 기뢰전함 등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함정은 크게 물 위에 떠 있는 ‘수상함’과 물속에 있는
‘잠수함’으로 나뉜다. 수상함은 다시 적을 직접 공격하는 ‘전투함’과 후방에서 지원하는 ‘지원함’으로 구분된다. 전투함에는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유도탄고속함, 기뢰전함 등이 포함되며,
지원함에는 상륙함, 군수지원함 등이 있다.
‘항공모함’은 항공기들의 모(母)함으로, 다양한 항공기를 실어 이동하며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대형 군함이다.
이보다 작은 ‘순양함’은 한자로 ‘돌 순(巡)’과 ‘큰 바다 양(洋)’을 사용하는데, 19세기 말 배에 증기기관이 설치되면서 기존 배보다 속도가 빨라지자 고속이라는 의미를 포함해서 고속으로 순찰한다는 의미를 담아
표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순양함을 운용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함정 중 하나인 ‘구축함’은 ‘몰 구(驅)’와 ‘쫓을 축(逐)’의 한자를 사용해 적의 어뢰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구축함은 독자적으로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대잠, 대함,
대공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호위함’은 적의 잠수함이나 항공기로부터 상륙부대와 함정을 호위하는 함정으로, 대잠작전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규모가 확대되고 무장을 강화하면서 주력 전투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계함’의 초계는 ‘망볼 초(哨)’와 ‘경계할 계(戒)’로, 구축함 사이를 돌며 연안을 경비하는 함을 칭한다. 기뢰전함은 소해함, 기뢰탐색함과 기뢰부설함으로 구분된다. ‘소해함’의 소해는 ‘제거할 소(掃)’와
‘바다 해(海)’의 한자를 사용해 기뢰를 없애 바다를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이며, 수중에 설치된 기뢰를 탐색해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다. 유도탄고속함은 유도탄이 장착된 고속함으로, 500t 이상의 크기를
갖추고 있어 고속정과 구별된다.
지원함 중 ‘상륙함’은 장거리 항해를 통해 병력과 장비를 적의 해안에 상륙시키는 함정으로, 대형 수송함, 상륙함, 고속 상륙정이 포함된다. ‘기뢰부설함’은 기뢰를 설치하는 역할을 하며, 필요시 소해함의 군수 지원도
담당한다. ‘군수지원함’은 식량, 유류, 탄약 등 전투 물자를 공급한다.
함정은 하나인데 이름은 서너 개
KDX-Ⅲ Batch-Ⅱ, 광개토-Ⅲ Batch-Ⅱ, 정조대왕함, 995, 정조대왕급 구축함. 이 모든 이름은 하나의 함정인데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기본적으로 함정은 함명과 선체번호가 부여되는데, ‘함’에는 개별 함명과 영문 약호, 선체번호가 포함되고, ‘정’에는 개별함명만 빠진다.
정조대왕함을 예로 들면, KDX-Ⅲ Batch-Ⅱ, 광개토-Ⅲ Batch-Ⅱ는 사업명이다. 아직 정조대왕함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 사업이 진행될 때 보안 목적으로 사용한 이름이다. 취역한 후에는 이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KDX는 Korea Destroyer Experimental의 약어이고, 그다음의 Ⅲ는 3단계를 의미한다. ‘Batch’는 집단, 묶음이라는 뜻인데, 함정에서는 같은 종류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을
나타낸다. 숫자 Ⅰ, Ⅱ, Ⅲ은 성능이 달라짐을 의미하며, 숫자가 커질수록 성능이 개선된 함정이다. 따라서 KDX-Ⅲ Batch-Ⅱ는 ‘한국형구축함의 3번째 단계에서 두 번째 건조된 사업’을 의미한다. 광개토는 이전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진수식이 진행되기 전, 해군은 회의를 통해 함명과 선체번호가 결정하고 진수식에서 공식 발표한다. 진수식에서 발표된 함명은 정조대왕함, 선체번호는 995다. 정조대왕급 구축함에서 ‘급’은 함형, 톤 수, 기능이 유사한
함정들의 그룹을 의미한다. 기준이 되는 함정의 이름은 1번함, 즉 선도함의 이름을 사용한다. 현재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1번함인 정조대왕함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울산급 호위함은 선도함인 울산함과 서울함, 충남함,
마산함 등을 통칭해서 부른다. 참고로, 선체번호는 부대 정보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숫자로 부여되며 구축함은 900단위, 초계함은 700단위, 상륙함은 600단위, 기뢰전함과 특수함은 500단위, 고속정은
200~300단위로 매겨진다. 다만 울산급 호위함은 구축함이 아니지만 1990년대 초까지 한국형구축함으로 불러서 예외적으로 951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떤 의미?
FFX Batch-Ⅲ, DDH-Ⅱ, PKM, AOE-Ⅱ와 같은 영어 약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함정의 종류를 나타내는 약호다. 이러한 약호는 NATO 기준을 따르지만,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축함은 DD, 호위함은 FF, 초계함은 PCC, 상륙함은 LST, 고속상륙정은 LSF, 기뢰전함은 MSH·MLS, 고속정은 PKM, 군수지원함은 AOE, 수상함구조함은 ATS 등을 사용한다. 이런 함정에 유도탄이 탑재되면 G(Guided Missile)를 붙이고, 헬기 탑재가 강조되는 함정에는 H(Helicopter)를 붙인다. 예를 들면 DDG는 세종대왕함으로, 영어의 의미는 유도탄이 장착된 구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