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으로

국제품질보증 협정으로 수출 저변 확대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며 세계 무기 수출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통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국가와의 협정을 확대해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 서형필(국방기술품질원 품질기획실 선임연구원)

한국 방산수출의 비약적 성장

최근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의 무기 수출 순위는 2006년 세계 17위에서 2020년 9위로 상승했으며, 2021년을 기점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2021년 천궁-Ⅱ의 UAE 수출에 이어 2022년 폴란드 수출계약이 성사되면서 무기 수출액이 170억 달러(약 22조 원, 당시 기준)를 돌파했다. 2023년에는 폴란드와 소형전술차량, 호주와 레드백 계약이 이루어졌고, 2024년 2월 29일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폴란드와의 2차 무기체계 계약들이 체결됐거나 체결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4월에는 페루에 함정 4척의 현지 건조 수출 계약이 됐으며, 차륜형장갑차 도입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동유럽을 넘어 남미로의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함정 MRO 사업, 중동과 동남아시아로의 수리온 수출처럼 전 세계에 항공기에서부터 지상장비, 함정, 유도무기 등 K-방산 수출과 관련된 소식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현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 5%를 넘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품질보증 협정 체결 확대

국방기술품질원은 2023년 10월 18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ADEX 전시회에서 이탈리아 국방부와 ‘군수물자 및 용역에 대한 정부품질보증 상호 수행 및 수락에 관한 한-이탈리아 간 기술약정’을 체결했다. 해외 정부와의 품질보증 협정(이하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양국 간 수출입 군수품에 대해 수입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수출국 정부가 수입국을 대신해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상대 국가의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협약(국제 관행상 ‘양해각서’로 구분)이다. 한국은 1984년 캐나다에 탄약 수출을 위해 최초로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후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26개 국가와 협정을 맺었다.

한-이탈리아 간 정부품질보증 기술약정(2023.10.18.ADEX 2023)

정부품질보증 협정은 캐나다의 사례처럼 수입하는 국가의 요청으로 긴급하게 체결되기도 했지만, 터키(1999년)·폴란드(2009년)·페루(2012년)와 같이 임박한 계약과 상관없이 협정이 체결되어 향후 신규 계약 시 기술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해 수출로 이어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협정 적용 시 구매국의 효과는 첫째, 구매국 관점에서 계약업체 자체 품질보증 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국 정부가 구매국 정부를 대신해 제조현장에서 업체 품질시스템 등을 직접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국의 절차에 따라 제품검사·공장수락시험과 주요 제조·검사공정에 입회·확인이 가능하다. 둘째, 구매국 정부가 국외구매품의 품질을 직접 관리할 경우 발생하는 제한사항을 해소할 수 있다. 제한사항에는 방위산업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접근 제한, 규격자료 부재(미공개)에 따른 애로사항 등이 있다. 셋째, 구매국 입고 이후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하자 원인 규명을 위한 제조국 정부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정부(출연기관)는 이와 같은 구매국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강점을 부각해 한국 제조업체의 수출 협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방위산업 수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국 정부도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국 정부의 품질관리 적용이 가능한 제조업체 선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제15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2024년 1월 30일)에서 의결된 「2024~2028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동유럽, 중동, 동남아 등 방산수출 유력 국가와 신규 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와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과거에는 주요 수입대상국과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추진해 왔다면, 최근에는 방산수출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협력 채널을 통해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국 현황

국방기술품질원 주재원을 통한 국제품질보증 협력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협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방산협력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정국과의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16년 주요 방산 교역국인 미국과 독일에 주재원을 파견해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국방계약관리국(DCMA) 및 독일의 획득IT운용청(BAAINBw)과 품질보증 협력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해당 정부품질보증 기관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제품질보증 위·수탁 업무 관계 이상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국의 국방력 강화에 따라 K-방산 수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출품에 대한 국제 정부품질보증 요청도 늘고 있어 현지 품질보증 및 수시 기술협력을 수행하기 위한 주재원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24년 4분기부터 주요 수출국인 폴란드에 주재원을 파견해 수출품 품질보증 근접지원과 국제협력 확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수출물량을 고려해 중동이나 남미에도 주재원 파견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은 현재 군수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수입 군수품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균형 있는 국제품질보증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출품목이 고부가가치, 고품질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수출품에 대한 정부 품질관리 체계를 혁신하고 정부 간 품질보증 협력을 통해 ‘품질’ 요소를 수출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해외 정부기관과 국제품질보증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